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 경제는 글로벌 금융 위기와 재정 위기를 한꺼번에 겪으며 그 어느 때보다도 불투명하고 불확실한 상황과 직면해 있다. 세계적인 경제 위기의 여파는 한국 사회에 고스라니 전달되어 고물가, 고환율 그리고 높은 이자 비용 부담 등으로 개별 가정의 고통이 그 어느 때보다 극심하다. 사회 구조의 바닥에 가까운 계층일수록 경제 위기의 파고가 최종적으로 도달하는 곳이라 그로 인한 물리적, 재정적 부담은 상상을 초월한다. 설상가상으로 문제가 중첩되어 있는 상황에서 신용카드 관련 규제 등으로 더욱 어려운 처지에 놓인 것이 사실이다. 이미 기존에 보유한 부동산 관련 대출 및 신용 대출 이자비용도 적지 않은 가정이 태반인 상황에서 가처분 소득이 줄어 대부분의 생활비 지출을 신용카드로 연명하고 있는 서민 가정으로서는 신용카드 관련 규제가 사형선고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다.
금융기관, 신용 축소 때는 모르쇠 일관 우리나라는 카드 발급에 대한 규제가 느슨하기 때문에 소득의 몇 배 이상의 한도가 주어지는 카드를 여러 장 소지하는 게 가능하다 보니 이런 사실을 당연하게 여겼다. 소득이 불규칙하거나 거의 전무한 사람에게조차 신용카드 발급이 되는 세상이었다. 2003년 카드 대란 이후 카드 발급에 관한 규제가 강화되었지만 편법과 불법을 동원해 누구에게나 카드발급이 어렵지 않게 이뤄졌다. 그렇게 받은 카드를 열심히 사용하다보면 카드사는 한도를 늘려주는 불필요한 친절을 베풀었으며 카드론 한도까지도 주어졌다. 이미 여러 장의 카드를 새로 발급받아 결제일마다 돌려막기를 하는 숨 막히는 상황에서 카드론의 유혹은 세상 그 무엇보다 반가운 것이 아닐 수 없다. 카드론으로 돌려막기를 하다 또 다시 결제라는 문제와 직면하게 될 때에도 신용 공여를 늘리는 대신 리볼빙(자유결제 혹은 최소 결제)이라는 제도를 활용해 또 다른 활로를 고객에게 제공했다. 물론 그 뒤에 숨어 있는 약탈적이고 탐욕스러운 고금리의 이자 부분에 대한 수수료는 자세히 알려주지 않는다. 어차피 내 코가 석자인 고객의 입장에서는 당장의 이자보다는 갚아야 하는 결제금 총액만이 의사결정을 내리는데 중요한 이유로 작용할 뿐이다. 결국 급여의 대부분을 카드사에 볼모로 잡히는 카드 부채 노예 생활에서 영원히 벗어날 수 없게 된 현실만이 남는다. 일사천리로 토끼몰이식으로 진행되던 신용 공여와 확대가 경제 위기 상황과 맞물리게 되면 신용축소로 급물살을 타게 되는 것이 경제 순환 구조에서 버젓이 반복되어 왔음에도 카드사나 금융사 그 어디에서도 이 부분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지 않았다. 부채 문제의 결과와 그로 인한 역효과 모두 소비자의 몫으로만 남을 뿐이다. 물론 그 아무도 문제 해결 방법도, 공동 책임에 대한 이야기도 알려주지 않고 말이다. 오히려 신용 공여가 남발되던 시기에 카드사의 영업 행태 등에 대해 고발했던 소수의 의견을 가뜩이나 어렵고 팍팍한 지금에서야 실행에 옮기는 당국의 행태는 벼랑 끝으로 내몰린 사람의 등을 떠미는 비열한 행동이라 여겨질 수밖에 없다.
