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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립 문턱 낮아진 대안학교, 변칙 운영 경계해야

우리나라에 대안교육이 도입된 이래, 이에 대한 교육수요는 꾸준히 증가해왔지만 대부분의 대안교육이 비인가 상태로 이뤄지면서 그 안정성과 교육에 질에 대한 논란이 계속돼왔다. 그러던 것이 최근 관련 법규를 개정하고 공립 대안교육 특성화학교를 새로 여는 등 정부와 교육청이 한결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탄력받는 대안교육
그동안 대부분 제도권 밖에 있었던 대안교육이 크게 활성화될 전망이다.
1997년 간디학교가 개교한 이래 13년간 대안교육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늘어왔지만, 대부분 학교가 미인가 상태였기 때문에 안정적인 운영에 어려움이 있었고, 교육의 질 또한 담보되지 못했다. 현재 3개 대안학교와 31개 대안교육 특성화학교가 정식으로 인가를 받아 운영되고 있지만, 미인가 상태로 운영 중인 학교는 대략 170여 개로 여전히 대부분 제도권 밖에 방치돼 있는 상태다.
이런 대안교육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대안교육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해 11월 5일 「대안학교의 설립 · 운영에 관한 규정」을 개정, 대안학교 설립의 문턱을 대폭 낮췄다. 또한 경남과 전북에서 공립 대안교육 특성화학교가 새로 문을 여는 등 교육청 차원에서도 대안교육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규정 개정 후 대안학교 설립 움직임이 크게 늘어 교과부 담당자의 말에 따르면 대안학교를 새로 설립하는 것에 관한 문의만 하루 5~6건에 이른다고 한다.

설립 기준 낮추고 자율권은 확대
「대안학교의 설립 · 운영에 관한 규정」의 주요 개정 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대안학교를 설립할 수 있는 주체를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시 · 도교육청)으로 확대했고 교사와 교지를 임대해 사용하는 것을 허용하는 등 시설기준도 완화했다. 특히 국토해양부와의 협의를 통해 관련 규정을 개정, 학교부지가 아닌 교육연구용 시설의 일부 층만 임대해도 학교를 설립할 수 있게 됐다.
운영에 있어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대폭 확대된 교육과정 운영상의 자율권이다. 교과부장관이 정한 교육과정상 수업시수 중 국어과와 사회과만 50% 이상 운영하면 되고 나머지는 학교장이 학칙으로 정해 운영할 수 있다.
또한 교원 정원의 1/3을 산학겸임교사로 채용할 수 있으며, 교원 배치 기준도 일반 학교에 비해 다소 낮게 설정됐다.
이와 함께 국 · 공립 대안학교를 「사립학교법」에 따른 법인 등에 위탁해 대안교육의 경험과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일반 학교 학생을 대안학교가 위탁 교육할 수 있도록 해 대안교육의 문호를 넓혔다.

기대감 갖는 미인가 대안학교들
대안학교가 정식으로 인가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긴 했지만, 많은 영세 대안학교 입장에서는 여전히 인가를 받는 데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건물을 임대해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임대기간을 10년 정도의 장기로 할 것이 요구되고 장애인을 위한 시설을 갖춰야 하는 등 세부 요건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런 어려움이 여전히 남아 있지만 대안교육 관계자들은 대안교육을 위한 한 걸음을 더 내디뎠다는 것에 일단 만족하는 분위기다. 대안교육연대 송영민 간사는 “아직도 벽이 높지만 점차 여건이 개선되고 있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도시형 대안학교를 중심으로 인가를 받기 위한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인가가 반드시 재정지원으로 이어지진 않아
대안학교들이 인가를 통해 가장 바라는 것이 바로 재정지원이다. 상당수의 대안학교들은 수년째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인가를 받음으로써 이를 타개하고자 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안학교가 인가를 받는다고 해서 꼭 재정지원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이미 교과부가 시 · 도교육청으로 교부한 2010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도 대안학교에 대한 재정지원은 반영되지 않았다. 교부된 재정을 각 학교에 분배하는 것은 교육청의 권한이므로 재정지원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볼 것은 아니나, 인가를 받는다고 해서 재정지원을 장담할 수도 없는 상황인 것이다.

