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정 일 그릇된 경제논리로 인한 교원경시풍조로 교육열기 식어 정년 환원해야 교육력 회복된다.
지금 우리 학교에서는 교실이 파괴되고, 학교공동체가 무너지고, 교육이 황폐화 되어가고 있다. "학교는 있어도 진정한 교육은 없고, 선생은 있어도 가르치고자 하는 의욕이 없으며, 학생은 있어도 배우고자 하는 열의가 없다"고 하는 것이 우리 교육의 현주소이다. IMF 위기보다 더 심각하고 위험한 교육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높다고 하는 우리의 교육열이 학교현장에서 싸늘하게 냉각되고 있다. 교육이 실패하면 나라가 망하는 법인데 우리 교육은 총체적으로 붕괴되고 있다. 학교는 교사에게 보람과 긍지를 갖게 하는 '교육의 장'으로, 학생에게는 꿈과 희망을 주는 '학습의 장'으로, 학부모에게는 자녀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신뢰의 장'이어야 한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학교는 어느 누구에게도 만족을 주지 못하는 장소로 변하고 있다. 기본적인 학교질서와 사제관계가 붕괴되고 있으며, 공동체 의식이 깨어지고 있으며, 더 이상 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학교 무용론마저 대두될 지경에 이르렀다. 얼마 전 '조선일보'에 "교실이 무너지고 있다"는 기사가 연재되면서 교실파괴 현상이 상세하게 알려졌다. 학교에 잘 나오지 않는 학생들, 수업시간에 잠을 자거나 뛰어 다니는 학생들, 교사의 지시를 우습게 여기고 질책을 하면 반항하는 학생, 그래서 학생지도를 겁내는 교사, 내신성적 때문에 자퇴가 만연하고 있는 특목고 등이 그 예이다. 여기에 집단괴롭힘과 학생폭력마저 성행하고 있으니 학교는 수업이 진행될 수 있는 최소한의 여건마저 잃어가고 있다. 지난 6월에 창립된 시민운동단체인 '학교바로세우기실천연대'(학실련)가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교원, 학생, 학부모 상호간에는 단순히 가르치고 배우는 관계일 뿐 신뢰관계도 없고 오히려 불신과 대립만이 지속된다고 답한 교원이 62%나 되고, 학부모와 학생도 각각 42%, 39%가 되고 있다. 학교공동체간 불신의 원인으로서 교원들은 정부주도 교육개혁정책과 그 부작용을 들었다. 또한 교원에 대한 근래의 사회적 예우나 존경은 과거에 비하여 상당히 낮아졌다고 하는 것이 밝혀졌다. 이처럼 학교공동체가 무너지면서 학교가 교육력과 학생들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정부가 정치 경제적 논리에 따라 무리하게 교육개혁을 추진한데 있다. 이를 보다 구체적으로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교원 정년단축으로 인한 교원들의 사기저하와 교원 수급상의 차질이다. 그릇된 경제논리와 고령교사 무능론을 내세워 교원의 정년을 일시에 3년이나 단축시키는 쿠데타적인 개혁과정에서 교원 경시풍조가 유발되었으며 이는 대량 명퇴파동으로 이어졌다. 이로 인한 교원 결원을 보충하기 위하여 중등교사자격증 소지자를 초등교원으로 임용하고, 교과전담으로 임용된 교사에게 담임을 맡기고, 명퇴한 교원을 기간제교원으로 임용하는 등 교원정책이 파행적으로 운용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학교에서 교원이 보충되지 않아서 수업결손이 생기고 있고, 결원을 보충한 경우에도 수업의 질적 저하가 예견되고 있다. 둘째는 교원노조 합법화로 인한 교직의 노동직화와 교직사회의 분열이다. 교직은 전문직임에도 불구하고 교직을 노동직으로 규정함으로써 전문직 종사자로서의 자긍심과 책무성을 상실하게 되었다. 더구나 한 학교의 교원들이 두 개 혹은 세 개의 교직단체로 분할됨으로써 교원들간에 갈등이 생겨나고 교직사회가 안정성을 잃게 되었다. 셋째는 수요자 중심의 교육개혁이 교권을 훼손시켰다. 교육은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는 경제활동과 전혀 다른 활동임에도 불구하고 경제논리에 바탕을 둔 수요자 중심의 교육개혁을 추진하였다. 학생의 담임선택제, 학부모의 교원평가제, 임금피크제, 학생체벌금지 등으로 인하여 교원들은 주체성을 박탈당하고, 교육에 대한 사명감과 열의가 크게 감퇴되었다. 넷째는 교육재정의 대폭적인 감축이다. IMF 구조조정을 빙자하여 교육재정을 GNP의 5% 수준에서 4.3% 정도로 삭감함으로써 한국 교육은 후진국 수준으로 추락하고 있다. 학교운영비와 인건비의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교원당 학생수가 증가하는 등 교육여건이 전반적으로 악화되고 있으며, 이로 인한 교육의 질적 수준의 저하가 우려된다. 20세기를 마감하고 새로운 세기를 준비해야 하는 현재 우리는 심각한 교육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학교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서며, 경제성장도 국가발전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학교가 교육력을 회복하고 교원이 긍지와 사명감을 가지고 교단에 설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는 교육 공동화의 원인에 대한 근원적인 처방을 해야 할 것이다. 특히 교원의 정년을 65세로 환원시키고, 교육투자를 GNP의 6% 수준으로 확충하는데 총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학교바로세우기실천연대 운영위원장,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