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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초등학교 때 집중 예방교육 해야”

10년간‘생명의 전화’상담해온 서울 숭례초 홍정임 교사

최근 잇단 연예인들의 자살 사건으로 사회적으로 자살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자살율은 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 더 큰 문제는 청소년의 사망 원인의 2위가 자살이라는 것(통계청의 ‘2006년 청소년 통계’)이다. 왜 이렇게 자살하는 사람이 많은 걸까? 이 사람들을 막을 방법은 없을까? 24시간 자살예방상담전화인 ‘생명의 전화’에서 10년간 봉사하면서 1500건 이상 상담을 해 온 서울 숭례초 홍정임 보건교사를 만나 ‘자살 예방 교육’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홍 교사는 서울시교육청이 지난해 말 발간한 청소년 자살 예방 지도자료 ‘생명, 사랑, 행복한 미래’도 공동 집필했다.

아이들에게 ‘생명의 소중함’ 교육해야

최근 홍 교사가 상담한 38세의 한 여성은 연예인의 잇단 자살을 보고 자신이 보잘 것 없이 느껴진다며 자살 충동을 느낀다고 털어 놓았다. 실제로 ‘생명의 전화’에 상담을 해오는 청소년들도 이런 모방 심리를 느낀다고 토로한다.

“사회 분위기 때문에 자살에 대해 호기심을 느끼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인터넷, 게임 등의 영향으로 생명을 쉽게 여기고 현실과 가상세계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홍 교사는 자살 예방 교육은 초등학교에서 집중적으로 시작해야한고 강조한다. “초등학교 아이들에게는 생명에 대한 소중함과 자아존중감을 배울 수 있는 인성교육이 필요해요. 또 사람의 ‘생애’에 대한 교육도 해야 합니다. 인생에는 고비가 있고, 그것을 극복하며 성숙한다는 것을 가르쳐야 합니다.”

홍 교사는 평소에 별 문제가 없는데도 유독 보건실을 찾는 아이들을 학기 초부터 유심히 관찰한다. 무엇보다 자살 위험자를 조기발견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자살은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사람들만 선택하는 길이 아니에요. 초등학교 학교 부적응 아이들이 중·고등학교에 가서 문제를 일으키고, 막다른 골목에 이르면 자살을 시도 할 수도 있거든요. 관련이 없어 보여도 초등학교에서부터 문제가 있는 아이들을 파악해서 학교생활을 잘 하게 지도하는 것이 자살 예방의 첫 걸음이에요.”

학교 부적응 아이들에 더 큰 관심을
홍 교사는 위험군에 속해 있는 아이들을 파악한 후에는 정말 돕고자 하는 마음으로 다가서야한다고 충고한다. ‘마음열기’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 아이들이 언제든지 문제가 있으면 상담실을 찾아 올 수 있는 문화를 학교가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자살 예방 교육이 아니더라도 문제나 고민이 있으면 누구든 참여할 수 있는 ‘친구 잘 사귀기’, ‘언니, 오빠와 잘 지내기’, ‘공부 잘하기’ 등 집단 상담 프로그램을 특기적성 교육으로 해야 합니다. 비슷한 문제를 갖고 있는 아이들이 모여서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힘을 얻게 되거든요.”

예방교육이 중요한 초등학생과는 달리 중·고등학교 학생은 직접 개입이 필요하다. 자살의 단서나 경고 표시가 있을 때는 우선 충분한 상담을 하고, 자살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자살 기도 계획과 빈도 등을 구체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자살에 대해서는 언급해서는 안 될 것 같지만 직접 대화로 자살에 대한 생각을 물어봄으로써 그 문제에 대해 터놓고 이야기해도 좋다는 것을 허용하고 보살펴 주겠다는 뜻이 담겨있습니다. 상담을 하면서 본인이 얼마나 중요한 사람인지 강점을 말해주고 가족들이 받을 상처도 각인시켜 주는 것도 중요해요.”

상담교사-담임-학부모 유대 중요

홍 교사는 S초에 근무할 때 친구의 왕따 문제로 고민이 많았던 김나리(11·가명) 학생의 사례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상담교사와 담임교사, 그리고 학부모의 유대관계가 문제해결을 위해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준 사례이기 때문이다.

뇌성마비를 앓은 김 양은 심한 왕따를 당해 학교에 다니기 싫어했고, 몸이 불편한 아이를 매일 업어서 등교시켰던 김 양의 엄마 역시 ‘죽고 싶다’고 할 정도로 힘들어 하는 상황이었다.

홍 교사는 담임교사와 상의해 상담 교사의 반으로 김 양을 옮겼다. 이때부터 담임교사는 상담을 통해 김 양의 고민과 고충에 귀를 기울였고, 홍 교사는 학부모 상담을 시작했다. 또 장애에 대한 편견을 없애기 위해 국립재활원의 ‘장애예방 프로그램’을 학생들이 체험하게 했다. 아울러 교육청에 보조교사를 요청해 수업에 도움을 받도록 하고 관할 보건소와 협의해 김 양의 치료비까지 지원받을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김양은 신이 나서 학교를 다녔고 중학교까지 무사히 진학했다.

“자살예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학생에 대한 교사의 ‘관심’입니다. 그 이후에는 학부모와 담임교사, 상담교사의 유대 관계가 문제해결에 무척 중요해요. 앞으로는 교사들이 좀더 자살의 징후를 선별할 수 있게 교육을 해야 합니다. 또 지역사회의 정신건강센터 등 전문 기관과 연계해 지속적인 사후 관리를 받을 수 있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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