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소리 감탄사란? 우리말에는 재미난 입소리 감탄사들이 많다. 입소리 감탄사란 사람의 내적, 외적인 느낌을 입으로 표현하게 되는 말들을 가리킨다. ‘하하, 허허, 호호’ 따위의 웃음소리나 ‘앙앙, 엉엉, 흑흑’ 따위의 울음소리, ‘꿀꿀, 짹짹, 개굴개굴’이나 ‘딱, 휙, 출렁’ 따위의 자연물 소리를 흉내내는 흉내말과는 다른 것들이다. 우리말 입소리 감탄사에는 ‘아이고, 어라, 오, 우와, 애걔’ 등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내는 크고 작은 놀람을 나타내는 말들과 ‘아야, 어이쿠, 에취, 큭, 퉤’ 등 신체에 전달되는 각종 자극에 대한 반응을 외마디로 내는 소리들, ‘에, 음, 거시기, 말이지, 있지’처럼 말하는 중간에 끼어들어 가는 말 습관(이를 학문적으로는 간투사라고 한다) 같은 것들을 통틀어 이른다.
화자, 느낌에 따라 달라지는 감탄사 이런 입소리 감탄사에는 특히 ‘놀람’을 소재로 하는 다양한 인간사가 포함된다. ‘허’ 같은 감탄사는 흔히 놀랄 때나 기가 막힐 때 쓰는 말이지만 화가 나거나 슬플 때도 쓰고 안타까운 일이나 때론 기쁜 일을 만날 때도 저도 모르게 입에서 나오는 말인데 흔히 나이 지긋한 남성들이 사용하는 말이다. 여성들이나 어린아이들이라고 해서 못쓸 것은 없지만 어딘지 수염을 쓰다듬으면서 하는 말 같은 느낌이 ‘허’에는 들어 있는 것이다. ‘어머’나 ‘에구머니’가 주로 여성들이 놀랄 때 쓰는 감탄사라면 요즘 많이 쓰는 ‘허걱’이나 ‘헐’, ‘에혀’ 같은 말들은 청소년을 중심으로 하는 젊은 층들이 주로 쓰는 감탄사라 할 것이다. 놀라는 느낌에 따라서 감탄사는 달라진다. ‘우와’가 예상 외의 놀라운 결과에 대한 감탄이라면 ‘애걔’는 그 결과가 매우 보잘것없고 대단치 않아서 놀랍다는 뜻을 담고 있다. ‘우와’는 ‘이렇게나 많이’, ‘애걔’는 ‘그렇게나 적게’와 어울리는 것이다. 의외의 놀라운 일에 대해서 ‘예상 밖’이라는 사실을 강조할 때는 ‘어라’나 ‘어쭈’, ‘어쭈구리’ 같은 말을 쓴다. 둘 다 ‘생각했던 것보다는 놀랍다’의 느낌을 주지만 ‘어라’는 ‘요것 봐라’의 어감을 갖고 ‘어쭈’는 ‘제법인 걸’의 어감을 갖는다.
미묘한 소리의 차이, 상황에 따른 의미 분화 미묘한 소리의 차이에 따라 어감에 차이를 주는 경우도 많다. 의외의 일에 대한 놀라움을 나타내는 ‘어라’에 의아함이 좀 더 강조되면서 신기하다는 뜻을 담는 ‘알라’ 같은 말은 “알라, 세상에 별일도 다 많네” 같은 용법으로 확인된다. 국어사전에서나 확인되는 말이기는 하지만 ‘무엇인가가 잘못되었음을 이상하게 여기거나 어떤 것을 신기하게 여길 때 내는 소리’를 가리키는 ‘얄라차’ 같은 말도 있다. ‘애걔’ 같은 말은 ‘애걔걔’처럼 뒷음절을 반복해 적다는 느낌을 강조하기도 하고 ‘에계’나 ‘에계계’처럼 어감의 차이를 통해 놀람의 정도를 다르게 표현하기도 한다. 국어사전에는 실려 있지 않지만 입말에서는 ‘아이갸’ 같은 말로도 남겨져 있다. ‘아이갸’는 ‘애걔’와는 같은 어원의 단어였을 터인데 이제는 이미 그 용법에 일정한 정도 이상의 차이가 생긴 듯하다. ‘아이갸’에서는 놀랍다거나 아쉽다는 뜻이 더 강조되고 ‘애걔’에서는 작거나 적다는 뜻이 더 강조되는 듯하다. ‘에라’는 “에라, 모르겠다, 될 대로 돼라” 같은 사례에서는 단념이나 포기의 의미를 나타내고 “에라, 죽일 놈들” 같은 문맥에서는 실망이나 분노의 의미를 나타내는데 흔히 ‘예라’로 쓰기도 한다. ‘예라’ 역시 단념이나 포기(예라, 죽든 살든 난 모르겠다), 실망이나 분노(예라, 이 버르장머리 없는 녀석)의 의미를 나타내는 점은 같으나 ‘에라’보다는 좀 더 강한 어감을 갖는다. 때로 ‘에라’는 “에라, 좋구나!”처럼 흥을 돋우기 위해 노래나 춤 곡조에 맞추어 내는 소리의 용법으로 쓰이기도 한다. 이때의 ‘에라’는 ‘에루화’나 ‘얼씨구’, ‘지화자’ 등과 같은 용법으로(에루화, 좋을씨고!, 얼씨구 좋다!, 지화자 좋구나!) 노랫말에서는 ‘에헤라’처럼 늘여져 쓰이기도 하는데 이는 ‘에라’의 다른 용법들과는 구별되는 점이다. ‘에라’가 가지게 된 이러한 의미들은 실망스러운 현실에 대한 분노에서 단념과 포기의 단계를 넘어서 체념을 통해 실망스러운 현실을 잊고 이겨나가는 과정을 고스란히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민족의 정서의 흐름을 보여주는 듯도 하다.
