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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주 "공부 안 하면 유급시킵니다"

2002년도 이래로 교육개혁 정책인‘아동우선정책’이 미국 전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뉴욕 주는 집단 따돌림과 같은 학교폭력 근절을 목표로 ‘학교상주경찰 인원 증가’ 정책을 4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읽기, 쓰기, 수학의 학습기본능력에 대한 검증 없이 누구나 다음 학년으로 올라갈 수 있는 ‘자동진급제도(Social Promotion)’도 9월부터 폐지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3학년 학생의 유급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학군사무실이 학생의 학습장애 여부를 의무적으로 진단하도록 하는 ‘학습장애진단법안’ 마련을 추진 중에 있다.


안미숙 | 콜럼비아대 교원연구소 연구원·교육철학박사



교육 환경과 교육과정 개혁에 초점

2002년도 이래로 진행되고 있는 미국의 교육개혁 ‘아동 우선(Child First) 정책’의 궁극적인 목적은 모든 학교가 성공적인 학업성취를 이룰 수 있는 공교육 체제를 재정립하는 것이다. 이 정책에 근거하여 미국의 각 주에서는 나름의 하위 정책을 진행하고 있는데, 뉴욕주의 경우 지난 35년간 실행되어 왔던 분권적 공교육 체제를 중앙집권적 체제로 전환하고, 교육환경과 교육과정 개혁을 그 기본 골자로 하여 우수한 학교문화 창조를 거시적인 목적으로 추구하고 있다. 문해력이나 수리력과 같은 학습 기본 능력의 질적 향상을 목표로 하는 교육과정 개혁과 교원의 리더십·전문성 개발에 중점을 두는 연수 프로그램 지원을 시작으로 하여 특히 학부모의 적극적인 지원과 개입을 핵심적인 정책으로 지속적으로 추구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성과를 보면, 유아교육을 학교교육의 우수한 학업성취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주는 자원으로서 조기 개입의 개념으로 보고 4세부터 종일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확대 지원하여 상당한 효과를 보고 있다. 또한 8학년 학생의 70%가 평균 이하의 학업성취능력을 나타낸 것과 관련하여 기존의 전통적인 중·고등학교 구조의 문제라는 인식 하에 대학 교육을 위한 학구적 교육과정뿐만 아니라 다양한 직업 교육과정을 제공함으로써 현대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 양성을 위한 중등교육의 질적 향상을 꾀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 제안 또는 실행되고 있는 주요 정책 중 ‘학교상주경찰 인원 증가’와 ‘자동진급폐지’ 정책은 발표 시작에서부터 많은 논란과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안전하고 우수한 교육적 환경 제공과 관련하여, 왕따 또는 집단 따돌림과 같은 학교 폭력 근절을 목표로 하는 ‘학교상주경찰 인원 증가’ 정책은 4월부터 실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우수한 교육과정 개혁과 관련하여 읽기, 쓰기, 수학의 학습기본능력에 대한 검증 없이 누구나 다음 학년으로 올라갈 수 있는 ‘자동진급제도(Social Promotion) 폐지’ 정책은 9월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비판받는 ‘학교상주경찰 인원 증가정책’

