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전문상담교사로서 학교에 첫 발령 당시,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상담실 청소만 열심히 했던 기억이 난다. 아마 동료교사들도 전문상담교사인 내가 궁금하고 신기했을 것이다. ‘전문상담교사’라는 것이 무엇인지, 상담 필요성과 효과에 대해 반신반의하던 교사들도 있었다. 그러던 중 나의 업무가 제자리를 찾기 시작한 건 Wee프로젝트가 시행되면서부터다. 단위학교에 구축된 ‘Wee클래스(학생공감상담실)’는 학교에서 꽤나 좋은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고, 학생·학부모·교사들의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매력적인 공간으로 변하게 되었다. 학생들의 감성과 문화를 반영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했더니 일반학생들은 물론 학교생활에 적응하기 힘든 학생들까지 수시로 찾아 왔다.
집단따돌림이나 학교폭력으로 교실에 있기 힘든 학생들은 쉬는 시간마다 Wee클래스에 와서 책을 읽거나 말을 걸어왔다. 나는 그들에게 적절한 지원을 하기 위해 노력했다. 학습부진과 또래관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에게는 학교 내 또래상담자와 결연하여 학교적응을 돕고 문화체험 기회를 마련, 친구들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었다. 점점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고 표정이 밝아지는 아이들을 보며 나도 모르게 엄마미소를 짓곤 했다.
비교과교사들의 역할 정립 필요학교부적응 학생들에게는 그들 특성에 맞춰 댄스, 스키 등 특성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들이 고등학교에 진학해 건강한 학교생활을 하면서 가끔 찾아오거나 연락하는 것을 보면 참으로 대견하고 뿌듯하다.
상담의 영역은 광대하다. 이는 전문상담교사가 그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 또한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현장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남아 있다.
첫째, 학교 현장에서의 인식변화다. 전문상담교사가 추진하는 행·재정적 업무는 일반교사뿐 아니라 관리자들에게도 낯선 내용이 많다. 학생들에게 긍정적 영향을 주는 것을 확인하면 적극적인 지지를 하기도 하지만 그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동료교사와의 관계에서도 ‘교장실보다 좋은 Wee클래스, 혼자 교실을 쓰는 실장, 수업 없는 교사’라며 질투 아닌 질투를 받기도 한다. 또 단시간 내 학생의 변화를 기대하면서 상담전문성과 그 효과성을 의심하는 눈초리를 받기도 한다. 이런 어려움은 전문상담교사 역할의 모호성에서 오는 것으로, 현장에서의 역할 정립을 위해 학교공동체의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둘째, 상담여건의 개선이다. 최근에는 일반교과의 수업시수 확보로 상담시간을 확보하는 것조차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전문상담교사에 대한 평가는 자존감을 떨어뜨린다. 일례로 전문상담교사를 비롯한 대부분의 비교과교사의 경우 그들 고유 업무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해 성과급에서 항상 최하위 등급을 받고 있다. 금전적 부분을 떠나 우리의 노력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 학생들의 정신건강이 강조되고 상담의 필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전문상담교사들이 일에 대한 보람과 긍지를 가지고 그들의 고유 업무를 행할 수 있는 상담여건의 조성이 시급하다.
전문상담‘인력’ 아닌 전문상담‘교사’ 배치 시급 셋째, 전문상담교사를 교육 현장에 전면 배치하여야 할 것이다.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에서도 상담교사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지만 정작 전문상담교사의 증원보다는 그 외 전문상담인력(전문상담사, 사회복지사 등)이 배치되고 있다. 현재 학교와 교육청에 배치된 전문상담교사의 수보다 그 외 전문상담인력의 규모가 더 크다. 이는 학교 현장에서 전문상담교사의 역할 정립에 큰 어려움을 주고 있으며, 계약직으로 들어오는 전문상담인력의 입장에서도 안정적인 업무 추진 환경조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학생, 학부모, 학교 입장에서도 지속적인 관리와 업무의 연속성 측면에서 효율적이지 못하다.
학생의 진로, 진학에 도움을 주기 위한 진로진학상담교사의 배치는 환영할 만한 일이긴 하다. 그러나 둘 사이의 역할이 제대로 정의되지 않아 전문상담교사, 진로진학상담교사는 물론 일반교사들도 혼란스러울 뿐이다. 학생들의 건전한 성장을 돕고자 학교에 배치되는 인력 간에 유기적인 연계가 이루어질 수 있다면 그 효과는 배가 될 것이다.
보람과 어려움 속에서 일하는 전문상담교사는 교직에서도, 사회적으로도 아직 소수에 불과하지만 그들의 소소한 역할과 가치 있는 노력이 교육공동체의 희망이 비상할 수 있는 날개가 되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