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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인권 교권, 모두 소중하다

경기도교육청과 광주시교육청에 이어 서울시교육청에서 학생인권조례가 공포되면서 사회적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특히 서울의 경우 학생들의 성적지향, 임신, 출산 등에 의한 차별 금지 조항과 집회의 자유를 허용한 조항이 포함돼 있어 교과부와의 법적 분쟁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정치 이념적 측면이 내포돼 있어 본고에서는 논외로 하고 교육현장에서 실감하고 있는 학생인권과 교권의 관계에 국한하여 논의하고자 한다.


문제 상황을 직시하는 진솔성 필요
‘학생들이 당당한 인격체로 존중받아야 한다’는 의견과 ‘교사들이 교육활동을 하는데 어려움을 받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은 모두 교육적으로 정당한 주장임에 틀림없다. 위의 두 주장이 학생인권과 교권을 옹호하는 입장의 중심 내용이라면 이 두 가지 측면을 모두 수용할 수 있는 교육정책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교육현장의 체벌이 교육활동에 일반적 방법으로 통용된 것은 사실이다. 물론 대다수 체벌이 교육적 차원의 ‘사랑의 매’로서 사회적으로 용인됐던 측면이 있었지만 체벌로 인한 학생들의 심리적 저항감이라는 비교육적 측면을 간과하고 있었음을 인정해야 한다. 이런 배경에서 ‘학생인권조례’가 일부 시·도에서 등장하게 됐으며 조례 등장은 해당 시·도에만 국한되지 않고 전국적인 반향을 일으키기에 이르렀다.
교사의 교수활동이나 생활지도의 어려움을 전적으로 ‘학생인권조례’ 탓으로 돌리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지만 ‘학생인권조례’ 공포 이후에 학교 현장이 더욱 곤혹스러워지고 있음을 숨겨서는 안 된다. 학생들의 일탈행위가 ‘학생인권조례’와는 무관하며 그 이전부터 존재했던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은 책임을 전가하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물론 어떤 사회현상이 한 가지 이유만으로 나타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여러 가지 복합적인 원인 중 ‘학생인권조례’의 성급한 공포가 학생 일탈행위 증가의 한 가지 원인으로 작용했다면 이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학생인권을 강조하다가 자칫 폭력 학생들의 기세만을 키워주는 ‘정글의 법칙’이 현실화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오히려 대다수 학생들의 인권과 학습권을 침해하는 결과만 낳게 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으며 이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게 됐음을 인정해야 한다.
학생인권과 교권이 대립적 관계의 개념이 아니라 모두 존중돼야 함은 자명하다. 그러나 ‘학생인권조례’ 공포에 앞선 준비성에 대해서는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중요한 교육정책이 성급하게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돼 졸속 시행되지 않기를 바란다. 자신의 의견을 합리화하기 위해 상대 의견의 문제점만 부각시키는 것은 유능한 토론자의 자세가 아니다. 사고의 편향성과 논리 부재를 드러내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자신의 의견에도 결점이 있음을 인정하고 이를 드러내는 용기가 있어야 하며, 이에 대한 보완책을 제시하는 것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진솔성과 진정성을 느낄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인권교육만큼 의무·책무 교육도 중요
학생과 교사를 포함한 모든 국민에게는 다양한 권리가 헌법으로 보장돼 있다. 그동안 국가 발전과 경제성장이라는 국민적 목표 달성을 위해 큰 관심을 갖지 못했던 국민의 기본권 침해 사례들이 이제 사회적 이슈로 등장하게 됐고, 많은 부분 개선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자신의 권리 주장에는 익숙하지만 권리에는 의무와 책무가 수반된다는 민주 시민의식이 매우 부족하다.
성장하는 학생들에게 인권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동시에 인권을 보장받기 위한 의무와 책무가 더욱 중요하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가르쳐야 한다. 또한 교사들도 교권 수호는 교사의 책무를 다하는 일과 다르지 않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교육청은 조례 공포만으로 대의명분을 다했다는 무책임에서 벗어나 학교 현장에서 빚어지는 갈등을 중심에 서서 해결하는 적극적인 자세를 가져야 하며 정부 차원에서 법적, 제도적으로 해결 장치를 강구하는 것이 교육 당국으로서의 책무를 다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학교와 교사는 학생들의 행복한 학교생활을 위한 교수법과 교육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운영해야 할 책무가 있다. 소외되는 학생이 없는 협력적인 수업 방법, 감화를 통한 생활지도, 돌봄 시스템, 토론교육, 학습 및 생활 멘토링, 꿈 찾기 교육, 동아리 활동 및 특기교육, 학생자치회 활성화 등 학생들의 행복한 학교생활을 위한 학교 교육과정을 운영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 질서를 위협하거나 다른 학생들의 수업권을 방해하는 경우, 교사의 정당한 지도에 불응해 교권을 침해하는 경우에는 단호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학부모 소환, 등교정지(사회 특별교육 이수), 강제 전학, 퇴학 등 단계적인 조치들이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관용의 원칙(zero tolerance)을 적용해야 한다. 그것이 학생들에게 권리와 의무 관계를 정확히 이해하고 학습하게 하는 중요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정부와 교육청에서는 이를 위한 법적, 제도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학생들은 학생자치회를 중심으로 학생인권과 교권을 모두 존중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토론하고 스스로 실천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학생들은 ‘행복한 수업을 위한 방안, 선생님 존경하기, 폭력행위 근절하기’ 등에 대한 토론회를 개최하는 과정에서 선생님과 부모님 그리고 급우들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스스로 바르게 대처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를 수 있을 것이다.
학부모는 학교를 바라보는 시각을 ‘입시’라는 근시안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자녀들을 차세대 행복한 시민으로 성장시키기 위한 안목으로 변화시켜야 하며, ‘맹목적인 자녀 편들기, 학교 흠집 내기, 교사 무시하기’ 등의 부끄러운 모습을 자녀들에게 보여주지 말아야 한다. 또한 학부모도 자녀의 멘토라는 입장에서 교육공동체의 일원으로 교육활동에 동참할 필요성이 있는데, 이러한 학부모의 역할은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 일반화해야 한다.

교권 침해는 학교폭력만큼 심각한 상황
학생인권은 ‘따돌림, 학교폭력, 학교 부적응’ 등의 문제와도 무관하지 않다.
학생들에게는 인격권은 물론 안전하게 학교생활을 영위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이미 학교폭력은 단위 학교의 힘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학교폭력 증가와 과격화로 교사들이 학생 생활지도에 투여되는 시간과 노력이 감당할 수준을 넘고 있으며, 정작 수업이나 진로지도에 진력할 여력이 소진되고 있음이 현실이다. 이러한 교육 현장의 현실이 교권 상실의 또 하나의 원인이 되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최근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이 국무총리 담화를 통해 발표됐다. 가해 학생에 대한 즉시 출석정지, 강제전학, 학부모 특별교육이수 등이 포함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교권 침해에 관한 조치는 전혀 포함돼 있지 않은 것은 매우 유감이다. 교권침해는 학교폭력에 준하는 심각한 상황임을 인식하고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는다면 ‘학생인권조례’와 ‘교권수호’를 둘러싼 갈등 양상은 지속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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