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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을 이어온 구국인재 육성의 꿈

올해로 개교한 지 103년이 되는 서울 오산중학교(교장 최종후)는 들어서는 순간,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오산학교 설립자인 남강 이승훈 선생의 흉상과 개교 100주년 기념비가 오랜 역사를 느끼게 하고, 언덕을 휘감아 오르는 길과 김소월 시인의 시비에서는 고즈넉한 여유를 느낄 수 있다. 평안북도 정주에서 터를 옮겨 서울 용산에 자리 잡은 지 50여 년, 긴 세월이 흐른 이유도 있겠지만 특히 더 이런 느낌을 받게 되는 이유는 오산중이 아직도 민족학교로서 나라와 겨레를 위한 인재를 양성하는 데 교육의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교정 곳곳에 서려 있는 애국정신

이승훈, 안창호, 신채호, 조만식, 김기홍…. 우리 역사에 특별한 관심이 없더라도 누구나 알만한 독립운동가들이다. 이들은 외세의 침입으로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던 1907년 나라를 구할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오산학교를 세웠고, 여기서 김억, 김홍일, 염상섭, 함석헌, 김소월 등 우리나라 근 · 현대사에 큰 업적을 쌓은 많은 인재를 배출했다.
“낙심하지 말고 겨레의 광복을 위하여 힘쓰라. 내 유해는 땅에 묻지 말고 생리표본을 만들어 학생들을 위하여 쓰게 하라. 그리고, 서로 돕고 낙심하지 말고 쉼 없이 전진하라.”
학교 곳곳에 걸려 있는 설립자 남강 이승훈 선생의 유훈은 100년이 지난 오늘도 학생들에게 나라와 겨레를 위한 인재가 될 것을 당부한다. 요즘 많은 학교의 교실이나 복도에 ‘글로벌 인재’나 ‘미래 사회’ 같은 말이 들어간 문구가 걸려 있는 것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선배들의 정신을 그대로 전하는 오산역사관
이런 선배들의 정신은 1987년에 개관한 오산역사관을 통해 후배들에게 그대로 전해진다. 앞서 언급한 인물들을 비롯한 독립운동가와 군사, 예술, 사상 등 여러 분야에서 활약한 선배들의 발자취를 오롯이 담고 있는 오산역사관은 한 번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학생들이 자부심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또, 2008년부터 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 역사의식 함양을 위한 창의적 재량활동 ‘겨레와 함께한 오산人 五山학교’도 선배들의 인생역정을 당시의 시대상과 연결해 살펴봄으로써 학생들이 자아정체성을 확립하고 역사의식을 함양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오산중의 교육을 두고 사람에 따라서는 너무 지난날의 가치를 목표로 삼고 있는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 나라에서 태어나 살아가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소양을 강조하는 것이지 단순히 과거에만 얽매여 있는 것은 아니다. 역사정신을 강조함과 동시에 미래 사회를 주도하는 창의적이고 진취적인 인재를 육성하려는 오산중의 노력은 여러 교육과정을 통해 명확히 드러난다.

전국적 명성을 얻고 있는 NIE

2009년 제6회 매일경제 NIE 경진대회에서 3학년 김기현 학생과 홍인표 학생이 각각 학생부문 대상과 특별상, 교사 부문에서는 조성백 교사가 최우수상을 받는 등 오산중의 NIE는 이미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오산중의 NIE가 이런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평소 사회과 수업에 신문을 적극 활용한 결과다. NIE는 3학년 일반사회 시간에 주로 활용된다. 3차시를 주기로 1차시에는 기본적인 지식전달을 위한 교사 중심의 강의를, 2차시에는 숙지를 위한 선택집중 반복학습을 하고, 마지막 3차시에는 신문을 통해 수업에서 배운 내용이 실제 우리 사회에서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를 확인한다. 이때 수업은 자기주도적 학습지를 활용해 학생 스스로 정보를 탐색하고 그 내용을 요약해 글로 써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러한 수업방식은 암기과목으로 오해하기 쉬운 사회과의 원 취지를 학생들이 올바로 이해하고 흥미를 갖게 하는 데 큰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신문에 실린 그날그날의 가장 중요한 이슈를 통해 직접 경험할 수 없는 영역에 대한 간접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이득이 많다.
최근에는 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는 UCC 동영상도 수업에 적용하고 있는데, 학기 당 2차례 정도 동영상을 만드는 과정을 통해 배운 지식을 되새기는 효과가 있고 적용할 수 있는 영역이 넓어 사회과뿐 아니라 국어과와 도덕과에도 적용하고 있다.

