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청소년들에게 있기 높은 아이돌 그룹 슈퍼주니어의 멤버 중 한 명이 라디오에서 털어놓은 학창시절 경험담이 문제가 되었었다. 그 멤버는 방송에서 “어렸을 때 우리 반 여자 친구들이 자고 있는 방에 현재 다른 아이돌 그룹에서 활동 중인 친구와 함께 들어갔다”며 “이거 좀 수위가 높은데, 몸을 조금 더듬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자 그 이야기를 듣던 다른 멤버가 “지금 내가 신고해도 되냐”고 하자 이야기를 한 주인공은 “죄송하다. 어릴 때 추억이니까. 그 친구들에게도 말했다”고 웃으며 얘기했다.
이 영상은 라디오 방송 후 즉시 ‘인기 아이돌 그룹 성추행 파문 동영상’, ‘인기 아이돌 멤버, 중 2때 여자 몸 더듬었다’ 등의 제목으로 각종 인터넷 게시판과 포털사이트에 유포되면서 네티즌들의 집중적인 비난을 받았다.
네티즌들은 “춤, 노래 가르치기 전에 인간부터 만들고 데뷔시켜라”, “방송에서 그렇게 말할 게 없었나”, “개인적으로는 재미있을지 모르겠지만 청취자들을 생각하지 않는 행태”라며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이 발언은 방송과 함께 동영상으로 청취자들 사이에 널리 알려졌다. 청취자들은 “공공연한 성추행을 공개방송에서 당당하게 떠들어도 되나”, “성추행을 별다른 죄의식도 없이 웃음거리로 만든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특히 이들이 청소년들에게 인기가 높은 아이돌 그룹이기 때문에 과거 자신이 행한 성추행이라는 심각한 문제를 아무런 죄책감 없이 웃음의 소재로 사용했다는 사실은 또래 청소년들에게 파장이 더욱 커졌다.
성에 대해서는 ‘무조건 안된다’는 사회 청소년의 성의식과 성가치관은 성범죄 및 성폭력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따라서 청소년들이 어떠한 성태도나 성가치관을 가지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이들의 현재와 미래의 행동을 간접적으로 엿볼 수 있는 중요한 도구가 된다.
최근 각종 연구 결과에서 청소년들의 절반 이상은 이성교제의 경험이 있고 이러한 비율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임신과 낙태, 미혼모, 동성애, 성폭력 등의 문제 또한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신체 성장속도도 빨라졌고 분출하는 성적 에너지를 주체할 수 없는 청소년들로서는 이러한 문제를 금기시하는 사회분위기를 수긍하고 받아들이기보다는, 성을 금기하고 억압하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청소년들 스스로는 성과 관련되어 있는 문제에 관해 무조건 ‘미성년이기 때문에 안 된다’는 것이 논리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데, 주변의 어른들은 무조건 안 된다고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니 막상 어떠한 ‘상황’이 벌어져도 도움을 청할 수 없다.
우선, 청소년들의 성문화가 왜 이런 문제를 가지게 되었는가를 생각해보면 결국 가장 큰 원인을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사회 환경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청소년들은 어른들의 행동을 보고 이는 자연스레 그들의 성의식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청소년들은 설사 본인의 직접경험이 아니더라도 주변에서 또래집단, 혹은 대중매체 등을 통해 어른들의 성문화를 간접 경험하게 된다. 이를 통해 보면, 아직은 어려서 안 된다고 하면서 실제로 여관에서 돈만 내면 아이들을 받아주는 것도 어른이고, 청소년들에게 공식적으로 성관계를 안 된다고 말하지만 소위 영계문화를 외치며 아무런 죄책감 없이 적극적으로 돈을 주고 사는 것도 어른이다.
비단 성문화뿐 아니라, 인성보다는 물질을 더 중요시하는 물질만능주의 사회에서 청소년들은 그들의 모범이 되어야 하는 사회 지도층 어른들의 부정부패를 접하고 이중적인 사회에 모순을 느낀다.
이중적인 어른들 모습에 모순 느껴 이는 청소년들 성문화에서 문제점이 발생하는 이유는 흔히 원인으로 지적되는 예인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영화 때문에, 혹은 인터넷의 발달로 예전보다 포르노를 쉽게 접할 수 있어서라는 식의 단순한 어떤 한두 가지 원인 때문이 아니라 전체 사회의 도덕불감증으로 인한 부정적인 분위기의 영향이 청소년들의 가치관에 영향을 미쳐 그것이 성의식으로 발현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로, 청소년 가치관의 기초가 형성되는 가정 내에서의 교육 또한 청소년들의 성의식에 큰 영향을 준다. 가정 내에서 성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의 기초가 형성되지 못한다면, 이는 성인이 되어 사회에 나가서도 올바른 인식을 가질 수 없다.
