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연수 실습 감동받아 모임 구성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2003년 8월에 경기교총에서 하는 자원봉사 직무연수를 열흘 동안 받았습니다. 그때 경기도 광주의 중증장애인 시설인 한사랑마을에 가서 실습을 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이런 봉사를 한 번에 끝낼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진행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연수를 받던 21명의 선생님들과 경기초등봉사회라는 모임을 만들게 됐습니다. 그때 제가 직무연수 반장을 맡고 있었던 터라 모임의 회장까지 맡게 됐죠.
그해 9월부터 매달 한 번씩 양로원이나 장애인 복지시설 등에 봉사를 다녔습니다. 그 모임이 지금까지 이어져 9년째가 됐고 20명 정도로 시작했던 모임이 이제는 135명이 됐습니다. 2007년에는 경기도청 비영리단체로 정식 등록도 했습니다.
일반 봉사에 교육적인 부분 접목
경기초등봉사회에서는 어떤 활동을 하시는지.
저희 봉사회는 크게 봉사활동 프로그램을 개발, 적용하고 세미나를 개최하는 교과연구회를 비롯해 복지시설 봉사팀, 북한 및 해외 봉사팀 등 세 개의 형태로 나눠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장애우 시설 한 곳과 무의탁 노인요양시설 세 군데에 매달 한 번씩 방문해 봉사활동을 펼치고 매주 수원에서 결식 어르신에 대한 식사 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한글교육과 북한이나 해외 어린이들에게 학용품 보내기 운동도 지속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2004년부터는 탈북어린이들이 남한 학교와 가정의 문화를 익힐 수 있도록 초청하는 행사를 1년에 4~6차례씩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SBS의 ‘긴급출동SOS’ 프로그램을 통해 발견된 학대아동에 대해 학습지도도 맡게 됐습니다. 식사나 청소 같은 일반봉사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저희는 교사인 만큼 일반봉사에 교육을 접목시키고 있습니다. 워낙 다양한 봉사활동을 하고 있어 회원 선생님들이 팀을 나눠서 운영을 하고 있는 것이죠.
저희는 이같은 활동을 선생님들 차원에서 끝내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과도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교과연구회는 다양한 봉사활동 프로그램이나 지도방법을 연구해 세미나를 통해 알리고 있습니다.
장애우, 노인과 함께하는 생태체험활동 운영
학생들과 함께하는 봉사활동은 어떤 건가요?
저희 봉사모임 회원 선생님들마다 학생들과 복지시설 봉사나 결식 어르신 식사봉사 등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학생들과 환경봉사 동아리를 꾸려 활동하고 있습니다.
삭막한 도시에 갇혀 자연을 직접 접하기 어려운 학생들에게 직접 씨를 심어 열매를 수확하는 기회를 주고 이같은 자연생태체험활동을 장애우, 복지시설 어르신들과 함께 하면서 소외된 이웃과 친구가 될 수 있도록 하자는 차원에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환경봉사동아리에서는 어떤 활동을 하나요?
환경봉사동아리는 현재 제가 재직하고 있는 오산원일초(교장 갈원익)에서만 벌써 4년째가 되네요. 학생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많아 38명 정도를 뽑는데 올해는 4대 1의 경쟁률을 보였죠. 동아리 학생들은 1년 동안 체험학습장에서 복지시설 가족들과 함께 고구마나 목화를 심고 수확하며, 식물원과 수목원, 농촌진흥청 방문하기, 노숙자 쉼터에서 식사 봉사하기 등을 실행하게 됩니다.
이런 경험을 통해 학생들에게 환경교육과 인성교육을 동시에 하게 된다고 봅니다. 특히 자신보다 어려운 이웃들을 보면서 학생들은 작은 일에도 감사할 줄 알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생기게 됩니다.
학교에서 10km 정도 떨어진 안성에 있는 체험학습장은 5년 전에 양로원 시설을 지으려고 개인적으로 마련했다가 양로원을 짓지 못하고 체험학습장으로 만들게 된 것입니다. 고구마, 참외, 목화, 배나무, 소나무 등 다양한 식물들을 키우고 있어 학생들이 평소에는 볼 수 없었던 것들을 접하게 됩니다. 비누만들기 등 체험활동을 할 수 있는 노작실과 닭을 부화시키는 공간 등도 마련해 놨습니다.
이곳을 체험학습장으로 만들기 위해 인부를 쓰지 않고 혼자서 보름 동안 일했어요. 지금도 이틀에 한 번씩은 이곳에 마련한 숙소에서 자면서 새벽 4시 반에 일어나 식물들을 관리하곤 합니다. 1200평 정도 되는데 나중에는 사회에 기부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마음을 나누는 것이 진정한 봉사
노인복지시설도 한 달에 한 번씩은 꼭 찾아가시나요?
(정 교사는 인터뷰 당일 체험학습장 인근에 있는 용인의 노인요양시설을 들렀다. 그는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간식이라며 젤리를 챙겼고 어르신들께 일일이 젤리를 나눠주며 손을 잡았다.)
2003년 봉사모임을 만들고 처음 찾아간 곳이 용인의 비인가 무의탁 노인시설이었습니다. 저는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셔서 뭔가를 해 드리려고 해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의지할 곳 없는 어르신들께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이곳에 계신 어르신들이 바라는 건 청소나 빨래를 해줄 봉사자들이 아니라 와서 한 번이라도 손잡아주고 얘기를 들어줄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잠깐 오게 되더라도 이렇게 일일이 손을 잡고 인사를 합니다. 마음을 함께 나누는 것이 진정한 봉사라고 생각합니다.
장애우 시설에 특수교사 배치될 때 보람
봉사활동을 하면서 큰 보람을 느꼈던 때는.
용인에 있는 장애우 시설인 ‘생수사랑회’에도 매달 봉사활동을 다니고 있었습니다. 그곳에 있는 장애우들은 학교를 다녀야 할 나이였는데 학교를 다니지 못하고 있었죠. 이들에게 단순히 먹고 사는 것만 해결해 주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회원들이 돈을 모아 미술치료 강사를 고용해 5개월 동안 운영을 했는데 반응이 굉장히 좋았어요.
이들에게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없을까 고민하던 차에 저희 봉사회 소식을 듣고 방문한 경기도교육청의 한 장학관이 장애우 시설의 어려운 점을 듣고 해결책을 마련해 주셨습니다. 인근 학교의 특수교사가 시설에 와서 가르칠 수 있도록 지원해주신 겁니다.
그래서 2008년부터 생수사랑회에서 인근의 송전초, 용천중의 특수학급 재택순회교육이 시작됐습니다. 이때가 봉사를 하는 교사로서 가장 보람을 느꼈던 때죠. 올해부터는 동백고의 특수학급 재택교육까지 시작돼 이곳 시설에서 초 · 중 · 고 교육이 가능해졌어요.
봉사학습 위한 교과서 만들고파
앞으로의 계획은.
특별히 무언가를 해봐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지금처럼 봉사를 꾸준히 해야겠다는 정도입니다. 제가 그동안 봉사를 하면서 알아온 노하우를 후배 교사들한테 알리고 그것이 다시 어린 학생들의 교육에 잘 활용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 봉사활동의 경험은 학생들의 인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하니까요.
장기적으로는 선생님들과 봉사 교과서를 만들고 싶습니다. 교육과정 개편으로 올해부터 시작되는 창의적 체험활동 중에 봉사활동 영역이 정해져 있지만 학교에서 이를 교육할 기반은 마련되지 못한 상태입니다. 학교의 실정에 따라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는 봉사 학습을 위한 교과서를 만들어 활용할 수 있게 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