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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의 웃음 표현들


우리말은 다른 나라 말들과 달리 웃음을 나타내는 말이 매우 발달해 있다. 우리 민족의 정서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웃음을 나타내는 말들의 의미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자.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마치 말하듯이 글을 쓸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고 이와 함께 우리는 이모티콘(^^)과 함께 보통 ‘ㅎㅎ’으로 웃음을 화면 위에 드러내곤 한다.

하지만 익명의 바다인 인터넷 환경에서 사용되는 ‘ㅎㅎ’은 기분 나쁠 정도는 아니지만 정확히 어떤 웃음소리인지 실제 음성으로 환산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현실에서의 우리말 웃음은 웃는 사람이 누구냐, 어떤 상황에서 웃는 웃음이냐에 따라 실제로는 ‘하하’, ‘호호’, ‘허허’, ‘헤헤’, ‘흐흐’, ‘히히’로 다양하게 실현되는 것이 자연스러우나 화자에 대한 정보가 익명의 조건 속에 갇혀 버린 인터넷에서의 ‘ㅎㅎ’는 환산될 소리가 없기 때문이다.

웃음을 나타내는 말이 매우 발달된 한국어
실제 웃음으로 실현되는 우리말 ‘하하’는 젊은 남성들의 웃음을 가리키는 말이고 ‘호호’는 젊은 여성들의 웃음으로 사용되는 말이다. ‘허허’는 중후한 장년층 남성들의 웃음인데, 간혹 ‘후후’를 쓰기도 한다. 하지만 <표준국어대사전>에서 ‘후후’를 웃음소리로 인정하고 있지 않아서 결과적으로 현재로서는 ‘후후’를 ‘허허’의 비표준적 용법으로 볼 수밖에 없다(물론 ‘허허’와 ‘후후’의 실제 뉘앙스는 약간 다르다. ‘허허’에는 노쇠함과 허탈함이 묻어 있는 데 비해서, ‘후후’에는 의미심장한 표정이 결합해 있다고 할까).

‘흐흐’는 주로 비열한 남성들의 음흉한 웃음을 나타내는 데 사용된다. 물론 여성이라고 ‘흐흐’하고 웃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어찌되었던 ‘흐흐’에는 악당의 이미지가 강하게 결합되어 있다. ‘히히’는 흔히 사람이 아닌 귀신의 웃음을 나타내는 데 사용된다. ‘히히’가 사람의 웃음을 나타내는 경우는 아이들의 장난기어린 웃음 혹은 순박한 청년의 멋없이 싱거운 웃음을 나타내는 경우이다. 이렇게 다양한 우리말 웃음소리를 ‘ㅎㅎ’ 하나로만 표현하기에는 인터넷이라는 표현 공간이 너무 옹색하지 않은가?

이렇게 세밀한 우리말 ‘ㅎㅎ’계 웃음들은 다시 ‘젊은이들의 거리낌 없는 웃음’을 나타내는 ‘아하하’, ‘여러 사람의 떠들썩한 웃음’을 나타내는 ‘와하하’, ‘원숙한 여성의 간드러진 웃음’을 나타내는 ‘오호호’, 할아버지들의 너털웃음이나 기가 막혀서 힘없이 웃는 웃음을 나타내는 ‘어허허’와 가소롭다는 뜻으로 웃는 웃음인 ‘에헤헤’, 비열하고 변태스러운 웃음을 가리키는 ‘으흐흐’에 이르기까지 그 확장의 영역이 놀라울 정도이다(<표준국어대사전>에는 ‘후후’를 인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우후후’만을 “참을 수 없어 터져 나오는 웃음소리”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후후’는 쓰여도 ‘우후후’는 거의 쓰이지 않는 웃음인 것 같다. ‘우후후’는 웃음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단순한 ‘우후훗’의 형태로 쓰이는 감탄사로 여겨진다).

인터넷 용어 ‘ㅎㅎ’가 따라올 수 없는 웃음의 다양한 표현
우리말 웃음에는 ‘ㅎ’계 웃음 말고도 ‘ㄲ’계 웃음과 ‘ㅋ’계 웃음이 있다. ‘ㄲ’계 웃음에는 아이들이나 여학생들의 해맑은 웃음을 나타내는 ‘까르르/까르르까르르’, 참지 못하고 숨이 넘어가면서 웃는 웃음을 나타내는 ‘까르륵/까르륵까르륵’이 있고, 젊은 여성들이 입을 크게 벌리고 웃는 ‘깔깔’ 웃음과, 중년 이상의 남성들이 입을 크게 벌리고 웃는 ‘껄껄’ 웃음, 아이들의 짓궂은 표정에서 나오는 ‘깰깰’ 웃음, 입을 꼭 다물고 소리가 새어나오지 못하게 막으면서 웃는 ‘낄낄’ 웃음 들이 있다.

