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가 바라는 역량 있는 교사는 어떤 모습일까?’에 대한 나의 관심은 ‘학교는 나라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는 곳’, ‘교사는 기본 지식교육의 전달자’라는 수동적인 입장이 주는 거부감에서부터 시작됐다. 교사로서의 일과 역할을 너무나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개인적인 고민과 다양한 시대와 사회 속에서 21세기가 바라는 역량 있는 교사는 과연 어떤 형태로 그려지고 있는지 미국과 유럽의 사회적 연구를 바탕으로 우리 교육 현실과 비교해 살펴보고자 한다.
교사의 이해와 지식의 차이 자고 일어나면 어제와 세상이 달라져 있고, 지식과 정보는 계속해서 새롭게 쏟아지는 세상이다. 사람들은 과거보다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이 생각하며 생활한다. 그러다 보니 이런 변화에 맞춰 개인 변화도 요구받게 된다. 물론 사회·문화적 배경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세계 각국의 시대적 상황에 따라 공통적으로 변화의 양상을 보인다. 이에 따라 교사의 사회적 역할과 정체성에 대한 사회·문화적 접근도 교사가 가르치고 배우는 모든 일련의 활동이 시대적,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존재로서의 이해와 실천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과거, 교사에게 교실 안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국한된 활동만을 기대했던 것과 달리 현재는 교실과 학교 밖을 넘어서 교사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와의 밀접한 관계성에 대한 고민과 그에 상응하는 실천성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교사의 역량은 교사의 지식에서 먼저 미국을 보자. 미국사회의 교직 풍토를 보면 교사의 이직률이 높고, 신규 교사들이 3년 안에 학교를 떠나는 경향이 있다. 한국과는 반대로 교사가 되기 위한 험난한 경쟁을 겪지 않아도 비교적 쉽게 학생을 가르칠 수 있기 때문에 미국에서는 교사를 전문가로 쉽사리 인정하지 않으며, 교사들의 교과관련 기본 지식이 늘 문제라고 지적해 왔다. 한국처럼 치열한 경쟁을 통해 교사가 되지 않기 때문에 교사로서의 기본적인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미국의 교원 역량에 관한 다양한 공식 문건들만 보아도 교과 및 교육과정과 관련된 지식이 협소함을 알 수 있다. 바크만(Bachman, 1987)은 ‘교직은 별 이력을 갖지 않고도 할 수 있는, 비교적 낮은 임금과 사회적 지위를 가진 여성들이 하는, 쉽게 구하기도 하고, 쉽게 그만두기도 하는 대중적인 직업 중 하나’라고 표현했다. 그 이유는 페미니스트 관점에서 찾아볼 수 있다. 산업혁명과 더불어 만들어진 학교교육이라는 제도 속에서 서양 교사들은 단순한 공장 노동자들을 위한 읽기, 쓰기 교육을 해 주는,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아줌마였다. 속된 표현으로 아줌마의 지식과 역량에 대해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기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때문에 여성이 주로 하는 가르치는 일에 대한 지식이나 역량에 대해 별 가치를 두지 않은 것이다. 다시 교사의 지식과 역량 이야기로 돌아가 현재 미국 교사교육을 대표하는 하나의 모델을 살펴보고자 한다. 미국의 대표적 교사교육 전문가인 달링 해먼드&브랜스포드(Darling-Hammond&Bransford, 2005)는 <변화하는 시대의 교사교육(Preparing teachers for a changing world)>이라는 책을 통해 21세기를 준비하는 교사와 교사교육에 대한 시대적 제안을 했다. 과거에 NCLB(No Child Left Behind, 2001)에서 제시했던 교사자격이 학위, 기본적인 교수력 및 전공 교과관련 지식이었던 것과 달리 그가 제안한 것은 ‘교사는 변화하는 시대에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전문직으로서의 비전을 가지고 가르치고 스스로 배우는 사회적 활동가’였다.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첫째, 단순한 수혜자로서의 학습자를 아는 것이 아닌, 학습자와 학습자의 사회적 상황을 고려한 발달 지식을 가지고 학습자를 이해하며 둘째, 일차적 수준을 벗어나 교과교육 및 교육과정에 대한 폭넓은 안목과 정확한 목표의식을 갖고 셋째, 교수 및 평가 활동과 관련된 교사로서 갖추어야 할 다양한 학급 경영력 등이 제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