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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 마음의 눈은 시력 2.0 - 인천혜광학교

인천·경기지역의 유일한 시각장애 특수학교인 인천혜광학교(교장 명선목). 눈이 불편한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이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진 않을까 걱정했지만 그것은 기우에 불과했다. 유치부부터 고등부까지 폭넓은 연령층과 장애의 정도를 고려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과 교사들의 배려 속에서 인천혜광학교 학생들의 표정은 그 어느 학교 학생보다 밝았다.

인천혜광학교(교장 명선목)는 인천 • 경기지역 유일의 시각장애인 특수학교다. 유치부부터 고등부까지 총 123명의 학생이 재학하고 있으며, 다른 장애인 학교와 마찬가지로 정부의 지원을 받아 수업료와 급식비 등 일체의 교육과정이 무료다. 그리고 2008년부터는 전공학사 과정에 해당하는 3년 과정의 전공부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아직까지 정식으로 학점을 인정받지는 못하고 있지만 3년째인 내년부터는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반학교에서 쓰는 ‘초등학교’나 ‘고등학교’같은 명칭이 아닌 ‘학교’라는 이름을 갖고 있지만, 인천혜광학교 역시 국가에서 정해준 교육과정을 따르는 정식학교로 모든 학력이 인정된다. 확대독서기, 점자 출력기, 음성도서 제작을 위한 녹음실 등 시각장애인을 위한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일반적인 교육과정 외에도 시각장애인의 사회적응과 사회진출을 돕기 위한 맞춤형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나는 할 수 있다! 우리는 할 수 있다!”

이 학교의 명선목 교장은 늘 교직원과 학생들에게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을 강조한다. 이런 생각은 인천혜광학교의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그대로 드러난다. 중 • 고등부는 매년 여름 • 겨울에 각각 국토순례와 스키캠프를 실시하고 초등부는 승마교육으로 자기극복을 통한 자신감 배양의 기회를 갖는다. 또 학생들의 다양한 재능을 발굴하기 위해 학생 눈높이에 맞는 예체능 교육을 하고 있다.
눈이 불편하기 때문에 이러한 활동 자체가 어렵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비장애인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재능을 보이기도 한다. 음악을 담당하고 있는 황수진 교사는 “장애가 없는 학생들에 비해 놀라울 정도로 음감이 좋다. 소리만 듣고도 배운 적도 없는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에는 정말 많이 놀랐다”며 학생들의 재능을 높게 평가했다. 현재 1인 1악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학생들의 실력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현악, 관악, 사물놀이를 망라한 오케스트라를 구성할 계획이다.
이런 혜광학교 학생들의 재능은 시각과 밀접한 관계가 있을 것 같은 미술 • 체육 분야라고 해도 전혀 빛을 잃지 않는다. 미술의 경우 잘볼 수 없기 때문에 애초에 사물에 대한 인식이 어렵고 표현하기도 쉽지
않을 것 같지만, 다른 감각기관을 통해 세상을 받아들이고 표현해내는 창의력을 눈여겨봐야 한다. 김영린 미술 담당교사는 “분명, 잘 볼 수 없기 때문에 어려운 점은 있다”면서도 “촉각 등을 이용해 부분 부분을 인식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조합해 표현해내는 창의력은 대단하다. 단순히 문화적 수혜를 받는 것이 아니라 창조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독특한 창의력을 통해 만든 대형 코끼리 작품은 인천세계도시축전 에이블아트 전시회에 전시돼 큰 빛을 발했다.
체육 분야에서의 활약은 더욱 두드러진다. 고등부의 박성수 학생이 지난 7월 미국 콜로라도에서 열린 ‘2009 IBSA(국제시각장애인스포츠연맹) 세계유소년선수권대회’에 참가해 50m 접영에서 동메달을 획득했고, 전국장애학생체전에서는 석은선 학생이 육상 2관왕에 올랐다. 이 밖에 김남오 학생과 조한솔 학생이 각각 골볼과 육상 부문 국가대표로 선발돼 도쿄아시아장애청소년경기대회에 출전했으며, 박홍길 체육담당교사가 골볼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았다. 특히, 인천혜광학교 골볼팀은 우리나라 정상을 다툴 정도로 대단한 실력을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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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은 것보다 더 많이 나눠주라”
학생들의 사회진출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이료교육 역시 인천혜광학교를 설명하는 데 있어 빼놓을 수 없다. 이료(理療)란 물리적 요법을 이용해 치료하는 것을 일컫는 말로, 흔히 안마를 연상하지만 이료와 안마는 엄연한 차이가 있다. 이료에서 말하는 물리적 요법은 안마를 비롯해 침, 뜸, 전기치료, 교정, 지압을 모두 포함한다. 사람의 몸을 치료하는 행위기 때문에 해부생리학과 같은 양의학적 과목부터 침술 등 동양의학적 과목까지 9개 과목에 대한 이론과 실습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고등학교 3학년이 되면 임상실습실을 방문한 외래환자를 직접 치료하는 과정도 있다. 이료부장인 장미향 교사는 “이료 역시 사람을 치료하는 인술이기 때문에 학생들이 사람의 아픔을 이해하고 정성껏 치료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춰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혜광학교 학생들은 이렇게 배운 이료를 이용해 매주 화요일 복지관이나 노인정 등을 방문, 이료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제11회 푸르덴셜생명 전국중고생자원봉사대회에서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인천혜광학교는 RCY(청소년적십자) 봉사활동도 하고 있다. RCY 봉사단을 맡고 있는 김학년 교사는 “13년 전 처음 이 학교에 부임했을 때 주변의 곱지 않은 시선에 자꾸 위축되는 아이들을 보며 이대로 두면 더 큰 벽이 생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외 봉사활동을 통해 그 벽을 무너뜨려야겠다는 생각으로 봉사단체를 만들게 됐다”고 교내에 봉사단을 처음 결성했던 당시를 회상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RCY 봉사단은 초기에는 자신의 몸에 손대는 것조차 싫어하는 사람들 때문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학생들의 진심어린 봉사활동으로 이제는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10년째 매년 여름방학에 실시하고 있는 소록도 봉사활동은 그곳 한센병 환자들이 아주 손꼽아 기다리는 날이 됐다.
불편한 몸임에도 이렇게 적극적인 봉사활동을 펼치는 이유는 국가와 사회로부터 받은 것 이상으로 베풀 수 있는 사람을 길러내야 한다는 명 교장의 교육방침의 영향이 컸다.

