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이주호 의원은 지난해 9월 22일 전국 국․공립 및 사립학교 교사의 정신적 질병 실태를 조사한 교육부의 자료를 공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심한 우울증과 정신분열증을 비롯해 정신질환 경험이 있는 교사들이 무방비 상태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무엇보다 이들 교사들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시스템이 전혀 구축되지 않아 총체적인 점검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또 자료에 따르면 2003년부터 지난해 6월 말까지 정신적 질병으로 휴·면직 처리된 교사가 전국적으로 358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가운데 248명은 일정 기간 휴직한 뒤 교단에 복귀했으나 아무런 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따라서 이들이 휴직 기간에 제대로 진료를 받았는지, 정상으로 회복됐는지, 복직한 뒤 꾸준히 진료를 받고 있는지조차 확인할 길이 없는 실정이다.
현행 교육공무원법은 정신질환으로 휴직한 공무원이 복직할 때 별도로 담당의사의 진단서나 소견서를 제출해야 한다는 규정을 두지 않고 있어 보완책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이번에 드러난 숫자는 2년 6개월 동안 정신질환으로 휴직한 교사들만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이어서 전체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는 파악조차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교육부가 교사를 대상으로 정신적 질병 실태를 조사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이들 교사 가운데 3명은 숨졌다. 명예 퇴직한 교사는 5명이었지만 39명은 스스로 사직서를 썼다. 51명은 아직 휴직 중이다. 이 가운데는 지난해 9월 1일자로 휴직한 뒤 1년이 넘도록 여전히 교단으로 돌아오지 못한 교사도 있다. 짧게는 1∼2개월, 길게는 1년까지 휴직했다가 학교로 돌아온 교사는 지난해 6월 말 현재 248명이다.
현직에 있는 교사들이 앓고 있는 질환은 우울증과 조울증이 많았다. 135명이 이 질환으로 휴직했다. 이 가운데는 세상을 살아가는 의욕을 모두 상실한 상태로,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 심한 증세의 ‘주요 우울증’을 겪은 교사가 7명이었다. 영화배우 이은주 씨도 이 질환을 앓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질환을 앓고 있는 교사들이 제대로 치료받지 않고 학생들을 가르치면 위험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신경정신과 전문의인 이종섭 다사랑병원 원장은 “정신 질환을 앓았다는 이유만으로 교단에서 퇴출시키려고 한다면 굉장히 무리한 태도”라며 “2∼3개월 집중적으로 입원·통원 치료하고 이후에 규칙적으로 전문의 진료를 받으면 얼마든지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원장은 그러나 “주변 눈치를 보고, 소문을 두려워하느라 정신과에 가지 않고 단순히 집에서 휴식만 취하다 병을 더 키우는 사례가 많다”고 우려했다.
이주호 의원은 “2003년 이후 신체·정신 질환으로 휴·면직 처리된 교사 2411명 가운데 750명은 ‘공무상 질병’이 인정될 정도로 교단에서 병을 얻는 일이 많다”고 진단했다. 이어 “교육부 계획대로 이들을 무조건 ‘부적격 교사’로 판단해 퇴출해서는 안 되며 교사들이 ‘절대로 걸려서는 안 되는 질병’과 ‘잘 걸리는 질병’을 건강진단 항목에 추가하는 등 체계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요한 것은 자료에서 나타난 발생률보다 더 많은 교사가 신체적․정신적 질병으로 시달리고 있으며 그 발생 원인은 스트레스나 탈진을 지목할 수 있다. 그러나 교사의 신체․정신 건강에 대한 복지․관리 대책은 불충분해서 심신이 건강치 못한 많은 교사가 방치되고 있다. 필자는 교육의 책무성 면에서나 학교의 중요한 목표들 중의 하나가 교사들의 정신 건강을 증진하고 보호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교육계의 역량과 자원의 이용 가능성에 비추어 볼 때 교사들을 괴롭히는 직무 스트레스 관련 질병과 교사의 건강 악화를 예방, 감소, 치료할 수 있는 능력을 교육계가 충분히 소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안타깝게도 그러한 노력이 만족할 정도로 기울여지지 않고 있다. 교육부의 교육복지 대책안에는 교사를 위한 복지대책은 빠져있고 학생 복지대책만 제시되어 있다.
만연되어 있는 교사의 직무 스트레스와 탈진은 교육과 학교의 책무성, 교사의 근무 의욕과 효율성 및 사기를 저하시키고 교사의 정신건강 악화를 발생시키는 위험요인이며 교육력 약화를 초래한다. 교육부는 교사가 경험하는 직무 스트레스의 효과적인 해소 및 관리도 기업화된 교육․학교경영의 일부라고 보고 스트레스 관리를 위한 관련 대책을 조속히 마련하기 바란다. 건강하지 못한 교사에게서 건강한 교육을 기대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