자율권 큰 만큼, 변질될 위험 높아
이번 개정을 통해 대안학교에는 상당한 자율권이 주어졌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교육과정의 대부분을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뿐더러, 입학전형 및 선발시기도 학칙으로 정해 운영할 수 있고, 교사 선발과 교과서 선정에도 상당한 자율권이 부여됐다.
이는 교육과정의 자율성과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대안교육의 특성을 고려할 때 당위성을 인정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자율에 대한 교육계의 관심이 모아지지 않는다면 이번 개정은 자칫 대안교육은 물론 전체 교육계에 큰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
우선, 폭넓은 자율권에 비해 규제의 정도가 매우 약하기 때문에 대안교육에 돈벌이 등 교육 외적인 목적으로 접근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 학교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벌써부터 교육보다는 돈에 관심을 갖고 학교 설립과 인가과정에 대해 물어오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또 일반 학교처럼 학력인정이 되는 상황에서 교육과정에 대한 규제가 적기 때문에, 교육과정을 변칙적으로 운영할 경우 대안교육의 본질을 훼손함은 물론 다른 여러 학교와의 형평성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
규정을 보면 이런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교육감 소속하에 대안교육관련 전문가가 과반수가 되는 대안학교설립운영위원회를 두고 대안학교의 설립 · 변경에 관한 인가 및 인가취소에 관한 사항 등을 심의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대안교육 관련 전문가’의 범위를 명확히 정하지 못하고 2007년 제정 당시 교육인적자원부에서 예시한 대안교육 관련 전문가 기준을 참고해 시 · 도교육감이 자율적으로 판단하도록 하고 있는 상태다.
이와 관련해 한 교과부 관계자는 “법과 사회가 용인하는 범위 안에서 예외적인 교육을 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은 명확하고, 대안교육 정책과 관련해 각 시 · 도 교육청 담당자들의 강한 의지도 확인했다. 교육계는 물론이고 사회적으로도 변칙적으로 설립 · 운영되는 것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며, “기형적 운영의 방지를 위해 명확한 내부지침을 세워 대안학교설립위원회를 통해 의사결정이 이뤄지도록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불분명한 대안학교의 정의
이와 함께 대안학교의 정의에 대해서도 많은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교과부에서 배포한 자료는 개정 취지에 대해 ‘학교부적응 및 학업중단 등 기존 학교교육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늘어남에도 최근까지 대안학교 설립이 미진한데, 이번 개정으로 대안학교 설립이 촉진되어 기존 학교교육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원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즉, 대안학교 설립의 초점이 기존 학교교육에 적응하지 못한 학생들의 교육에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이는 대안교육을 ‘부적응 학생뿐 아니라 기존 학교교육과는 차별화된 교육, 특히 주로 인성과 체험을 위주로 한 교육’으로 생각하는 기존 대안학교 관계자들과는 일정 부분 차이가 있다.
더욱이 이미 인가를 받은 한 학교는 교과부의 설명과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방과후 프로그램, 기숙사비, 식비, 해외연수비를 제하고도 월 수업료 70만 원을 받고 있는 이 학교 홈페이지에는 국민기본공통교육과정과 미국 사립학교 교과서를 각각 50%씩 운영하고, 영어 사용비중이 국어 사용 비중보다 높으며, 생활을 영어로 할 수 있도록 학교에서 지도한다고 나와 있다.
입학기준에 대해서도 해외수학경력이 2년 이상인 학생을 우선적으로 선발하지만, 기준에 미달하더라도 영어로 수업이 가능하거나 자체 테스트에 합격하는 학생, 교장이 해외수학경력 2년 이상인 학생과 동등한 학력을 인정한 학생들은 입학할 수 있다고 돼 있는 반면, 오히려 학교생활 부적응 학생은 선발에서 제외된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이 학교가 실시하는 교육의 질과 가치에 대해 논하는 것을 떠나 정부가 제시한 내용과는 너무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대안학교’나 ‘대안교육’이라는 단어가 내포하는 의미는 무척 광범위하기 때문에, 당장 명확한 정의를 내리기는 어렵더라도, 정부 차원에서 일정 수준의 선을 긋지 않으면 차후 상당한 혼란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안학교 정착 위해 모두가 관심 가져야
여전히 정리돼야 할 문제가 남아있음에도, 최근의 움직임으로 놓고 볼 때 다양한 대안학교가 설립돼 교육의 다양성이 확대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를 통해 기존 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던 학생들이나, 기존 공교육과는 조금 다른 교육을 원했던 학생과 학부모들이 바라던 교육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바라볼 부분이 많다.
하지만, 대안교육이 우리 사회에 그 본래의 취지를 잘 살려 정착하기 위해서는 교육계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의 관심이 필요하다. 아무리 좋은 취지의 대안학교가 많이 생겨난다고 하더라도 허점을 악용하려는 일부의 행태가 모든 긍정적인 부분까지 한꺼번에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 강중민 jmkang@kfta.or.kr

간디학교와 이우학교는 대안학교가 아니다?
여기서 잠깐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는데, 바로 대안학교로 가장 많이 알려진 간디학교나 이우학교는 법제상 대안학교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들 학교는 「초 · 중등교육법 시행령」 제76조 및 제91조의 적용을 받는 대안교육 특성화학교로 「대안학교의 설립 · 운영에 관한 규정」의 적용을 받는 대안학교가 아니다. 현재 대안학교로 정식 인가받은 학교는 TLBU글로벌학교와 서울실용음악학교, 그리고 지난 3월 22일, 개정된 규정에 따라 처음으로 인가 받은 여명학교 등 3개교밖에 없다. 물론, 대안교육 특성화학교 역시 대안교육기관으로 볼 수 있지만 법규상 대안학교와는 엄연히 적용법규가 다르므로 구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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