그러나 흔히 성교육이라고 하면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성교육을 떠올리거나, 가정 내에서 실시되더라도 부모님이 이야기하기에 불편하고 껄끄럽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피하고 싶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부모들이 성에 대해 교육할 때에 교육의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성교육을 잘못 시켰다가 오히려 역효과만 나는 것은 아닐까”라고 걱정하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청소년들이 자신의 삶을 건강하고 윤택하게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가정의 성교육과 부모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청소년들이 가정에서 부모로부터 성교육을 받은 경우는 30%에도 못 미치고 성교육의 내용이 다양하지 못하고 순결이나 건전한 이성교제 등 다소 훈시적인 내용으로 부모의 성 태도를 전달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그럼에도 부모와 자유롭게 성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10대들은 그것을 기피하는 부모 밑에서 성장한 경우보다 첫 성교의 시기가 훨씬 늦어진다는 연구결과에서 나타난 것처럼 가정에서의 자녀들에 대한 부모의 관심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자녀들과 언제, 어떻게, 어떠한 내용의 성교육을 할 것이냐 하는 것이 더 중요한 과제일 수도 있다. 오랫동안 우리는 성을 금기시하여 되도록 못 본 척하는 것을 미덕으로 삼아왔지만 청소년들은 사회 속에서 이미 다양한 경로를 통해 성적 자극물에 노출되어 있다. 청소년들이 성에 대해 호기심을 보이고 고민하는 것은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는 표시이기도 하다. 가정 내에서 부모로부터 자신의 성적 성숙과정을 격려받고 지도 받을 때 청소년들은 성에 대한 긍정적 태도와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
성교육은 성지식 교육이 아니다. 성교육이란 자칫하면 생식기를 비롯한 성지식만을 의미한다고 속단해 버리기 쉽다. 그러나 진정한 성교육이란 이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며 인간의 교육, 성격의 교육, 개성의 교육이라는 말로 표현하는 종합적 교육을 의미하는 것이다. 성교육은 단순히 난자와 정자가 만나 아기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와 같은 내용뿐 아니라 남자와 여자는 어떠한 차이점이 있으며 서로 어떻게 지내야 하는가, 사회적인 위치는 어떠한가와 같은 모든 것을 포함하는 것이다. 성은 단순한 본능이 아니라 사랑과 친교관계를 바탕으로 한 인간관계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의 가정 내에서의 교육에 있어 청소년들에게 인성의 측면보다는 학교성적만 좋다면 모든 것이 용서되는 식의 입시위주의 교육만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자신의 아이만이 최고라고 생각하며 남을 배려하기보다는 자기 이익만 추구하는 아이로 키우는 부모들이 많다. 이러한 가정 내 교육들은 청소년들에게 바람직한 가치관을 형성해주지 못하고, 이는 그들의 성에 대한 가치관에도 영향을 미쳐 결국 올바른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데 있어 문제를 발생시킨다.
가정 내의 교육을 통해 배운 인간관계가 그대로 청소년들의 가치관을 형성하고, 사회에서의 인간관계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가정 내의 교육이 올바르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청소년들의 성가치관 또한 올바르게 형성된다는 것을 기대할 수 없다.
피임법 등 현실적·구체적인 교육 필요 세 번째로,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성교육도 문제가 있다. 가장 큰 문제점 중의 하나는 교육내용이 빠르게 성장하는 아이들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성교육의 내용이 청소년들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교육이기보다는 원론적이고 피상적인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보수적 경향은 아직 완강해서 학교 내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대부분의 성교육은 청소년들이 실제로 원하는 내용이나 방법과는 거리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예를 들어 선진국에서는 피임방법을 설명한다면 구체적으로 콘돔을 사용하는 방법이 교육내용에 포함되어 있고 청소년들이 학교 내 성교육 시간을 통해 이를 배울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우리나라의 경우는 정자와 난자가 만나 임신을 하게 되고 이를 막기 위해서는 피임을 해야 한다는 식의 피상적인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결국 학생들의 성행위 자체를 막을 수 없기 때문에 청소년의 임신이나 미혼모 발생의 증가는 당연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일부 교사가 구체적인 피임방법을 소개하려고 해도, 긁어 부스럼을 만든다고 생각하는 학부모들의 반대에 부딪혀 하지 못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청소년들이 경험하고 있는 성행동은 이미 저만큼 앞서가고 있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성지식 또한 매우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학교 내에서 이루어지는 성교육은 학생들의 성행동 현상과 동떨어지게 진행됨으로써 청소년들에게 나타나고 있는 성관련 문제들을 다루는 데 극히 제한적인 도움만을 줄 수밖에 없게 된다.
