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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0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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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살아가는 세계아이들, 슬기롭고 씩씩하게!"

 문명의 발달로 세계는 점점 좁아지고 있지만, 낯선 나라의 다른 문화에 적응하며 살아가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이제 갓 자기가 속한 사회의 문화를 배워가기 시작한 어린 아이들의 경우 이러한 고충은 성인보다 몇 배는 더할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이제 수많은 외국인이 거주하고, 가르쳐야 할 외국인 자녀들도 점점 늘어가고 있다. 전혀 다른 문화, 다른 언어를 사용해 온 외국인 자녀들이 우리나라에 적응하기 위해 교육은 필수적이지만, 그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가에 대한 우리의 경험은 아직 부족하다. 특히, 외국인 학교가 아닌 일반 학교에서의 고민은 더욱 깊을 수밖에 없다. 이에 외국인 특별학급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는 초등학교 두 곳을 소개하고 다문화 교육에 관한 고민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

“민족은 다르지만 이 아이들도 우리의 미래가 될 수 있다” -안산 원일초등학교
 많은 산업시설만큼 외국인 노동자도 많이 거주하고 있는 안산시 단원구 선부 1동에 위치한 원일초등학교(교장 권상근)는 경기도교육청에서 지정한 ‘외국인근로자 자녀 특별학급’을 운영하고 있다.
 원일초 외국인 특별학급에는 현재 9개국에서 온 14명의 학생이 수업을 받고 있는데, 특별학급이라고 해서 일과를 완전히 특별학급에서 따로 받는 것이 아니라 일반학급에 원적을 둔 채로 수업을 듣다가, 특별학급 수업시간이 되면 교실을 옮겨 수업을 받는다. 수업은 주로 생활과 언어 적응을 위주로 이뤄지며, 숙달 정도에 따라 2개조로 나누어 진행한다. 외국인 근로자 특히, 불법체류자의 경우는 한국어를 쉽게 습득하지 못하고 한국생활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 이러한 모습은 그들의 자녀에게도 그대로 옮겨지기 때문에, 특별학급 운영의 초점은 무엇보다 한국에 대한 적응에 맞춰져 있다.


한국어를 모르는 부모, 후행학습에 한계
 수업은 한국어로 진행되는데, 굳이 한국어 수업을 따로 시킬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아이들의 한국어 발음이 대단히 정확하다. 하지만 아직 글을 잘 모르기 때문에 한국어 교육은 필수라고 한다. 보통 한국어를 제대로 알아듣는 데 1년, 숙달해서 사용하는 데 3년 정도가 걸린다. 좀 더 열심히 하면 기간을 줄일 수 있을 것도 같지만, 학교에서 열심히 가르쳐도 집에 돌아가면 부모들이 한국어를 전혀 모르는 경우가 많아 후행학습이 이루어지질 않는다. 한국의 농촌 남성과 외국인 여성이 결혼해 이룬 일반적인 다문화가정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여기에서 학급운영의 고민이 시작된다. 학생들이 1학년 때부터 특별학급에서 수업을 받으면 언어숙달에 3년의 시간을 투자한다고 해도 나머지 3년 동안 노력해 다른 학생들과 원활한 수업이 가능하지만 학령이 높은 상태에서 입학하는 경우가 많이 이 또한 여의치가 않은 실정이다.
 중학교 진학을 위해 고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준별 개별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중학교에 진학을 하지 못하거나, 입학을 하더라도 중간에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중학교 진학에 큰 어려움
 언어문제 외에도 어려움은 있다. 법규상 중학교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초등학교 6년 과정을 이수해야 하는데, 학령이 높은 상태에서 입학하는외국인 근로자 자녀의 경우는 6년을 채우기에는 일반학생들과 나이차이가 너무 많다. 그러다보니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고, 중학교에 진학한다 해도 중학교에는 아직 외국인 자녀를 수용할 만한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아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뿐 아니라 일반학생들의 보이지 않는 텃세가 어려움을 가중시킨다고 한다.