공부는 학생 스스로 하는 것
오산중의 교육방침 중 하나는 바로 ‘물고기를 잡아주기보다는 잡는 법을 가르친다’는 것이다. 즉, 학생들의 자기주도학습을 지원하는 데 중점을 두는 것인데, 이를 위한 프로그램을 올해부터 본격 가동했다.
‘공부의 달인 되기’라는 제목이 붙은 이 프로그램은 상담을 통해 학생이 목표를 설정하도록 하고, 매일 아침 자습시간에 스스로 학습계획을 세워 실천해 나가도록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해 ‘공부의 달인반’이라는 방과후 학교로 시작됐는데, 학력 신장에 큰 효과를 보여 올해부터 14개 정규 학급이 자율적으로 참가하기로 했다.
방과후 학교인 ‘공부의 달인반’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계속 운영한다. 전교생 대상으로 2개 학급 29명의 학생을 선발해 ‘동기조절 → 인지조절 → 행동조절’의 세 단계 과정을 통해 자기주도학습 능력을 신장하도록 했다. 3월부터 7월까지는 기본과정이, 8월부터 12월까지는 심화과정이 운영된다.
이와 함께 학생의 자기주도학습을 지원하기 위한 학부모 프로그램과 교사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학부모 대상으로는 연 2회 ‘자녀학습 도와주기 특강’을 실시해 자녀의 학업과 진로 지도 방법을 제시하고, 교사 대상으로 ‘스스로 학습방법 코칭 특강’을 연간 10차례 실시해 효과적인 코칭을 위한 액션 플랜과 코칭 스킬 등에 관한 정보를 공유한다.

교사들도 자기주도학습
자기주도학습은 학생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오산중은 교실 수업의 변화를 위해 교사들의 자기개발도 적극 독려한다.
그중 눈에 띄는 것이 교수 · 학습자료 개발 지원과 동료장학이다. 교수 · 학습자료 개발은 공모 형식으로 진행된다. 학교 자체적으로 교사의 응모를 받아 3개 내외의 팀을 선정, 연간 100만 원가량을 지원한다. 연말이 되면 각 팀은 전체 교사를 대상으로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평가받는 시간을 갖는다. 지난해에는 과학, 사회, 수학과가 연구를 수행했는데, 과학과에서는 교과서에 나오는 모든 실험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매뉴얼화했고, 사회과에서는 성취도 평가에 대비한 문제 유형 분석 자료를, 수학과에서는 수학에 대한 접근법을 정리해 발표했다.
동료장학은 형식주의를 벗어나 현실적인 장학활동이 될 수 있도록 교과별 장학팀을 구성해 평상시에 수시로 서로의 수업을 공개하고 논의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수업공개를 특별한 행사처럼 진행하지 않고 동료 교사끼리 수시로 평소 수업을 참관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부담없이 편안하게 의견을 교환한다. 또한 학기마다 한 번씩 동료장학 주간을 정해 모든 교사가 평시수업을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차분한 교정에서 자라는 질박한 인재들
시인이기도 한 오산중 윤창식 교감(필명 윤효)은 “교정이 옛날 학교처럼 참 차분하지요? 그래서 그런지 학생들이 참 질박하고, 졸업생의 면면을 봐도 경제적으로 크게 성공한 사람보다는 문학가나 교사, 군인 같은 쪽으로 이름을 남긴 경우가 많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요즘은 교육에서도 경쟁이 많이 강조되고 상당히 여유가 없어졌는데, 우리 학교 학생들은 좀 더 여유를 갖고 주변을 살필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합니다”라는 바람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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