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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바뀐 성(性), 눈물겨운 부성애 -호사도요

보통 조류와 달리 일처다부제를 유지하고 있는 호사도요.


수컷을 차지하기 위한 암컷들의 치열한 싸움 후에


홀로 남겨진 수컷의 부성애가 눈물겹다.



김연수 | 생태사진가


4~5마리의 수컷을 거느리는 암컷
가뭄으로 바닥이 드러난 충남 천수만 상류 수초 위에 처음 보는 특이한 새의 수컷이 산란한 4개의 알을 주위를 경계하며 품고 있다. 2001년 5월 114년 만에 보는 호사도요의 번식장면을 가슴 두근거리며 카메라에 담았다. 호사도요는 주변과 비슷한 보호색으로 언뜻 보면 지나치기 쉬우나 뒤로 찢어진 과장된 눈가의 흰 반점과 등에서 가슴으로 이어지는 굵은 흰 테가 눈에 선명히 들어온다. 도요새들 중 깃털이 가장 화려한 호사도요는 암컷이 4~5마리의 수컷을 거느리는 일처다부제를 유지하는 종이다.

암수의 성 역할이 뒤바뀐 종으로 보통 다른 종들은 수컷이 구애를 하지만, 이놈들은 암컷이 구애를 하며, 교미 후 암컷은 수컷이 만든 둥지에 알을 낳아주고 다른 수컷을 찾아 떠난다. 논이나 물가 초지, 못가·호숫가 습지에 살며 암수가 짝을 짓거나 작은 무리를 짓는다. 날 때는 흰눈썹뜸부기처럼 다리를 밑으로 늘어뜨리고 낮게 직선으로 난다. 암컷은 수컷 앞에서 구애와 과시 행동을 하는데, 지상에서 날개를 위로 뻗어 마치 나비가 날개를 퍼덕이듯 날갯짓을 하고 몸을 좌우로 움직이거나 방향을 바꾸기도하고 때로는 뛰어오르기도 하면서 꽁지를 위아래로 움직인다.

100여 년 전 서울 근교에서 발견
새들은 일반적으로 수컷의 깃털이 암컷보다 화려한데 호사도요는 수컷을 유혹하는 암컷이 더 화려하다. 전 세계에 2종뿐인 호사도요는 아시아산과 유럽산이 극소수 생존해 있다. 미 캠브리지대 오스틴 박사가 지은 〈한국의 새〉에 의하면 호사도요는 1887년 9월 러시아 학자가 서울 근교에서 부패되어 가는 암컷 1마리를 채집한 것이 유일한 기록이었다. 해방 후 강화 근교에서 관찰된 후 그동안 국내 조류학계서 미조(迷鳥)로 기록해 왔으나, 1998년 5월 김현태(당시 서산 부석고 교사)씨가 충남 홍성에서 번식을 시도하려는 한 쌍을 처음 관찰했었다.

필자는 김 교사의 관찰기록을 참고하여 인근 서산시 부석면 천수만에서 번식기에 들어선 호사도요 수컷과 둥지를 찾아냈다. 그러나 그 둥지는 안타깝게도 집중호우에 의해 불어난 급류로 흔적조차 없이 사라져 버렸다. 가뭄으로 드러난 하천바닥을 논바닥으로 착각하여 둥지를 친 호사도요를 탓할지 아니면 집중호우를 내린 하늘을 탓할지 아무튼 그 첫 번째 기록은 미완성이었다.

새끼에 대한 수컷의 헌신적 사랑
그러나 암수의 역할이 뒤바뀐 신비의 새 호사도요가 2001년 5월 22일자 문화일보 1면에 게재된 후, 독자들의 빗발치는 성원에 필자는 충남 천수만에서 또 다른 둥지를 발견, 산란에서 부화되어 둥지를 떠날 때까지 전 과정을 관찰 할 수 있는 행운을 안았다. 2001년 7월 3일 아침 6시, 먹구름 사이로 이슬비가 내릴 때 첫 번째 새끼가 부화됐다. 홀로 남은 수컷이 굶어가며 15일간의 고행 속에 새 생명을 탄생시켰다. 부화된 첫 번째 새끼는 10시 50분 태어난 둘째가 둥지에서 깃털을 말릴 때, 셋째 막내의 부화를 위해 혼신을 쏟고 있는 어미를 귀찮게 하는 개구쟁이로 돌변했다.

둥지 밖으로 뛰어내려 수영솜씨를 발휘하다가 자력으로 둥지를 기어오르거나 어미 등에 올라타는 등 장난을 하면, 어미는 부리를 이용하여 품안으로 연신 밀어 넣는다. 사진의 빈 알 껍데기는 새끼가 나온 후 어미가 부리로 둥지밖에 밀어낸 것이다. 막내의 깃털이 마른 오후 2시 30분쯤, 4마리의 새끼들은 어미를 따라 수영을 하며 유유히 둥지에서 사라졌다.

안정적인 개체 수 유지에 힘써야
필자는 114년 간 기록 속에서만 보았던 호사도요가 이 땅에서 번식한 사례를 보면서 우리의 자연환경도 아직은 희망이 남아 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들이 현상유지의 차원을 넘어 안정적인 개체 수를 유지하도록 우리 인간들의 지속적인 배려와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 이후로 해마다 천수만에서 둥지를 트는 3~6개체의 호사도요 둥지를 발견하고 있으나, 직파농법에서 모내기농법으로 바뀌고 과다한 농약을 살포하는 현실에서 이들이 언제까지 이곳을 찾을 지는 의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천수만 B지구는 올해까지 농사 후 대부분 골프장과 위락단지로 개발될 예정이어서 이 땅의 자연과 환경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슬프게 하고 있다. 114년 만에 잠시 보았던 호사도요가 신기루처럼 다시 사라질 위기에 처해졌지만 이들을 보호하려는 목소리는 점차 사라지는 호사도요의 울음소리처럼 희미해지고 있다.

*새끼를 기르는 호사도요 수컷의 부성애를 새교육 6월호에서 확인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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