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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체감도는?

정부가 교사들의 행정업무 부담을 향후 지속적으로 줄여나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담은 대책을 내놨음에도 불구하고 학교 현장의 변화는 미미하다. 학교폭력 근절 대책, 주5일수업제 실시, 2009개정교육과정 순차 적용, 학교평가와 관련한 각종 공모제 등 ‘보다 나은 교육을 위해’ 새롭게 시도하는 정책과 교육과정의 변화가 실상 교사들에겐 또 하나의 업무 부담이 된다고 토로하기도 한다. 교사 본연의 업무만으로도 바쁜 현실에서 잡무 때문에 본업에 지장을 받는다는 현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교사 업무가 장난이 아니더라고요. 교무실에서 하는 업무가 상상외로 엄청 많고 수업은 교사 업무 중 아주 작은 일부분이었어요. 교사란 직업은 정말 사명감과 희생정신이 없으면 할 수 없다는 것을 체감하고는 일찌감치 다른 길을 찾았죠.”
20여 년 전 사범대 교생실습 과정에서 교사 업무가 학교 밖 사람들은 생각지도 못하는 부분에서 엄청나게 많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 교사들의 고충을 십분 이해하고 있다는 직장인 이 모(43)씨의 말이다. 그 이후로 20여 년이 흘렀다. 지금의 학교 현장은 어떨까?

‘새 교육제도는 새로운 업무 추가?’
보다 나은 교육을 위해 새로운 교육정책들이 발표·추진되고 있지만 아쉽게도 ‘교원업무 경감’은 현재까지도 교육계의 풀리지 않은 숙제다.
충남 서산의 한 공립초교 교무부장은 “아이러니하게도 새로운 교육정책이 추진될 때마다 교사들의 업무 부담이 가중돼 오히려 수업력 제고를 위해 투자해야할 시간을 빼앗기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학교는 주5일수업제를 전면 실시하면서 교사의 업무 부담이 이전보다 커졌다. 기존 수업일수 205일을 190일로 줄이기만 하고 수업시수는 그대로 뒀기 때문이다. 수업시수 확보를 위해 195일 이상을 수업일수로 잡으니 수업시수는 주 30시간을 부담해야 하는 실정이다. 또 다양한 토요프로그램 운영으로 300여 명이 넘는 학생이 토요일에 등교하다보니 교감과 교무부장, 담당교사들은 매주 토요일 출근해 이를 관리해야 한다.
학교 지원을 위해 시행하고 있는 각종 공모제도 업무 부담이라고 토로한다. 그는 “공모제 계획서를 제출하면 이를 검토해 학교 지원여부가 결정된다. 이런 항목이 학교평가와 관련돼 있어 공모에 대한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특히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가 학교평가와 학교성과급 등과 연계되기 때문에 6학년 학생들의 경우 1학기에는 학업성취도 평가에 맞춰 수업을 진행하게 되고, 부진학생지도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니 교사들의 업무 부담이 커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시도교육청 평가, 지역교육지원청 평가, 학교 평가 등의 경쟁구도와 질보다 양에 얽매인 대회 참가가 교사의 업무를 과중케 한다는 말이다. “학교평가와 관련한 업무는 피해갈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실질적 교육보다는 형식적인 교육이 이뤄지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또 “범사회적으로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교사들 또한 필요성을 느끼지만 인원 보충 없이 이와 같은 업무만 계속해서 가중되고 있으니 효율성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공문서 감축 실적 평가체계 명확화 해야
교과부가 발표한 ‘2012 교사 행정업무 부담 경감 방안’에서 지속적 추진 의지를 담은 공문서 감축 방안에 대해서도 현장에서는 ‘과연 가능할까?’라는 반응이다. 유양옥 개봉중 교감은 “공문서 양이 다소 줄어드는 경향이 있었으나 4월 이후 다시 폭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즉각적인 변화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항간에는 ‘공문서 감축한다는 공문이 더 증가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또 단순안내 및 공지 공문의 경우 업무관리시스템의 공문게시판을 활용하도록 한다고는 하지만 결국 학교에서는 게시판까지 열람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는 지적이다.
조금만 가공하면 확보할 수 있는 데이터를 매번 학교에 요청하거나 같은 자료를 이중 보고토록 하는 것, 서고에 이관돼 파악이 곤란한 과거자료까지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고 보고를 요구하는 등 배려와 지원이란 교육행정서비스 마인드가 부족한 관행도 문제로 제기됐다. 그나마 교육활동과 관계있는 공문서는 ‘양반’이란 말도 나온다. 서울의 한 고교 교장에 따르면 ‘학교 반경 내 유흥업소 수 조사’처럼 교육과 무관한 공문까지 학교에 요청하고 있는 실정이다.
교과부가 공문서 감축 실적을 시도교육청 평가에 반영해 재정지원을 차등화한다고는 했지만 감축 분량이나 내용에 대한 구체적 기준이 제시되지 않아 이에 대한 강력한 실천의지를 담은 방안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배용숙 상명고 교장은 “현실성 없는 대책을 마련하는 것보다는 강제력을 갖추고 현장에서 파급력도 줄 수 있는 관련 법률을 제정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이를 통해 학교와 하급교육기관, 상급교육기관 간의 행정적 역할과 관계를 명확하게 강제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업무효율화 시스템이 효율성 저해?
업무효율화를 위해 도입된 각종 시스템은 오히려 교원 업무 부담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잦은 시스템 변경과 사전 교육 부족, 복잡한 사용법, 동일 내용의 중복 입력 등에 대한 교사들의 불만이 커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김중원 청담고 교무부장은 “예전에는 내부결재를 통해 예산을 집행해 왔는데 에듀파인이 등장하면서는 구매처, 구매액 등을 정확하게 입력해야 한다”며 “사실 교사들은 조달청 가격도 잘 모르고, 여러 번 인터넷 검색을 하면서 시간을 허비해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에듀파인 도입이 교사들에겐 부담”이라고 말했다.
다른 학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교사가 일일이 물품 값이나 종류 등을 직접 조사하고 에듀파인으로 기안해 물건을 구입하면 행정실에서는 물건 값을 지불하는 일을 한다”는 한 교사는 “청소도구나 컴퓨터 구입도 교사가 일일이 물건을 정하고 기안해 구입하고 있다”며 “가르치는 데 필요한 물건은 교사가 직접 구입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행정실에서 처리해 주어야 하는 것이 맞지 않느냐”고 항변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 새교육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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