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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의 비밀”

안범희 | 강원대 사대 교수


개미는 부지런함의 대명사이다. 언제보아도 부지런히 오가며 먹이를 나른다. 그런데 곤충학자가 관찰한 바에 의하면 실제로 열심히 일하는 개미는 전체집단의 15%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나머지는 그냥 하릴없이 왔다 갔다 하거나 빈둥거리며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곤충학자는 부지런히 일 잘하는 15%의 개미들만을 모아 한 집단을 만들고 농땡이 치는 개미들을 모아 한 팀으로 하여 분가를 시켜보았더니 모두가 부지런했던 개미집단에서 단지 15%만 일하고, 놀랍게도 게을렀던 개미집단에서도 15%의 부지런한 개미가 생기더라는 것이었다. 그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아마 15%만 열심히 일하면 전체가 다 먹고 살만하기 때문이 아닐까 추정해 볼 뿐이다. 15%는 정예군이고 나머지 85%는 예비군일 것이다.

인간의 능력이나 행태를 비교하는데 흔히 쓰이는 것이 정상(정규)분포곡선이다. 지능을 예로 들면 평균적인 지능을 100이라하고 표준편차를 10으로 했을 때 표준편차 +1시그마와 -1시그마 사이의 지능, 즉 90~110 사이의 지능을 평균지능이라 한다. 이의 분포는 약 68%이다. +2시그마 이상에 분포하는 수치는 약 16%이다. 지능지수가 110이 넘는 사람의 수는 100명 중 16명이고, 역으로 90 이하인 사람도 16명이다.

대학에서의 수업을 제대로 이수하는데 필요한 지능을 전통적으로 110 이상으로 보아왔다. 다시 말하면 같은 또래의 16%만이 대학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 까닭에서인지 확실치는 않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구의 대학진학률은 이 수치를 밑돌았고, 이 학생들을 나라에서 장학금을 주고 공부시켰다. 독일의 경우 대학생에게 주는 혜택이 워낙 많아 일부러 졸업을 늦추는, 그래서 직업이 대학생이다시피 한 학생도 꽤 많다.

우리나라의 경제는 짧은 시간에 그 규모가 매우 커졌다. 이른바 압축형 성장의 모델이 되고 있다. 그 성장의 원동력이 바로 교육과 교육열 때문이라는데 대해 아무도 이의를 제의하지 않는다. 남들이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을 때에 열심히 노력한 사람이 성공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남들이 공부하지 않을 때 열심히 공부하면 성공한다.

1970년대 초반 까지만 해도 대학 진학률은 10% 에 지나지 않았고, 1980년대 초 졸업정원제가 시행될 때까지만 해도 20%를 밑돌았다. 지금은 원하면 누구나 대학에 갈 수 있는 상황에 이르렀고, 급기야 대학정원을 줄이는 데 교육부가 골몰하고 있다. 넘치는 대학과 대학생 수는 우리나라 대학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큰 이유 중 하나이다. 이른 바 집중과 선택이 되고 있지 않은 것이다. 비밀의 수치 16%를 넘어서도 너무 많이 넘어서버리고만 것이다.

경제력이 신장되면서 모든 국민이 대학진학의 꿈을 갖게 되었고, 그것이 실현되면서 또 다른 16%의 경쟁이 과열되어 왔다. 일류대학에의 진학과 유학이 그것이다. 어지간히 능력만 되면 해외 어학연수를 하고, 조기 유학을 하고, 외국 박사학위 취득에 열을 올린다. 일단은 우수 자원이 해외로 빠지니 우리나라 대학원의 질은 상대적으로 높아지기 어렵다.

국내 유수 기업들은 20년 전에는 우수 해외 유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등의 방식으로 인재를 입도선매(立稻先賣) 했는데 이제는 잘 조련된 해외파 인재들 중 입맛에 맞는 인재만 고르면 되는 편한 입장에 있다. 그나마 해외유학생들의 다수가 국내에서 일자리를 구하기를 원하므로 고급두뇌의 해외 유출현상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천만 다행한 일이라 하겠다.

문제는 경쟁력 있는 두뇌가(16%) 경쟁하는 일은 바람직한데 그렇지 않은 경우에 까지 과도한 경쟁의 대열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부족한 2%를 채우기 위해 사교육에 의존하고 그도 안 되면 외국 유학을 택한다. 애당초부터 성공의 확률이 적은데 학부모는 이를 인정하려들지 않는다. 결국은 자식과 부모 모두 낭패를 보는 경우로 왕왕 나타난다.

공부는 지능 외에도 인내력, 주의집중 능력, 개인적 인지전략 등 인지적․성격적 요인이 망라되어 결정되는 것이다. 그 여러 요인 중에 물론 부모의 관심과 열의를 빼놓을 수는 없다. 그러나 결국은 본인만 남게 된다. 학습 환경을 좋게 해주는 것은 좋은 일이나 능력이 되지 않는데 계속 끌고 가는 것은 교육적 낭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학교의 교사나 학부모 모두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개인의 소질과 적성, 그리고 사회 적응 능력을 개발하는 일에 더 많은 관심과 지도가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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