지금까지의 학교 폭력과 범죄 건수에 기초하여 ‘위험한 학교’ 명단을 공개하고 안전한 학교 환경을 보장한다는 명목으로 뉴욕시의 경우 학교상주경찰 인원을 150명 증가하여 배치하였다.[PAGE BREAK]이 정책에 따른 학교 폭력 방지나 그에 따른 교육적 성과는 좀더 지켜볼 일이지만, 과연 이러한 조치가 위험을 미리 예방하고 안전한 학교 환경을 보장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과 함께 교육적으로 적합한 정책인가라는 관점에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포드햄 대학(Fordham University) 의 전국학교지역센터(National Center for Schools and Communities)에서는 최근 발표된 ‘안전하고 성공적인 학교의 특성에 대한 장기적 연구’ 결과를 인용하여 우수한 학업성취를 자랑하는 학교의 경우, 문제 학생을 낙인찍고 내몰기보다는 수용하고 있으며, 안전한 학교 환경을 위해 필요한 것은 학생 감시체제가 아니라 개별 학생의 필요에 부응할 수 있는 인적 ·물적 자원과 지원이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안전한 학교 환경을 보장하기 위해 경찰 인원을 증가하는 정책은 우수한 교육적 환경과는 거리가 멀 뿐만 아니라 문제 학생을 경찰의 보호 관찰이 필요한 범죄인으로 이미 간주하는 것이며, 학교를 배우는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재미를 체험하는 장소로 만들기보다는 항시 감독이 필요한 위험 장소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또한 FBI 통계치에 따르면 뉴욕시는 미국 전역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로 인정이 되었고, 지난해에 비해서도 전체 범죄율은 2.5% 정도밖에 증가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뉴욕시의 범죄 원인을 공립학교 학생에게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학교에 필요한 교육적 자원에 예산을 지원하는 것이 아닐 뿐만 아니라 우수한 학교 환경과는 상반되는 환경을 조장한다는 것이다.

9월부터 ‘자동진급제도’ 폐지

올 가을 학기에 처음으로 적용될 ‘자동진급제도 폐지’의 경우, 3학년 대상을 시작으로 하여 점차적으로 그 범위를 전 학년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공립학교 교육에 있어 3학년에서 4학년으로 진급하는 학습과정은 학교교육에 있어 학습기본능력의 획기적인 전환점으로 구분된다. 즉 유치원에서 3학년까지의 교육은 ‘읽는 것을 배우는 과정’이고, 4학년부터의 읽기 학습은 ‘보다 심도 있는 교과 과정을 위한 읽기’ 라는 것이다. 수학의 경우에도 3학년까지는 ‘수학적 기본 개념에 대한 이해’인 반면, 4학년부터는 ‘수학적 활용’에 중점을 두는 고등 개념의 수학으로의 전환 시점으로 간주하고 있다.
새로운 진급제도와 관련하여, 그 동안 소기의 성과를 거둔 4살 이후 종일학습에 대한 조기개입 지원과 더불어 유치원에서 3학년까지의 교육에 대한 특별 지원을 제안하고 있다. 시카고 공교육의 경우, 이 시기의 교육과정에서 ‘수학’을 제외하고 있는 예를 들면서 전반적 학업성취의 자원이 되는 중요한 시기에 수학은 절대 무시할 수 없는 도구 교과임을 강조하고 있다. 각 학교에 말하기 교사, 읽기 교사, 학습장애 전문가 등의 유아교육전문가를 강화 지원하게 된다.
학교교육에 대한 학부모의 적극적인 참여를 권장하기 위해 ‘학부모 특별 워크숍(Special Parent/Guardian Workshop)’과 학교에서 1년에 두 번 있는 공식적인 ‘학부모/교사상담(Parent/Teacher Conference)’을 통해 ‘자동진급제도 폐지’ 정책에 따른 학교와 가정에서의 학부모 역할에 대한 자료를 제공하도록 하고 있는데, 뉴욕시 교육국에서 제공하고 있는 구체적인 지침의 예를 보면 옆의 <표>와 같다.<표 생략>[PAGE BREAK]
늘어나는 시(市) 주관 시험

