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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을 부를 때 쓰는 우리말

고양이를 부를 때 원숭이를 뜻하던 옛말 ‘나비’를 사용하는 것에서 본래 한반도에 살던 원숭이가 멸종하고 특징이 비슷한 고양이가 외래종으로 들어오면서 이름이 대체된 것으로 추측된다.

우리말에는 ‘음매[소], 매매[염소], 히히힝[말], 꿀꿀[돼지], 찍찍[쥐], 야옹[고양이], 멍멍/왕왕/컹컹[개], 캥캥[여우], 짹짹[참새], 지지배배[제비], 개굴개굴[개구리], 앵앵[모기] 등과 같이 각종 동물들의 울음소리, 곤충들의 떨림소리를 가리키는 의성어들이 발달해 있다.

소를 부릴 때 쓰는 다양한 의성어
이와 함께 우리말에는 가축을 부리거나 동물을 부를 때 쓰는 말도 따로 발달해 있다. 우리에게 있어 가장 대표적인 가축은 소와 말이다. 우선 소나 말을 몰 때 쓰는 말에 ‘이랴’ 혹은 ‘이랴이랴’가 있다. 같은 ‘이랴’라 하더라도 소와 말을 부릴 때 사용하는 용법이 조금씩 다르다. 소 등에 올라타서 천천히 걸으면서 ‘이랴’하는 것은 걸음을 재촉하는 경우이고 말 등에 올라타서 ‘이랴’하는 것은 말을 바삐 몰 때 쓴다. 소에게 쓰는 ‘이랴’는 ‘걸어라’의 어감을 지니고 말에게 쓰는 ‘이랴’는 ‘뛰어라’의 어감을 지닌다는 것이다.
‘이랴’와 비슷한 말로 ‘이러’도 있는데, ‘이랴’가 주로 소나 말을 타고 몰 때 쓰는 말인데 비해 ‘이러’는 소나 말을 타고 몰 때뿐만 아니라 소나 말을 내려서 끌 때도 쓴다는 점이 다르다. 이러한 차이로 인해서 ‘이랴’는 주로 급히 몰 필요가 많은 말에 사용하고 ‘이러’는 천천히 모는 것이 일반적인 소를 몰 때 주로 쓴다는 용법상의 차이가 생겼다.
소의 걸음이나 말의 달음박질을 멈출 때는 ‘우어/우어우어’ 혹은 ‘워/워워’를 쓴다. 대개 고삐를 잡아당겨 소나 말의 머리를 위로 든다든지 옆으로 튼다든지 해서 걸음을 멈추게 할 때 이러한 말을 쓴다. 말이나 소를 왼쪽으로 몰 때는 ‘쩌/쩌쩌(왼쪽으로 가라/돌아라)’라고 하고 오른쪽으로 몰 때는 ‘마나(오른쪽으로 가라/돌아라)’라고 한다.
소가 길을 잘못 들었을 때 바른쪽으로 가라고 몰 때는 ‘어디여/어디’라고 하고, 소의 발굽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 소에게 발을 들라고 할 때에는 ‘들보’라고 말한다. ‘어디여/어디’가 ‘어느 쪽으로 가는 것이냐? 바른쪽으로 가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면 ‘들보’는 ‘발을 들어 보아라’는 뜻을 직접적으로 담고 있는 말이라 하겠다. 그런데 둘 다 마치 소를 사람인 양 대하며 말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민족이 다른 동물에 비해서 소를 어떻게 여겨 왔는지를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다.

새에게 먹이를 주거나 쫓을 때 쓰는 의성어
닭에게 모이를 줄 때 사용하는 ‘구구, 구구~’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꼭 닭에 한정되지는 않고 비둘기 등 새 전체에 사용할 수 있지만 암탉의 울음소리를 가리키는 ‘꼬꼬’와 음상이 유사한 것을 고려할 때 주로 닭에게 쓰던 말이었음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실제로 ‘구구’의 큰말로 ‘꾸꾸’도 인정된다. ‘구구’가 닭 따위의 새에게 모이를 주고 한데 모으기 위해서 쓰는 말이라면 반대로 곡식을 쪼아 먹는 새를 쫒는 소리로 ‘숴/숴이’, ‘우여/위여/워이’, ‘후여/휘여/훠이’ 등이 있다.
이 말들은 ‘숴/숴이 > 우여/위여/워이 > 후여/휘여/훠이’에서와 같이 비교적 점진적인 정도의 차이를 보이고 사용되는데, ‘숴/숴이’가 가벼운 손동작과 함께 눈 앞의 새를 쫒는 표현이라면 ‘우여/위여/워이’는 마당 저편에 널어놓은 곡식을 쪼아먹는 새에게 경고를 보내는 소리이고 ‘후여/휘여/훠이’는 논이나 너른 들판에 날아온 새들을 쫓을 때 지르는 큰소리이다.

