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하이! 내레 설사는 지은이와요(안녕! 나는 서울에 사는 지은이에요), 091012(공부 열심히 해)"
요즘 청소년들이 인터넷 채팅이나 문자 메시지를 통해 주고받는 말이다. 어떤 뜻인지 이해하기 쉽지 않아 얼핏 다른 나라 말처럼 보이기도 한다. 최근에는 소위 '외계어'와 이를 번역해주는 '외계어 통역기'까지 등장했다. 이처럼 무질서한 인터넷 언어가 넘쳐나면서 우리말 오염에 대한 우려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 제559돌 한글날을 앞두고 강정훈 경기 과천고 교사를 만났다. 강 교사는 '깨끗한 미디어를 위한 교사 운동(이하 깨미동)' 대표로 올해 초 교육부와 국립국어원, 정보통신윤리위원회, 한국교육학술정보원, 깨미동이 함께 발간한 교사 지도용 자료집 《인터넷 언어 문화, 생활 속 언어예절》에 참여하기도 했다.
- 요즘 학생들이 우리말을 소리나는 대로 적거나 축약어, 줄임말 등을 많이 사용하는데요.
"'어솨요. 샘!'이라는 말이 예가 될 수 있죠. 게임은 겜, 서울은 설, 싫어는 시러, 아이디는 아뒤 등으로 사용을 합니다. 이모티콘도 일상화 되었구요. 이렇게 부정확한 언어를 사용하는 것은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습니다. 세대간 의사소통에 혼란을 가져오고, 청소년들의 인격·사상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우리말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적어지게 마련입니다. 이런 현상이 심화된다면 국제적으로도 국어의 신용이 떨어지게 됩니다."
- 잘못된 우리말을 사용하는 것이 학생들의 탓만은 아닐텐데요.
"그렇습니다. 학생들의 언어문화가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축약어, 줄임말, 이모티콘 같은 경우에는 핸드폰 문자를 이용하는 학생들에게 시간, 돈을 아낄 수 있는 경제적인 말입니다. 그리고 나름대로 규칙성과 창의성을 갖고 다양한 감정표현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정확한 의미도 모르고 무의식적으로 따라하는 것이 문제가 됩니다. 이를테면 '뷁'은 '브레이크'의 줄임말입니다. 모 가수의 노래 중 일부인데, 발음이 부정확하다고 해서 나온 말입니다. 통상 '예끼!, 이녀석!'의 뜻으로 쓰이고요. '아헿헿'은 감탄사로 시작한 말인데 최근에는 뭐라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려울 때 사용합니다. 이미 일상화되어 있는 말들이지만, 한 반에서 절반 정도의 학생들만이 이 뜻을 정확히 알고 있어요."
- 그렇다면 학생들과 대화를 하는데 있어서도 어려움이 많으실 것 같은데.
"한번은 아이들이 하는 말을 못 알아들었는데 아이들은 제게 뜻을 설명해주기 보다는 놀림의 대상으로 삼더군요. 어이가 없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소외감이 들기도 했습니다. 또 작년 체육대회에 반에서 단체 티셔츠를 만들었는데, 뒤쪽에 글자 '뷁'을 넣었죠. 이를 본 학교 선생님들에게 질타를 받기도 했습니다."
- 잘못된 언어 사용으로 나타나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필요할까요.
"우선 교육이 바뀌어야 합니다. 실제로 컴퓨터에 대한 수업을 보면 인성교육은 도외시 한 채 기술 습득 능력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점수를 중시하는 교육 풍토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겠지만, 우선은 학생들이 제대로 된 가치관을 형성할 수 있는 교육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학생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대중 문화·미디어를 이용한 교육을 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 올바른 언어 사용을 위해 학교 교육 이외에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
"한글은 단순한 우리말이 아니라 한민족의 동질성과 연속성을 이어주는 매개체이고,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문화상품입니다. 이 소중한 한글을 지키기 위해서 가정에서 관심을 갖고 많은 대화를 나누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정은 학생들에게 있어서 또래 집단과 함께 가장 큰 의사소통 채널로 학생들이 영향을 많이 받는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언론에서도 청소년들을 무조건 비판하고 문제점을 확산시키기보다는 해결책을 제시하고 긍정적인 사례들을 찾아서 보여주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학생들이 우리말에 대한 관심을 보일 수 있습니다. 현재 기념일로 지정되어 있는 한글날을 국경일로 지정하거나 공휴일로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공휴일인지 아닌지에 따라 학생들의 관심도가 전혀 다르니까요. 이 외에도 순수 우리말에 대한 발굴과 홍보도 뒤따라야 할 것입니다."
- 앞으로의 계획은
"우선은 선생님으로서 최선을 다해야겠죠. 그리고 깨미동 회원들과 함께 그동안 발표한 자료들을 하나로 모아 책을 발간할 예정입니다. 아이들에게 미디어를 올바로 받아들이는 힘을 길러주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이 될 것입니다." / 엄성용 esy@kft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