물건을 들 때 나오는 감탄사의 차이 신체에 전달되는 각종 자극에 대한 반응을 나타내는 외마디 말 중에도 재미있는 표현들이 많다. ‘개치네쒜’라는 말이 있다. 재채기를 한 뒤에 이 소리를 외치면 감기가 들어오지 못하고 물러간다고 하는데 그 어원은 알기 어렵지만 어감만으로도 충분히 그러한 의미가 전달되는 말이다. ‘에이쒜’라는 말도 이와 같은 말로 ‘감기야 떨어져라’와 같은 어감을 갖는 말이다. 여러 사람이 힘을 합쳐서 무거운 물건을 들어 올릴 때 흔히 ‘영차’, ‘어여차’ 같은 말들을 쓴다. ‘어기여차’나 ‘에여라차’ 같은 말들도 모두 같은 의미를 지니는데 모두 어떤 일을 할 때 여러 사람이 한꺼번에 힘을 합치기 위해서 박자를 맞추는 과정이 단어 속에 들어 있다. ‘영차영차’하면 여러 사람이 급하게 계속해서 힘을 쓰는 소리가 되고 ‘어기여차’ 혹은 ‘어여차’ 하면 여러 사람이 동시에 힘을 쓰기 위해서 박자를 맞추는 소리인 것이다. 혼자서 물건을 힘주어 들어 올릴 때는 ‘어뜨무러차’라는 말을 쓴다. 조금 가벼운 물건을 반짝 들어올릴 때는 ‘아카사니’를 쓰고 조금 무거운 물건을 번쩍 들어올릴 때는 ‘이커서니’를 쓴다. 산업의 모든 과정이 분업화되어 공동의 노동이 거의 없어진 요즘에는 잘 쓰지 않는 말들이지만 하나하나 그 의미가 소리 그 자체 속에 담겨져 있는 친근한 우리말들이다. ‘아카사니’, ‘이커서니’에 들어있는 ‘사니’나 ‘서니’라는 말은 ‘잡동사니’나 ‘허풍선이’처럼 사물이나 사람, 혹은 일 따위를 가리키는 우리말에서 흔히 발견되는데 그 말의 어원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은 말이다. ‘사니’가 들어가는 감탄사에 ‘잘코사니’라는 말이 있다. “남을 속이더니 잘코사니다. 이놈아” 같은 문맥에 사용되는 이 말은 주로 미운 사람이 불행한 일을 당한 경우에 쓰는 말이고 미운 판에 고소하게 잘 되었다는 뜻으로 하는 말이다. 반대로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시달림을 받을 때 내뱉는 말에 ‘왕배야덕배야’라고 하는 말이 있다. “아이고 왕배야덕배야, 중간에서 나만 죽겠네”처럼 쓰며 여기저기서 시달려 괴로움을 견딜 수 없을 때 부르짖으며 내는 소리이다.
자기 직업을 홍보하는 감탄사 직업에 따라 자기 직업을 홍보하는 데 쓰는 감탄사도 있다. 구두닦이를 이르는 은어인 ‘딱새’라는 말은 본래 구두닦이들이 자신들이 닦을 구두를 찾아다니면서 ‘구두 닦으세요’를 줄여서 ‘딱-세(요)’라고 하던 데에서 온 말이다. 이렇게 직업에 따라 자기를 홍보하면서 소리치던 말들에 ‘메밀묵 찹쌀떡, 아이스께끼, 싸구려, 엿단쇠, 칼갈아, 무에리수에’ 이런 말들이 있었다. ‘메밀묵 찹쌀떡’, ‘아이스께끼’가 자기들이 팔고 다니는 물건을 소리쳐 알리던 말이라면 ‘싸구려, 엿단쇠, 칼갈아, 무에리수에’는 자신들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종류를 알리는 소리들이다. ‘싸구려’는 ‘자신들이 파는 물건이 싸다’는 뜻으로 이르던 말이 이제는 싼 물건 자체를 가리키는 말로 굳은 말이고 ‘엿단쇠’는 자신이 파는 엿이 달다는 것을 알리는 엿장수의 외침이다. 칼칼한 목소리로 ‘칼갈아’라고 외치는 소리는 집집마다 부엌에서 쓰는 칼을 새 칼처럼 갈아주겠으니 나오라는 뜻이다. 지금은 생소한 말이지만 ‘무에리수에’라는 말은 돌팔이 장님 점쟁이가 거리로 다니면서 자기에게 점을 치라고 하면서 외치던 소리인데 아마도 ‘무엇이든 알려드려요’라는 의미를 지닌 말이었을 것이다. 지금은 사라져 버린 이런 감탄사들에서 지나간 우리네 선조들의 재미있는 삶의 모습을 찾아낼 때 우리말이 더욱 기름지게 되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