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교육은 비빔밥과 같은 것이다. 각각의 재료가 잘 어우러져 새로운 맛이 나와야 한다. 그러나 현재 과학수업을 받는 학생들 중 과학 교과서에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교과가 융합되어있다고 받아들이는 학생들은 거의 없다. 이것저것 섞여있는 덕분에 과학이 한없이 어려워졌다고 생각할 뿐이다. 융합은 학생들의 머릿속에서 일어나야지 교수들의 머리에서 융합된 내용을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았으면 좋겠다.
우리 교육은 사회가 요구하는 형태의 인재를 만들기 위해 변화해왔다. ‘이해찬 1세대’라 불리는 83년생들은 ‘한 가지만 잘하면 대학에 갈 수 있다’는 교육부의 약속과 함께 공부 대신 특기를 찾아 자신의 능력을 개발하였지만, 이 실험이 성공적이었다고 판단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이 시기의 사회에선 전문화된 인력들의 협업연구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교육에선 효율적인 전문가를 양성하고 학생들의 학습량을 줄이기 위해 자신이 필요한 과목만 선택하여 공부할 수 있도록 선택과목이 생겨나게 되었다. 이에 따라 대학교에선 한 두 과목만 평가에 반영하는 입시전형이 등장하게 되었고, 이처럼 몇 개의 선택과목만 대학입시에 반영되는 시스템은 현재와 같은 교실 붕괴의 결정적인 원인이 되었다. 최근엔 인문학적 상상력, 사회 현상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과 과학기술 창조능력을 두루 갖춘 미래 인재육성의 기반 구축을 위해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좋은 의도로 보면 융합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지만, 내막을 살펴보면 교실수업의 붕괴에 따른 처방이 현장에서 필요로 했기 때문일 것이다. 도구과목의 점수비율이 높고 그 중 일부만 선택하여 대학 입시에 반영하며, 사회·과학탐구 과목 중에서도 과목을 선택하여 일부 과목만 입시에 반영함으로써 학교에서 진행되는 수업의 절반 이상이 ‘쓸 데 없는 과목’ 취급을 받는 게 현실이다. 물론 학생들이 수능에 적용되지 않는 과목에 대한 의미를 찾지 못하는 것을 교사와 학교의 무능력이라고 비판할 수도 있다. 그러나 효율적 삶이 강조되고, 학벌중심의 사회구조가 뿌리 깊은 오늘날, 입시와 관련되지 않은 과목에 열정을 쏟을 학생들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현행 교육시스템에서 문·이과 통합이 필요한 이유 융합을 하려는 이유는 창의적인 사고가 가능하도록 하기 위함이며 창의적인 사고는 좋은 지식구조를 가질 때 가능하다.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은 전문화된 인재를 양성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지식이 한쪽으로 치우치기 때문에 좋은 지식구조를 갖기 어렵다. 문·이과 통합을 통해 다양한 교과를 배움으로 균형잡힌 지식구조를 갖고 탐구활동 및 동아리 활동 등을 통해 지식을 연결하는 과정을 배워간다면 사회에 필요한 창의성을 갖춘 인재들을 양성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도 10학년까지 문·이과가 통합되어 있는 형태로 수업을 받고 있다. 10년이라는 시간동안 국·영·수·과·사·예체능·창의적체험활동 등을 고루 수업한 학생들은 핵심공통 소양 함양이 충분히 되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교과의 위계상 대학교에서 필요하고 사회에서 사용될 지식은 고등학교 2, 3학년 때 배우는 사회·과학 선택과목들에 많이 배치되어 있다. 또한 학생들은 아직 자신의 적성과 흥미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장래희망 및 직업의 결정에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되돌리지 못할 만큼 많은 것들을 선택하는 작업이 고등학교 1학년에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도 해결하기 위해서 꼭 문·이과 통합은 필요하다.
현재 기획되는 문·이과 통합 방법에 대한 의견 1) 도구 과목에 많은 시수 배정 문·이과 통합이 되기 전부터 우리나라 교육은 도구과목에 너무 많은 시수가 배정되어 있었다. 국어, 영어, 수학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나 다른 과목을 학습하기 위한 도구과목은 10학년까지 이수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사회, 과학은 지식을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식을 학습하는 방법 또한 중요한 과목이다. 과학은 필수적으로 실험이 함께 하여야 할 것이며, 사회 역시 실험실습 및 토론과정이 꼭 필요한 과목이다. 현재 수업이 이뤄지는 것처럼 지식 전달 위주의 수업은 학생들의 창의성과 융합적인 사고를 키우는 데 한계가 있다. 사회, 과학의 시수가 늘어나 좋은 지식구조를 가질 수 있도록 충분히 가르칠 수 있는 시간과 지식간의 연계가 공고히 될 수 있는 토론 및 실험시간이 보장되어야만 문·이과 통합을 통한 전인적이고 창의적인 인재양성의 목적에 맞게 될 것이다.
2) 새로운 융합형 교과서 제작에 관하여 현재 고등학교 과학 교과서는 융합형 과학을 목적으로 만든 것이다. 하지만 이 과학 교과서는 현재의 과학과 연계성을 갖지 않으며 내용 또한 생소하여 아마 1명의 교사가 가르치기 힘들 것이다. 더욱이 1개의 단원에도 여러 과목이 혼합되어 있는 개념이 있어, 현행 대학교 커리큘럼에서 공부한 과학교사는 학생들에게 수업하기 매우 힘든 구조로 되어있다. 이로 인해 과학 교과서는 탐구능력과 실험을 통한 내용 파악이 되지 않은 채 사실을 안내하는 정도로만 구성되어 있는 실정이다. 특히 이번 과학교과서는 융합과 최신 과학에 지나치게 초점을 두는 바람에 처음 공청회 당시에는 시험도 4지선다형이 아닌 서술형 또는 O, X 형태의 문제를 출제하도록 안내할 만큼 체계적이지 못했다. 또한 밀어붙이기식의 정책이 시행되어 파행을 겪고 있기도 하다. 융합교육에서 가장 조심해야 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학생들에게 지식을 섞어서 주는 것이다. 현재 과학수업을 받는 학생들 가운데 과학 교과서에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교과가 융합되어 있다고 받아들이는 학생들은 거의 없다. 그냥 하나의 과학이라고 느끼며, 이것저것 섞여있는 덕분에 과학이 한없이 어려워졌다는 평가를 많이 내리고 있다. 비빔밥을 하나의 예로 들어보자. 우리가 외국인에게 비빔밥을 매번 같은 나물을 넣고 고추장에 비벼준다면 외국인은 비빔밥의 참뜻을 알 수 있을까? 외국인은 비빔밥이 자신의 기호에 맞게 나물을 선택하고 고추장을 넣어 만들어진 음식이라는 것을 모를 것이다. 융합도 마찬가지이다.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이란 나물을 잘 선택하여 머릿속에서 융합이 일어나야 하는 것이 융합이지, 교과서를 구성하는 교수들의 머리에서 융합된 내용을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것은 새로운 형태의 과학일 뿐 융합을 가르치기 위한 교과서가 아니라 생각한다. 단지 현재 나와 있는 교과서들은 이과 학생들의 수준에 맞춰 구성되어 있는 것이므로 과목 간 연계성이 높아 융합이 쉽게 일어날 수 있는 부분만 골라 재구성하는 작업은 필요할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 새교육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