뉴욕시 3∼8학년 학생의 경우 학교별 시험인 ‘영어/수학 자체평가고사(Interim Assessment in ELA and Math)’를 비롯해서 다음 학년의 진급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시(市) 주관 영어/수학 시험(Citywide ELA and Math Test)’을 치루어야 한다. 한 번의 시험 결과로 진급이나 유급을 결정하는 것이 이 정책의 목적이 아니라 학생이 불합리하게 뒤쳐지는 것을 방지하고, 학업이 부진한 학생을 위해 적합한 ‘학습 지원’을 제공함으로써 모든 학생의 교육적 수월성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것이다.
각 학교에서는 학습도우미 팀(Intervention Team)을 구성하여 개별 학생의 전반적인 학업성취를 감독 지원하도록 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하여 교원연수에 있어서도 학생의 문해력과 수리력 향상을 위한 전략에 보다 중점을 두고 있다. 뉴욕시 공립학교의 경우 3학년들은 4월 20일에 뉴욕시 표준영어시험을 치뤘고 27일에 수학시험을 치뤘는데, 이 시험에서 한 과목이라도 레벨 1을 받을 경우에는 여름학교에 등록해야 한다. 또한 8월에 있을 재시험에 응시할 수 있으며, 레벨 2 이상을 받을 경우 동년배 학생과 마찬가지로 다음 학년으로 진급을 하게 되는 것이다. 재시험에서 불합격될 경우에는 유급이 되지만 담임교사가 제시할 수 있는 교실에서의 학업 성과와 학교장의 동의가 있을 경우에는 학군사무실에 이의를 제기하여 인정이 되면 다음 학년으로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융통성도 있다.
그러나 자동진급제도폐지가 전체 학년으로 확대할 경우, 학년별로 늘어나는 시험 수에 따라 학생의 부담이 점점 더 가중될 것이다. 4학년이 되면 주(州) 주관의 ‘영어/수학/과학시험(Objective Test)과 실험(Manipulative Test)’ 등을 추가로 치루어야 하며, 5학년이 되면 주(州)가 주관하는 사회과목 시험이 추가된다. 9학년부터는 고등학교 졸업에 필요한 리전트(Regent) 시험을 쳐야 하는데, 영어, 수학, 과학, 세계사, 역사 등 5개 과목을 통과해야 한다. 10, 11 학년은 정규시험 외에도 1년에 7번 전국적으로 실시되는 ‘대학입학학력고사(SAT/PSAT)’를 치루고 대학입학에 필요한 점수를 확보해야 한다. 벌써 ‘시험전쟁’ 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학교수업이 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으로 전락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실제적으로 새로운 진급제도와 관련된 이러한 시험 준비로 학생들은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학교 수업 자체가 예상시험문제를 반복해서 연습하는 것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또한 시험에 대한 중압감으로 수업을 하다 보니 영어, 수학 등 핵심 도구과목에만 치중하여 전인교육을 위한 예·체능 과목들은 쉽게 제외되고 이들 수업 진행에 필요한 최소한의 지원이 1순위로 삭감되면서 교육이 파행적으로 치닫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일부 학부모들은 뉴욕시 진급정책 강화에 항의하는 뜻으로 시험 자체를 거부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기도 하고, 소수 계 학부모들은 일부 시험문제가 백인 학생에게 유리한 내용이라며 ‘인종차별’ 문제를 거론하고 있다.[PAGE BREAK]
‘학습장애진단법안’ 마련중

이 달 뉴욕시 교육감은 공립학교에 재학하고 있는 학생 중 30% 가량이 성적 부진으로 유급할 위기에 처해 있다고 발표하였다. 현재 3학년은 전체 학년에 비해 학력 성취도가 낮은 데다가 강화된 진급제도의 첫 대상이 되면서 특별 대책과 구체적인 제도적 장치의 필요성, 즉 2, 3학년을 위한 집중적인 보충교육과 학부모의 적극적인 지원 등이 더욱 강조 제안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뉴욕시 교육감은 내년 학기에 5100만 달러를 지원하여 성적이 저조한 3학년 학생들의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지원금은 실력 부진 학생을 위해 지금까지 배당된 예산 중 가장 많은 액수로 9월부터 3학년이 되는 학생 중 성적 부진 대상자에게 개인 교습은 물론 방과 후 학교와 주말학교 교육이 제공될 예정이다. 현재 특히 주목할 만한 사항으로 3학년 학생의 유급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학군사무실이 학생의 학습장애 여부를 의무적으로 진단하도록 하는 방안을 법안으로 추진 중에 있다. 유급 위기에 놓인 3학년 학생의 학업능력이 부진한 원인이 난독증(Dyslexia), 자폐증(Autism), 주의결핍증(Attention
Deficit Disorders) 등의 학습장애 때문인지 또는 시청각 장애 때문인지의 여부를 진단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연방 통계자료에 의하면 미국 전체 학생의 10%가 이러한 장애를 겪고 있다고 보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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