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마음에서 우러나는 열정과 사랑이 없으면 안 됩니다. 제자들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베풀 때 진정한 교육이 이뤄지는 것이죠.”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앞서가는 대학, 건양대학교 김희수(86) 총장의 말이다. 쌀 한 가마니쯤은 번쩍 들어 올릴 것 같은 다부진 체구에 연한 감색 나비넥타이를 맨 그에게서 미수(米壽)를 바라본 세월이 무색했다. 그는 남다른 열정의 소유자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 새벽 4시면 출근해 하루를 시작한다. 건양대 병원을 비롯하여 대전 메디컬 캠퍼스와 논산 캠퍼스를 오가며 숨 가쁜 일정을 소화한다. 하루 28시간이었으면 좋겠다는 말은 입버릇처럼 달고 산다.
“바꿔라. 변화해야 산다.” 김 총장의 지론이다. 끊임없이 개혁하고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치열한 도전정신이 오늘날 건양대를 취업률 전국 1위의 명문 대학으로 키워냈다. 중간제목 김 총장은 소문난 짠돌이다. 그의 공식 판공비는 세금 떼고 월 95만 원. 그나마 90만 원은 비서실에 반납, 실제 수령액은 월 5만 원에 불과하다. 대전 충남 지역에서 그에게 공짜 밥 얻어먹은 이들이 거의 없을 정도다. ‘김안과’로 명성을 떨치던 시절, 밤마다 포대 자루로 돈을 실어 날랐던 그였지만 지금은 수행원도 없이 지하철로 서울 출장을 다니는 자린고비가 됐다. “대학이요? 돈 먹는 하마예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죠. 학생들 등록금 받아 대학 운영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그러니 허튼 돈을 쓸 수 있겠습니까. 그 돈 있으면 학생들 공부하는데 보태야지.” 대학 운영에 너무 돈이 많이 들고 정부 규제는 심해지는 바람에 총장하는 것을 후회 한 적도 있다고 솔직한 속내를 털어놨다.
변변한 수첩 하나 없이 이면지를 접어 일정과 주요 업무 내용을 메모해 다니는 김 총장이지만 학생들에게는 더없이 넉넉한 할아버지다. 건양대는 학생들 50%가 장학금을 받는다. 기숙사 생활을 하며 다양한 문화 예술 체험교육도 실시한다.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배고플까 봐 수시로 빵과 음료수를 학생들에게 나눠둔다. 그래서 얻은 별명이 ‘빵 총장님’이다. 여학생들 사이에서는 ‘총장 오빠’로 통한다. 그는 ‘학생들이 오빠라고 부를 때 제일 기분이 좋았다’며 인터뷰하는 동안 제일 크게 웃었다.
건양대는 또 엄격한 학교다. 졸업인증제라는 것을 두고 교양도서를 50권 이상 읽지 않았거나 토익 성적과 컴퓨터 능력, 자격증 취득이 기준에 미달하면 졸업장을 주지 않는다. 대학의 역할은 학생을 단순히 졸업시키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취업, 즉 미래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김 총장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시스템이다. “대충 놀면서 대학 다닐 생각이라면 다른 대학으로 가라고 했어요. 우리는 그런 학생 안 받습니다. 레지던셀 칼리지(Residential College)라는 게 있어요. 논산에 있는 창의융합대학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인데 1년을 10학기로 하고 토의 수업 등을 운영합니다. 학생들이 스스로 배우고 이해하고 발표할 수 있게 하는 것이죠.” 그러면서 김 총장은 상위 10% 학생만을 위한 교육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위 90%가 이해하는 교육을 해야 합니다. 강의실 문밖에만 나서면 잊어버리는 교육이 무슨 의미가 있나요. 고등학교 성적은 낮았지만 일단 우리 학교에 들어오면 놀라울 만큼 성적이 향상됩니다. 지방대학이 살 길은 학생들 열심히 공부시켜서 자신의 꿈과 끼를 찾아 원하는 길을 갈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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