美 ‘성교육용 인형 키우기’ 교육 주목할 만한 미국에서의 성교육 프로그램 중 하나는 ‘성교육용 인형 키우기’ 실습이다. 여학생들에게 신생아와 똑같은 애기인형을 1주일 동안 직접 키우게 한다. 이 인형은 우유를 먹이기도 하고, 무엇인가 요구하며 울기도 한다. 인형 뒤에 있는 센서가 신생아와 같이 1시간에도 몇 번씩 운다.
학생들은 울 때마다 그 원인을 찾아서, 놀아주기(Attention), 밥 주기(Feed), 트림시켜주기(Burp), 기저귀 갈아주기(Diaper Change) 카드 중 하나를 꽂아줘야 울음을 멈춘다. 또한 육아일지도 매일 꼬박꼬박 써야 하고 항상 애기인형과 육아일지를 꼭 가지고 다녀야 한다. ‘성교육용 인형 키우기’를 경험한 여학생은 결혼 전 무분별한 성관계에 대해 피임의 중요성을 깨닫는다.
또한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대부분의 성교육은 편파적인 성적 태도를 담고 있는 경우가 많다. 물론 성보호라는 것은 중요한 문제이지만 청소년들에게 무조건 육체적인 순결만을 강조하여 그렇지 못한 경우는 문제가 있다는 식의 교육은 청소년들이 폐쇄적이고 편중된 성의식을 갖게 하는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 또한 성교육에 있어 과거 남성우월주의 시각에 입각하여 남녀를 동등한 존재로 취급하기 보다는 남성이 성적인 측면에 있어서 사회적으로 우월하며 여성은 피해자가 되기 쉽다는 식의 교육 또한 양성평등의 시각에 어긋나며 청소년들에게 바람직하지 못한 성가치관을 가지게 할 수 있다.
학교 성교육의 방법에 있어 선진국은 청소년들에게 성교육을 실시할 때 소그룹형식을 이용한 토론이나 브레인스토밍, 그리고 다양한 매체를 이용하는 등 대상자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여러 가지 방법들이 이용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이루어지는 학교 성교육의 대부분은 일방적으로 지식을 주입시키고 학생들은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하는 강의식 교육이 주가 되고 있다.
제대로 거절하는 법 배우는 ‘SWAT’ 그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하여 성에 관한 지식과 인식을 높여야 하고, 청소년의 건강한 성의식에 대한 긍정적 태도를 개발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하고, 에이즈, 성병과 임신이라는 위험이 있는 육체관계와 다른 성 행위들을 삼가기 위한 수행 기술과 자신감 등을 제공해야 한다.
미국 정신건강국가연구소에서 개발하고 학교 제도권이나 비 제도권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미국 국가위원회에서 증명된 교재인 ‘MAKING A DIFFERENCE’에서는 친구나 파트너로부터 오는 성적인 요구나 압력에 반응하는 타협과 거절 등을 ‘SWAT : S-효과적으로 NO라 말하라, W-이유를 말하고 설명하라, A-대안을 제시하라, T-문제를 논하라’ 기술을 통해서 거절과 상호 이해 기술을 학습한다. SWAT 기술을 역할극을 통해서도 사용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청소년들은 범람하는 성 정보에 노출되어 있는 반면에 올바른 성가치관은 미처 확립되지 않아 이로 인해 잘못된 성의식을 가지고도 문제점을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흔히 성이라고 하면 쾌락의 측면만 떠올리기 쉬우나 실제로 성은 쾌락뿐만 아니라 생명과 사랑이 함께 있어야 완성되는 존재이다. 성은 단순한 본능이 아니라 사랑과 존중, 책임감을 기반으로 하는 인간관계의 표현이다. 청소년들이 성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과 이성관을 정립하는 것은 건전한 가정생활 및 사회생활을 하는 것에 큰 영향을 준다.
이러한 성에 대한 가치관의 정립에 있어 학교가 지식의 전달 면에서 중요하다고 한다면 부모는 행동적인 일상생활에서의 중요한 안내자이다. 또한, 사회의 모든 성인들은 청소년들의 가치관 형성에 영향을 주는 사회교육자이다. 청소년들의 성과 관련 있는 문제 발생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내용과 방법이 성교육에서 더욱 더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과연, 가정은, 학교는, 사회는, 그리고 우리는 제대로 된 역할을 하고 있는가. 꼭 한 번 생각해 봐야 할 문제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