학교교육에 확 달라지는 아이들
 학교에 들어 온 후 태도가 확 달라지는 아이들을 보며 보람을 느낀다는 손소연 담임교사는 “더 많은 아이들이 학교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문호가 개방되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특히 불법체류자 자녀의 경우 2년 내에 모든 것을 정리하고 출국해야 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교육을 받기 어려운데, 학교를 마칠 때까지만이라도 국내에 체류하게 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인근의 원곡초등학교에 특별학급이 새로 지정되어 좀 더 많은 학생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원일초 권상근 교장은 “여러 나라에서 온 학생들을 담당교사 혼자 가르치려니 언어문제 등 어려움이 많았다”면서 “원곡초등학교에도 특별학급이 생겼으니 국적별로 서로 나눠 가르치자고 건의하는 것을 고려 중”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끝으로 권 교장은 “비록 민족은 다르지만 앞으로 우리나라의 구성원으로서 한 부분을 담당하게 될지도 모를 외국인 근로자 자녀들이 바르게 자랄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학교에 대한 즐거운 기억으로 교육외교를 실천” -대전자운초등학교
 육,해,공 삼군의 교육기관이 모여 있는 자운대 안에 위치한 대전 자운초등학교(교장 정종진)는 외국에서 국내로 유학 온 외국군 자녀 특별학급을 운영하고 있다. 군부대 내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도 그렇지만 자운초의 외국인 특별학급은 다른 학교와는 큰 차이를 보인다. 비록 우리나라보다 후진국인 경우가 많지만 대부분 자신의 나라에서 엘리트로 꼽히는 영관급 이상 군인들의 자녀이고 1~2년 정도 단기체류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학생들을 한국화하는 것이 주목적인 다른 외국인 특별학급과는 교육목적이나 과정에 차이가 있다.

한국에 애정을 갖도록 하는 교육

 자운초 정종진 교장은 특별학급의 운영방향을 묻는 질문에 대해 ‘교육외교’라는 말로 답한다. 앞으로 자기 나라에서 중요한 인재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은 학생들이 우리나라에 대한 애정을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한국어 교육 등 우리나라에서 생활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교육은 실시하지만, 굳이 짧은 시간 내에 한국화를 시키려하기보다는 우리 문화를 경험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를 위해 사물놀이 발표회, 유성 장날 체험, 태권도 교육, 국악수업 등 체험 위주의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학생들이 생활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앨범으로 만들어 보관하는 등 오랜 시간이 지나 다시 우리나라를 찾았을 때 자신들의 흔적을 찾을 수 있도록 기록물을 보관하고 있다.
 자운초의 외국인 특별학급은 2007년 매일 아침, 저녁으로 정 교장이 외국인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우리말 교육을 시킨 것이 계기가 되어 지난해 처음 만들어졌고 올해는 2개 반으로 확대 편성됐다. 학년 구분 없이 보통 5~9개국 10~20명의 학생으로 운영되며, 현재는 요르단, 터키, 브라질 등 5개국 13명의 학생이 수업을 받고 있다. 자운초 역시 특별학급에 속하더라도 원적은 일반학급에 두고 오전 시간에만 교실을 옮겨 수업을 받는다. 우리나라에 온 지 얼마 안 되고 영어가 가능한 학생들이 많아 수업은 보통 영어로 진행되는데, 새로운 단어가 나오면 각자의 모국어와 영어, 한국어로 차례로 읽어보는 방식으로 학생의 이해를 돕는다.

외국인 학생을 통해 국제적 시각 키워
 특별학급 운영이 외국인 학생에게만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일반 학생들도 외국인 학생과 함께 생활하며 외국의 문화를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어 국제적인 시각을 키우는 데 효과가 크다고 한다. 특히 매월 돌아가며 외국인 학생과 국내 학생을 단짝 친구로 정해 서로 편지나 선물을 주고받고 집에 초대해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외국인 친구와 1:1 단짝친구 맺기’는 다른 일반 학교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학습기회이다. 또한 터키의 날, 브라질의 날 등 매월 한 차례 다른 나라에 관한 정보를 소개하고 음식과 복장을 경험하는 행사를 개최해 세계의 여러 문화를 체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있다.

가르치는 기쁨에 외교를 한다는 보람이 더해
 학생들을 집으로 초대해 우리의 예절을 가르치는 등 학급운영에 생활의 많은 부분을 할애하는 것이 힘들기도 하지만 가르친다는 즐거움에 더해 외교도 함께 한다는 보람을 느낀다는 임수진 교사는 “앞으로도 아이들에게 한국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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