‘ㅋ’계 웃음은 ‘ㄲ’계 웃음보다 더 입을 벌리지 않거나 적게 벌리고, 웃음을 참으면서 웃는 웃음들이다. 입을 다물고 입을 가리고 소리가 나오는 것을 막아보지만 웃음소리가 새어 나오는 것을 막을 길 없는 웃음소리들, ‘킥킥’, ‘키득키득’, ‘킬킬’, ‘키들키들’, ‘캘캘’ 등에 이르기까지 웃음소리를 나타내는 말의 영역에서는 가히 기네스북에 오를 만큼 다양한 것이 우리말이다.

우리말에서 웃음을 나타내는 말은 이뿐이 아니다. “방글, 방긋, 방그레, 벙글, 벙긋, 벙그레, 빙글, 빙긋, 빙그레”와 “상글, 상긋, 상그레, 생글, 생긋, 싱글, 싱긋, 싱그레”가 모두 웃음을 나타내는 말이다.

‘방글’ 웃음과 ‘상글’ 웃음의 차이는 무엇일까? 국어사전을 뒤져 보면 ‘방글’ 웃음과 ‘상글’ 웃음의 차이를 금방 알아 챌 수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방글’의 뜻풀이를 “입을 조금 벌리고 소리 없이 귀엽고 보드랍게 한 번 웃는 모양”으로 하고 있고 ‘상글’의 뜻풀이는 “눈과 입을 귀엽게 움직이며 소리 없이 정답게 웃는 모양”으로 제시하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방글’ 웃음은 입을 벌리며 웃는 것이고, 상글 웃음은 눈을 크게 뜨고 웃는 웃음이다. 두 웃음 모두 소리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의성어부터 웃음 짓는 모양에 이르기까지…무한대의 웃음표현
‘방그레’와 ‘상그레’는 한번 웃은 웃음을 계속 짓고 있는 표정을 나타내고 ‘방글방글’과 ‘상글상글’은 ‘방글’ 웃음과 ‘상글’ 웃음을 반복해서 짓고 있는 모양을 나타낸 것이다. ‘방글’과 ‘상글’이 유아기의 아기나 아동들의 해맑은 웃음이라면 ‘벙글’과 ‘싱글’은 성인들의 기분 좋은 웃음이다. ‘방글, 방그레, 방글방글’, ‘생글, 생그레, 싱글생글’이 한번 지은 웃음을 일정 시간 지속한 웃음을 나타낸 것이라면 ‘방긋’과 ‘생긋’은 입웃음과 눈웃음을 한번씩 살짝 지어주는 귀여운 웃음이고 ‘벙긋’과 ‘싱긋’은 입웃음과 눈웃음으로 전하는 매력적인 웃음이다. ‘방글’과 ‘상글’이 입을 벌리고, 혹은 눈을 뜨고 웃는 웃음이라면 ‘빙글’ 웃음은 입을 거의 다물고 웃는 것이고, ‘싱글’ 웃음은 눈을 가늘게 뜨거나 아예 감고서 웃는 웃음을 가리키는 것이다.

이렇게 ‘방글 웃음’은 입을 ‘방긋거리면서 웃는 웃음’이고 ‘상글 웃음’은 눈을 상글거리면서 웃는 웃음인 것이니, ‘방글 웃음’과 ‘상글 웃음’의 의미를 알고 보면 ‘상글방글’이나 ‘싱글벙글’의 의미는 국어사전을 따로 보지 않아도 금방 알 수 있게 된다. ‘상글방글’은 아이들이 ‘눈과 입을 벌리고 소리 없이 웃는 정답고 환한 웃음’이고 ‘싱글벙글’은 어른들이 ‘눈과 입을 벌리고 소리 없이 웃는 유쾌하고 상쾌한 웃음’인 것이다.

우리말에서 웃음을 나타내는 말들에는 그 밖에도 “발씬발씬, 벌씬벌씬, 새물새물, 시물새물, 시물시물, 새실새실, 시실시실, 실실, 씩, 피식, 픽(픽픽), 해죽(해죽해죽), 해쭉(해쭉해쭉), 헤실헤실, 히, 히물히물, 히죽(히죽히죽), 히쭉(히쭉히쭉), 힝힝…” 등등 조금 과장하자면 거의 무한대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발씬발씬’ 계열이 웃음이 코를 벌름거리게 하는 모양을 나타내고 ‘새물새물’ 계열은 웃음을 참고자 하지만 참지 못해서 입술 한쪽이 들썩거리는 모양을 나타내며 ‘해죽’이나 ‘히죽’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슬쩍 한번 드러내면서 웃는 쑥스러운 웃음을 나타낸다.

이렇게 수없이 많은 웃음과 표정이 있는 우리말에 어찌 기분이 좋아지지 않을 수가 있으랴. 혼자서 싱글벙글 하며 우리말 웃음의 이름들을 곱씹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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