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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로 전하는 교육나눔 '울산교사바리스타모임'

향기로운 커피향이 짙게 깔린 울산의 작은 카페에서 울산교사바리스타모임 소속 교사들을 만났다. 커피 한 잔에 금세 행복해지는 이들은 커피에서 삶의 향기와 여유를 찾았다. 그리고 그 행복을 교육활동으로 연계하여 학교, 학생들, 동료 교사, 지역 사회와 함께 나누는 모임으로 발전해가고 있다.


커피 그리고 ‘힐링’

“울산에서 제일 맛있는 핸드드립 커피 한 잔 드릴까요? 마셔보면 반하실 걸요!”
모임에서 회장을 맡고 있는 이성혜 교사가 커피를 권하면서 얼굴 가득 미소를 짓는다. 2011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울산교사바리스타모임은 이름 그대로 ‘커피’를 통해 소통하는 교사모임이다. 이성혜 교사의 제안으로 평소 커피를 즐기던 동료 교사 3~4명이 모여 처음 모임을 만들었는데 초창기에는 그저 커피를 즐기는 수준이었다.
“모임을 갖다보니 커피에 대해 전문적으로 공부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울산에서 유명한 바리스타 선생님께 직접 찾아가서 배우기 시작했어요.”
원두별 특징, 원두 볶는 방법, 볶은 원두를 가는 방법, 커피 내리는 방법, 커피머신 사용방법 등 전문가에게 하나둘 배우면서 이 교사를 비롯한 모임 회원들은 바리스타에 버금가는 실력을 갖추게 됐다.
“처음에는 커피라는 공통의 관심사로 동료 교사들과 모여 이야기하고, 학교생활의 어려움이나 집안이야기까지 나누면서 친밀해지는 게 좋았어요. 모임에 오면 여유를 되찾는 느낌이 들거든요.”
초창기 회원으로 지금까지 활발하게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김영희 교사는 모임을 통해 학교생활이 더 즐거워졌다고 말한다. 전에는 몰랐던 드립커피나 도피오의 맛을 비교하는 즐거움에, 동료 교사들과의 친목도 도모할 수 있는 점이 장점이라고 강조한다.
이 모임은 정기모임을 통해 커피에 대한 지식을 쌓아가는 동시에 분기별로 ‘커피탐방’도 진행하고 있다. 울산은 물론 경주, 강릉 등의 유명 카페와 바리스타를 찾아가 일상의 짐을 잠시 내려놓고 커피를 즐기는 일종의 커피힐링 프로그램도 개발,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울산 전역의 유·초·중·고등학교 교사 15여 명이 활동하고 있는 이 모임은 2012년 3월 울산교육청에 동호회로 공식 등록한 이래 단기간에 지역 내에서 주목받으면서 성장하고 있는 모임 중 하나다.
아직까지는 소규모이지만 모임 내 역할은 분명하게 정해져있는 편이다. 이성혜 교사가 회장으로서 전반적인 운영을 총괄하고, 최숙 교사가 총무를 맡아 회계 및 지원 활동을, 강인지 교사가 블로그 운영 등을 책임지고 있다.
“우리 모임이 유명해지면서 교육청에서 주최하는 행사에도 참여할 기회가 많아졌어요. 시청이나 구청에서 지역 주민들을 위한 행사를 열 때 부스 운영을 하면서 행사를 지원하고 커피나눔을 하고 있어요. 참 행복한 일인 것 같아요.”

커피 통한 진로·인성교육
울산교사바리스타모임이 특별한 이유가 또 있다. 전문 바리스타 과정을 공부해서 커피에 대한 전문성을 확보한 교사들이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적 연계를 시도했기 때문이다. 이 모임은 지난해 11월 울산과학관에서 열린 ‘2012 울산창의·인성축제’에 참여해 학생들을 대상으로 ‘바리스타 체험활동’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부스를 운영해 학생들에게 원두커피 분쇄에서부터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추출하는 전문적인 방법을 체험하게 했어요. 또 커피와 관련한 진로의 방향을 안내하기도 했고요. 제일 중요한 건 전문가가 추출한 커피를 맛보고 직접 바리스타가 되어보는 등 실제적 체험이 되게 하는 부분이었어요.”
이들의 ‘바리스타 체험활동’은 50개의 체험 부스 중에서 학생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프로그램으로 꼽히기도 했다.
“요즘 학교에는 꿈이 없는 학생들이 많아요. 그런데 체험활동을 한 학생들 중에는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서 직업으로 삼고 싶다고 말하는 학생들도 생겼어요. 꿈을 잃은 학생들에게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것 같아요.”
이성혜 교사는 체험활동 프로그램 운영을 계기로 진로지도, 특기적성 및 방과후 지도, 폭넓게는 인성지도까지 커피를 통한 교육적 연계를 모색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 부분에는 회원 모두가 뜻을 같이하기 때문에 올해는 더욱 다양한 활동으로 학생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설 것이라는 뜻도 피력했다.
뿐만 아니라 이 모임은 울산과학기술대학교의 초청으로 교수진과 교직원을 대상으로 한 커피시음회도 열었다. 강인지 교사는 “처음에는 작은 나눔이었는데 생각 외로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찾아왔다. 순식간에 소문이 나서 준비해 갔던 커피가 턱없이 모자라서 한 모금씩 맛을 보는 정도로만 커피를 제공해야 했다”면서 다음 기회에는 더욱 철저하게 준비하고 기획해 시음회는 물론 강연까지 진행하는 행사를 추진할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나누고, 채우고, 준비하고
단조로운 학교생활에 커피 향기를 퍼트리며 여유와 새로운 일에 대한 열정을 회복시키고 있는 이 모임은 올해 다채로운 활동 계획을 가지고 있다. 먼저 울산 전역의 유·초·중·고등학교 교사들의 참여 문의가 쇄도하는 만큼 모임의 규모를 좀 더 확장해 운영을 재정비하고, 교육청과 이미 협의된 직무연수를 개최할 계획이다. 세부적으로는 여름방학과 겨울방학 기간에 각각 15차시의 바리스타직무연수 과정을 개최, 교사들을 전문 바리스타로 양성하여 학교 현장에서 직접 학생들의 진로교육 및 인성교육을 실시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줄 계획이다. 또 교장과 교감을 대상으로 한 직무연수도 준비 중에 있다.
“교사들과 대화하는 데 커피라는 주제가 참 친근하고 좋더군요. 아무래도 교장이라고 하면 어렵게 생각하고 쉽게 다가오지 못했는데, 모임에 나와서 핸드드립을 배우고 나서부터는 교사들이 커피 한 잔만 달라고 하면서 먼저 교장실로 찾아오더군요. 덕분에 학교생활이 더 행복해졌어요. 또 퇴직 후 집에 찾아오는 손님을 대접할 때도 좋을 것 같고요.”
새로운 취미에 흠뻑 빠져있는 울산중앙고등학교 이상옥 교장은 이러한 장점 외에도 자신과 같은 교장, 교감은 물론 교사들이 퇴직 후에 은퇴사업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창업 지원 시스템 구축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교육청 요청으로 교직원 대상의 직무연수,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참가할 예정인 ‘2013 울산창의·인성축제’까지 이 모임의 커피를 통한 소통과 나눔은 올 한해 더욱 폭넓게 확산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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