재무 구조를 악성화로 유도하는 금융권의 재무 상담 당장의 생활비 해결 문제는 물론이거니와 기존에 잘못된 금융 상품 판매를 위주로 한 재무 상담 서비스를 받은 대가로 인해 버는 소득의 절반 가까이가 모두 금융 상품에 매몰되어 버리고 있어 매월 들어가는 가정 지출은 실상 신용카드라는 편리한 부채와 빚으로 해결을 해야만 하는 현실이다. 재무상담은 주로 금융회사와 금융상품 판매 대리점들에 의해 이뤄져 왔다. 상담 과정에서 재무건전성이 강화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빚에 대한 인식이 더욱 왜곡되고 가계 재무 건전성의 중요성이 지나칠 정도로 무시되어 왔다. 은행을 중심으로 내 집 마련과 부동산 투자를 통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식의 왜곡된 재무 상담이 이뤄져 온 결과다. 대출 상품 판매와 펀드 판매 두 가지 판매 목적이 결합되면서 빚을 권장하는 재무 상담이 이뤄진 것이다. 또한 금융권과 금융 상품 판매 대리점들은 소비자들에게 재테크와 재무 상담이라는 이름으로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자산 증식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이미 주택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상황에서 내 집 마련을 위한 종자돈 만들기는 당연히 저축이나 예금, 건강한 소비를 통해서는 불가능한 형국이었다. 결국 투자 상품을 통하거나 혹은 빚을 이용한 레버리지 투자를 통해 주택 자산 설계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재무 상담과정이 투자 설계에 편중되는 모순을 보여왔다. 재무건전성을 훼손하는 재무 상담이 금융권과 금융상품 판매 대리점을 통해 더욱 심화하여왔다. 지금의 가계 부채 상당 부분은 금융권을 중심으로 하는 재테크 환상 부풀리기와 재무 상담을 통한 레버리지 투자 설계에서 더욱 늘어났다. 애초 건강한 재무 상담은 가계의 안정적인 재무 구조 설계를 위해 상당히 중요하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금융권이 소비자들에게 열심히 재무 상담을 제공한 결과 가계부채가 심각해지고 중산층들조차 재무 건전성이 크게 훼손되는 결과를 갖게 되었다.
위기 대처 능력 떨어지는 가계 재무 관리 해법은? 가계부채를 해소하고 개별 가구의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사회적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에 이르렀다. 여러 해법이 제시되어야 하겠으나 그 중에서도 과다 채무자에게 재무건전성 회복을 위한 재무 상담이 반드시 제공돼야 한다. 뿐만 아니라 국민 의식이 이미 빚과 저축에 대해 왜곡된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재무건전성의 중요성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올바른 금융교육이 광범위하게 전개될 필요가 있으며 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당장 비상금부터 만들어야 한다. 부채가 많다고 해서 빚만 갚아서는 만에 하나 소득이 감소하거나 목돈 쓸 일이 발생했는데 신용경색 분위기라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따라서 비상금부터 만들어 놓아야만 최악의 경우에도 가정 경제가 안전을 유지할 수 있다. 부채 이자에 비해 비상금 통장의 금리가 낮다는 생각은 불필요하다. 돈의 용도가 다르다면 금리는 중요하지 않다. 높은 부채 이자에 대한 부담감은 비상금 마련에 있어서는 예외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 고정 지출을 줄여야 한다. 지금과 같이 가계부채가 심각하고 경기 전망이 불투명한 때에는 고정 지출을 최소화해야 한다. 고정 지출을 줄이면 비상금 마련을 조금 더 빨리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세 번째로 투자자산의 비중을 줄여야 한다. 여전히 예금 또는 적금 하나 없이 펀드투자만 하고 있는 가정이 적지 않다. 펀드 투자는 여유자금으로 해야 하는 것이다. 여유자금이란 막연히 어디에 쓸지 모를 돈이 아니라 예금과 적금으로 재무목표를 충분히 달성하고도 남는 돈을 말한다. 현재 대부분의 가계 재무 상황은 펀드 투자를 할 여력이 별로 없다. 그러므로 적극적으로 구조조정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흑자도산은 순식간에 보유자산의 가치를 땅으로 떨어뜨린다. 유동성은 이런 극단적인 위험을 보호해줄 안전판이다. 비상금과 적정수준의 고정지출, 저축이 가능한 안전자산의 비중이 높은 재무구조야 말로 현재와 같은 위기 상황을 탈출할 수 있는 재무 관리의 지름길임을 기억해야 한다. | teresa_kim@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