일반학교 학생도 지원
이렇게 맞춤형 시설과 교육과정을 갖고 있는 특수학교가 있음에도, 아직 많은 학생들이 불편함을 감수하며 일반학교에 다니고 있다. 특수학교에 다니기 위해서는 시각장애등급이 필요한데 장애등급을 받는 것 자체에 대한 거부감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특수학교에 대해서도 비슷한 편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완전히 실명을 한 상태에서도 일반학교를 고집하는 경우가 있다.
인천혜광학교 내에 마련된 인천저시력센터에서는 이런 학생들을 위해 진학 • 취업 상담서비스와 보조공학기구를 제공하고 있다. 이 센터를 담당하고 있는 이석주 교사는 “장애인의 사회진출에 대한 편견도 많이 줄었고 국가로부터 여러 혜택도 받을 수 있는데, 막연한 거부감 때문에 일반학교에서 힘든 생활을 하고 있는 학생들을 보면 안타깝다”면서 “이런 학생들을 위해 센터의 기능을 내실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필요한 것은 배려가 아닌 바른 인식

장애를 가진 아이들은 자존감에 대한 욕구가 커서 자신을 확인할 수 있도록 도전의식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이들을 대할 때에도 배려를 하려하기보다는 똑같은 학생이라는 바른 인식을 갖고 편안하게 대해야 한다. 비록 눈이 잘 보이지는 않아도 당황하거나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면 금세 알아차리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막연히 장애를 정신적인 부분까지 연관지어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물론 그런 경우도 있지만 시각 장애인은 시력에 문제가 있는 것이지 다른 부분까지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도 반드시 알아두어야 한다.
하지만 평소 장애인을 자주 접하지 않은 비장애인이 막상 이들과 마주쳤을 때 아무렇지 않게 대하기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인천혜광학교 교사들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자주 마주할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인천혜광학교의 활발한 대외활동에는 이런 점을 고려한 측면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일방적인 노력으로 이런 문제가 해결될 수는 없다. 일반학교에서도 막연히 배려를 강조하는 이론 위주의 교육이나 이벤트성 체험행사를 하기보다는 이들을 자연스럽게 접할 기회를 자주 마련하는 것이 더욱 필요하지 않을까.
| 강중민 jmkang@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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