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2024.11.16 (토)

  • 맑음동두천 10.9℃
  • 구름많음강릉 16.0℃
  • 맑음서울 14.0℃
  • 맑음대전 13.2℃
  • 맑음대구 13.6℃
  • 구름많음울산 17.4℃
  • 맑음광주 14.1℃
  • 맑음부산 19.2℃
  • 맑음고창 11.3℃
  • 맑음제주 19.9℃
  • 맑음강화 12.4℃
  • 맑음보은 11.3℃
  • 구름조금금산 7.5℃
  • 맑음강진군 15.9℃
  • 구름조금경주시 14.7℃
  • 맑음거제 17.0℃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함께 배우는 즐거움

지난해 5월 인성교육범국민실천연합이 진행한 ‘선생님, 학생, 학부모 자랑 글쓰기 대회’에서 수상한 작품을 연재합니다. 이번 호에는 ‘학생 자랑 부문’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이경숙 군포e비즈니스고등학교 교사의 글을 소개합니다.


우리 학교는 학습능력이 다소 부족한 특성화고다. 그러나 배움에 있어서는 서로 돕고 협력해 활기찬 수업을 하고 있는 e-디자인과 2학년 학생들을 자랑 하고자 한다.
나는 2012년, 성공적이고 지속적인 학생활동 중심의 배움 중심 수업을 하기로 결심하고 프로젝트 수업 관련 교내자율연수 후 수업에 바로 적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어서 첫 단계인 모둠 편성에서부터 실패했다.

학생 의견을 존중하자는 마음에서 학생들 의견에 따라 모둠을 편성했더니 모둠별 활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무임승차하는 학생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난해에는 담임교사들에게 받은 성적 명렬표를 토대로 모둠을 편성했다. 그리고 모둠별 역할은 모둠원끼리 정하도록 했다. 모둠장은 리더십도 중요하지만 모둠학습을 이끌어 나갈 학습능력도 필요한데 다행히 이번 모둠장들은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뽑혔다.
모둠편성 후에는 수행평가에 중점을 둬 모둠활동과 개별활동 점수 비중을 높이겠다고 공지했다. 성적을 중시하는 모둠장들은 모든 모둠원이 학습활동에 참여하도록 항상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 나는 모둠별로 토의를 통해 수업시간에 지켜야 할 규칙을 정하도록 하고, 모둠별로 발표하도록 했다. 그랬더니 학생들
스스로 교사인 내가 강조할 내용들을 규칙으로 정하고 1년 내내 잘 지키겠다고 했다. 참으로 기특한 일이다. 교사가 규칙을 정했다면 아마 학생들은 “선생님이 또 잔소리한다”며 싫어했을 것이다. 그러나 학생들에게 자율성과 책임성을 강조하니 그들 스스로 더 잘지켜나가려고 신경 쓰는 것 같았다.

배움 중심 수업에 들어갔다. 이 수업에서는 교사의 설명 후 학생들 스스로 배움 중심 학습지를 풀게 한다. 수업 중 배운 중요한 개념에 대한 설명을 교과서에서 찾아 쓰게 하고 서로에게 설명해 주는 시간을 갖게 하는 것이다. 학생들은 교과서에서 알맞은 개념을 찾아 정리는 해 놓았지만, 막상 설명을 하도록 하면 말을 매끄럽게 하지 못하고 본인이 정리해 놓은 글도 제대로 읽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렇게 서로 가르쳐 주고 설명하도록 하면 발표력이 조금씩 향상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모두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친구들이 잘 도와줘 극복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친구들이 방치하는 경우도 있다. 초창기에 이 두 가지 경우를 보고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과 걱정을 많이 했다.
좋은 사례와 나쁜 사례는 9반과 10반의 모둠에서 발견됐다.

9반의 1모둠에는 박원정이란 학생이 있었는데 필기도 느리고 말도 아주 느렸다. 원정이의 얼굴짝인 새봄이는 평소에 말은 없지만 내용 정리를 잘하는 것으로 보아 학습능력이 뛰어난 학생 같았다. 새봄이는 원정이가 학습지를 풀지 못하면 다 쓸 때까지 기다려 주었다.
나는 그 모습이 너무도 기특해 더 눈여겨보았는데 원정이가 힘들게 내용 정리는 다 마치면 새봄이는 그것을 천천히 읽어 보고 틀린 부분을 수정해 주었다. 그리고 원정이에게 친절하게 설명까지 해주는 것이었다. 그리고 잘한 부분에 대해서는 잘했다고 말해주기도 했다. 그러면 원정이는 새봄이의 말에 귀 기울
이며 고개도 끄덕이곤 했다.
원정이는 반 전체에서도 학습능력이 뒤지는 학생이었으나 모둠원들이 잘 챙겨주고 도와준 결과 포기하지 않고 천천히 자기의 역할을 해내고 있었다. 또 모둠원들은 원정이를 묵묵히 기다려줬다. 배움 중심 수업이란 것이 친구들끼리 협동하고 이해하고 배려해야만 가능한 것인데, 이 학생들이 스스로 실천하고
있는 것을 보고 매우 기특해 아낌없이 칭찬했다. 물론 원정 학생의 실명을 말하면 원정이 자존심에 상처를 입을까 봐 ‘어떤 모둠’이라는 호칭을 써서 칭찬했다.
학생들은 어느 모둠일까 매우 궁금해하는 얼굴로 주위를 둘러보았으나 해당 모둠 학생들은 자기네 모둠인 것을 아는 것 같았다.

대조적으로 10반에서는 첫 시간부터 학습지를 빈 종이로 제출하는 학생이 있어 그다음 수업시간에 해당 학생과 소속 모둠을 유심히 관찰해 보았다. 수업 시작 전에 모둠장들에게 “모둠 내에서 모둠활동을 안 하는 학생이 있으면 모둠원 전체 점수에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는데도 해당 모둠에서는 모둠원 전체의 활동을 챙기지 않고 있었다.
필기를 하지 않은 학생은 외모가 예쁘장한 홍진이란 학생이었다. 그 학생은 얌전히 앉아서 학습지만 계속 쳐다보고 한 손에는 볼펜을 들고 무엇인가를 쓰려는 자세를 취하곤 했다. 그러나 폼만 잡을 뿐 필기는 하지 않았다. 모둠장은 여학생이었는데 아주 열심히 학습지 빈칸을 메워 나갔다. 다른 모둠원들과는 문제에 대해 토의도 하면서 열성적으로 학습에 임했다. 그 모둠에는 모둠장보다 외모가 좀 부족한 여학생과 남학생 두 명이 더 있었는데 그 모둠장은 예쁘장하고 아무것도 안 쓰고 있는 여학생에게는 말을 안 걸고 다른 학생들에게만 말을 걸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 새교육에 있습니다]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