사람을 대하듯 강아지를 쫓거나 밥줄 때 쓰는 말
우리 인간과 가장 오랫동안 친하게 지내온 동물이 개이다. 우리 민족이라고 다를 바 없다. 앞에서 개 짖는 소리가 ‘멍멍’, ‘왕왕’, ‘컹컹’으로 다양함을 보였는데 개를 부릴 때 쓰는 말도 다른 동물에 비해 비교적 다양한 편이다. ‘오요요’는 강아지를 부르는 소리이고 ‘워리’는 좀 큰 개를 부를 때 쓰는 말이다. ‘오요요’가 귀여운 강아지 앞에 쪼그리고 앉아서 손바닥을 위로 하여 혀를 부드럽게 굴리면서 친근한 마음으로 부르는 말이라면 ‘워리’는 마당에 있는 좀 큰 개를 따라오라거나 이리 오라는 뜻으로 부르는 말이다.
반대로 ‘이개/요개’는 개를 쫓을 때 쓰는 말이다. 주인의 밥상을 넘보는 겁없는 개나 마당에 들어온 남의 집 개를 쫓을 때 ‘이개’ 혹은 ‘요개’와 같이 지시대명사 ‘이’나 ‘요’라는 말을 쓴 것을 보면 아마도 우리 조상들은 소와 마찬가지로 개도 사람의 말을 알아들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듯하다.
개에게 음식을 주고 죄 핥아 먹으라는 뜻으로 하던 말인 ‘죄죄’나 ‘죄죄반반’도 기억해둘 만하다. 이때의 ‘반’이 ‘밥 반(飯)’이었을 가능성이 있음을 고려하면 이 말 역시 마치 사람에게 밥을 주는 것처럼 하던 말이었을 터이다. 게다가 한자까지 아는 개라니. 그야말로 ‘서당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우리 옛 속담이 생각나는 말이지 않은가.

고양이를 ‘나비’로 부르게 된 근거
고양이를 부를 때는 흔히 ‘야옹’을 쓰기도 하지만 전통적으로는 ‘아나’ 혹은 ‘아나 나비야’라는 말을 썼다. ‘야옹’이 단순히 고양이의 울음소리를 흉내 내어 고양이가 어디 있는지를 찾는 말이지만 ‘아나 나비야’는 어디서 온 말인지 분명하지 않다. 이와 관련해 특히 경상도 지역의 방언에서 고양이를 ‘나비’라고 부르는 것에 주목할 수 있다. 물론 고양이를 찾을 때 ‘나비야’ 하고 부르는 것은 전국적인 현상이기도 하지만 특히 경상도 지역에서는 고양이 자체를 나비라고 부를 정도로 흔하게 사용된다.
이때의 나비는 꽃을 찾는 곤충으로서의 ‘나비’를 가리키는 말이 아니고 원숭이를 나타내는 우리 옛말 ‘납(잔나비)’에서 나온 말로 추정된다. 나무를 타는 긴 꼬리의 작고 날쌘 몸집을 가진 고양이와 잔나비의 유사성 때문에 이들의 이름이 혼동돼 불러진 것으로 짐작해 볼 수 있다.
또 지금은 우리가 살고 있는 한반도에 원숭이가 살고 있지 않지만 아마도 본래 한반도에도 작은 원숭이가 살고 있었을 터인데 이 ‘납’이 멸종하면서 ‘납’과 유사한 속성을 지닌 고양이를 ‘나비’라고 부르게 된 듯하다. 고양이가 본래 한반도에 살던 동물이 아니라 우리 역사의 어느 시기에 들어온 외래종인 것을 비추어 볼 때 이러한 ‘납(나비)→고양이’의 대체가 전혀 근거 없는 주장은 아니리라.
어쨌든 오랫동안 우리는 고양이를 원숭이와 비슷한 동물이라고 보고 이 고양이를 부를 때 ‘아나 나비야’ 하고 불러왔던 것이다. 고양이를 쫓을 때는 개를 쫓을 때와 마찬가지로 ‘이괴’를 쓴다. 아무래도 ‘이괴’는 개를 쫓을 때 쓰던 ‘이개’에서 유추되었을 가능성을 버릴 수 없다.

그 밖의 동물을 부를 때 쓰는 특이한 말
돼지를 부를 때는 ‘오래오래’, ‘똘똘’을 쓴다. ‘오래오래’는 우리 속 돼지에게 먹이를 주면서 부를 때 쓰는 말이고 ‘똘똘’은 ‘오래오래’의 경북 지역 방언이다. 우리 바깥의 돼지를 몰거나 쫓을 때는 ‘둬둬둬’를 쓰는데 어디에서 온 말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그 밖에 우리 민족이 키우던 동물을 부르는 말 중에 특이한 것으로 벌떼를 몰아넣을 때 쓰는 말인 ‘둬둬’ 혹은 ‘드레드레’가 있다. 우리 민족에게 벌로부터 꿀을 얻는 양봉업이 매우 오래됐고 친숙한 일이었음을 알 수 있는 말이다. 우리와 친숙하지 않거나 특별히 부를 필요가 없는 야생 동물의 경우에는 이러한 말이 발달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애완용 동물이 다양화된 시대에도 이러한 표현이 더 이상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 것을 볼 때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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