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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네트 이지메’로 몸살

이지메에 의한 청소년 자살 때문에 고심하고 있는 일본에서 인터넷과 휴대전화 메일을 이용한 신종 ‘네트(Net) 이지메'가 기승을 부려 새로운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네트 이지메는 다양하고 교묘하며 악질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일본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한동안 일본 전국을 뜨겁게 달구었던 이지메 문제는 지금도 여전히 일본 교육분야 뉴스의 단골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학교 내·외에서 직접적으로 발생한 이지메로 인한 피해 보도 말고도, 이제는 기존의 이지메 유형에서 벗어난 새로운 형태의 이지메 출현까지 일본의 교육현장은 새로운 대책 마련으로 고심하고 있다.

2006년에만 5천건 적발
신종 이지메는 이른바 ‘네트(NET) 이지메’(인터넷·휴대전화를 통한 이지메)로 불린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2007년 11월 15일에 발표한 이지메에 관한 2006년도 전국조사결과에서 전국 초·중학교, 고교의 이지메 인지 건수가 12만 5000건에 이르렀으며, 이 가운데서 전자 메일과 인터넷 게시판을 이용한 이지메가 5000건 가까이 있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혔다. 이번 문부과학성에 보고된 인터넷에 의한 이지메 가운데는 학생들에게 심각한 영향을 끼친 경우가 많다.

일본 센다이시내의 중학교 3학년 남학생은 2006년 가을, 인터넷 게시판에서 ‘죽어라’, ‘이 세상에서 꺼져버려’ 등의 말을 보게 되었다. 경찰이 수사에 적극 나서 비방과 중상의 말을 기재한 학생 2명이 가정재판에 송치되었으나 피해 남학생은 등교 거부를 하게 되었고 결국 전학을 하고 말았다. 또한 아키다시내의 중학교 3학년 남학생은 인터넷 포르노 소설 투고 사이트에서 주인공으로 둔갑되어 실명이 게시된 이후 일시적으로 학교를 다닐 수 없게 되었다. 물론 경찰이 명예훼손 혐의로 수사하였으나 누가 기재하였는지는 찾아내지 못했다.

조사 대상의 시기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2007년 7월에 자살한 고베시의 고교 3학년 남학생은 동급생으로부터 휴대전화와 메일로 여러 차례 돈을 요구당한 것 외에, 인터넷 사이트에서 나체 사진과 험담이 투고되었던 일이 뒤에 판명되었다. ‘전국웹상담협의회’(사무국 동경)의 야스가와 이사장은 “네트를 이용한 이지메는 최근 1년 사이에 아주 빠른 속도로 악질화 되었다”라고 말한다.

최근 1년간 빠른 속도로 확산
이 협의회에는 연일 아이들로부터 자신의 얼굴이 언제 촬영되었는지도 모르게 메일로 사진이 전송되기도 하고, 개인 소개용 홈페이지에 마음대로 사진이 올려져 원조교제를 하고 싶다고 기록되는 등의 내용의 상담이 밀려들고 있는 상황이다. 비방과 중상의 메일이 순차적으로 동급생들 사이에 전송되는 ‘연쇄 메일’이나 이름과 메일 주소를 속이고 메일을 보내는 ‘위장 메일’ 등 수단도 그야말로 다양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교사와 보호자가 모르는 사이에 학교 이름을 내건 게시판이 인터넷 상에 개설되어 학생들을 비방하는 글들이 올라오는 사례도 끊이질 않고 있다. 일명 ‘학교 비공식 사이트’로 불리는데 개설자는 거의 해당 학교의 학생이라고 한다. 주로 정보 교환이나 교류를 위해 사용되지만 이 가운데는 익명으로 친구의 험담을 하거나 악소문을 퍼뜨리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서버 관리자에게 삭제를 의뢰하지만 입력한 사람이 누구인지 모르기 때문에 등한시되어 삭제되지 않고 있는 게시판도 더러 있다는 것. 게시판을 학교가 관리할 수 없는 이상 학생들에게 개인을 비방하지 않도록 차분하게 호소하는 방법 밖에 없다는 것이 학교 측의 이야기이다.

학교는 모르는 ‘학교 비공식 사이트’ 개설도
며칠 전 TV 뉴스에서 본 내용이 기억난다. 역시 인터넷을 이용하여 범죄 행각을 벌인 경우인데, 한 젊은 남자가 인터넷에서 고교생을 비롯한 젊은 여성들의 신상 정보를 입수하여 무려 500여 통의 휴대 전화와 메일을 동시에 발송하였다. 그 가운데 사기 행각에 걸려 든 여성은 9명.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당신은 야쿠자(폭력조직)로부터 표적이 되고 있다’라는 메일을 받는다면 누가 쓸데없는 장난을 한 것이라고 치부하고 무시하면 되는데, 그 가운데는 두렵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하여 반응을 보이게 되는 경우도 생긴다는 것이다. 그렇게 한 번이라도 반응을 보이게 된 여성들은 그 남자의 계획대로 말려들고 마는 수순이다.

‘익명성’ 때문에 대응책 찾기 어려워
네트에 의한 이지메는 익명인 탓으로 학교는 효과적인 대응책을 찾아내기가 힘들다는 것이 문제이다. 후쿠시마현 내의 공립 중학교 학생 지도교사는 메일이나 인터넷 게시판은 다른 친구들의 험담을 하는 한 가지 수단이 되고 있으며, 그만 두게 하고 싶어도 누구를 지도해야 할 지 모르겠다며 최근의 고충을 털어 놓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학교 비공식 사이트’를 감시해 학교에 통보하거나 사이트 관리자에게 삭제를 의뢰하기도 하는 IT업자도 등장했다. 2007년 7월부터 유료 서비스로서 시작되었는데 벌써 지역 교육위원회나 사립 고교 등으로부터 10건 정도의 의뢰가 들어오고 있다고 한다.

어떤 사건이든지 실제로 발생한 건수와 매스컴을 통해 보도되는 건수는 실제적으로 차이가 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일본 군마대학의 정보미디어론 교수는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는 아이들의 숫자를 생각하면 5000건은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아이들은 반쯤은 놀이처럼 비방과 중상의 말을 기재하고 있으며, 피해를 당하는 쪽의 상처를 이해시키는 교육을 교사나 보호자가 시급하게 행할 필요가 있다는 말도 더불어 강조한다.

‘네트에 의한 이지메’를 각종 언론 보도를 통해 접하면서 단순히 다른 세상 이야기로 덮어 버리기에는 그 양상이 위험 수위에 이른 것이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에서도 간혹 연예인들과 관련하여 일부 네티즌들이 정도가 지나친 악플을 달아 결국 사이버수사대에 검거되는 이야기를 보기도 한다. 흔히 있는 악플의 경우라면 연예인이니 어느 정도 감수한다고 하겠지만 당사자의 명예에 치명적이거나 악의성이 농후할 때에는 그대로 방치할 수 없는 노릇이다. 자신이야 단순한 생각으로 글을 올렸다 하더라도 그 피해를 입게 되는 사람에게는 결코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되는 것이다. 네티즌들의 상식 없는 무분별한 악플 기재 또한 익명을 내세워 네트를 이용한 전형적인 유형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문부과학성의 이번 조사에서는 학교에서 파악한 이지메의 80%가 연도 내에 해결되었다고 보고되고 있으며 조사를 통해 이지메에 대한 학교의 인식이 심화되어 대응이 진전되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결국은 학교는 어떤 유형의 이지메이건 아동·학생으로부터 이지메에 관한 모든 정보를 얻어내어 조속히 대처할 수 있는 체제 구축이 무엇보다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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