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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체, 그것만이 정답이다

포스트모더니즘의 가장 큰 의미는 ‘작은 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것이다. 국가·권력·진리 등의 거대 담론에서 사적 존재들의 자유를 옹호하는 미시 담론으로 전환되었다. 그리하여 배제되었거나 잊혔던 담론들이 되살아났다. 우리의 고정된 관습 체계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시작한 것이다. 문제는 서로의 가치관이 부딪치는 ‘갈등’의 출현이었다. 갈등을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해체라는 영어 단어 Deconstruction은 De+con+structure로 구성되어 있다. ‘함께(con) 엮여있어 튼튼한 구조물(structure)을 부숴(De) 버린다’는 것이다. 한자로 풀이해 보자면 우리에게 있어 ‘가장 본질이고 근본인 몸(體)을 풀어(解) 놓는다’는 것이다. 기존의 것을 모두 없애버리는 것이 아니라 이제까지 소외되어온 것을 창조적으로 ‘전복(顚覆)’ 시키자는 포스트모더니즘(postmodernism)의 출현인 것이다.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놨던 노래 한 곡
모더니즘적 진리는 누구에게나 똑같은 답을 강요하는 획일적 진리이다. 그래서 통분된 삶이 정도(正道)이고 세상을 지탱하는 힘이라고 여겨왔다. ‘수상한 사람을 보았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는 오로지 ‘112에 신고해야 한다’만이 정답인 것이다. ‘이웃집 어른에게 알린다’도 맞는 답이지만 이는 정답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우리의 교육은 공통성(Common)과 획일성의 강조, 주입식 교육만이 만능인 것처럼 여겨졌다. 그러다가 ‘112’와 ‘이웃집 어른’ 모두가 정답이라고 외치는, 세상이 발칵 뒤집힐 만한 사건이 일어났다. 바로 문화대통령이라고 불리는 서태지의 등장이었다. 이들은 일정한 틀(4/4박자, 3/4박자)에 맞추어진 노래의 전형(典型) 대신 빠른 리듬에 랩(rap)이라는 새로운 형식을 제시했다. 이제껏 들어 보지 못했던 반복적인 가사, 강렬하고 빠른 리듬은 아이들의 가슴을 뛰게 했다. 읊조리듯 부르는 노래는 젊은 세대들만이 따라 할 수 있는 전유물이 됐다. 기성세대에 대한 도전이었다. 도덕적 중압감에서 벗어나 유희적 행복감을 추구하겠다는 선언을 노래로 전달한 것이다.

‘변화’를 예고하는 저항문화
청소년의 기성세대에 대한 저항문화는 변화를 예고하는 것이다. 윌리스(P. Willis)는 저항이론에서 ‘청소년의 저항문화는 반학교 문화를 형성하는 자율적이고 능동적인 존재’라고 설명한다. 수동적 존재에서 벗어나 불평등한 사회구조를 개혁하는 변화의 서막으로 인식한 것이다. 이제 모더니즘적 기성세대는 포스트모더니즘적 사유를 하는 젊은 세대들 관점에서 이해를 해야 한다. 물론 젊은 세대 역시 기성세대에 대한 배려와 이해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대한민국은 OECD 국가 중 이라크 다음으로 갈등지수가 높다. 이념갈등, 세대갈등, 지역갈등, 공공갈등 등으로 인해 사회적 손실이 너무 크다. 갈등 해결의 가장 좋은 방법은 ‘역지사지’이다. 영어로 역지사지를 ‘put oneself into a person's shoes’로 표현한다. 자신을 다른 사람의 신발 속으로 넣어 보라는 뜻이다. 나와 다르다는 것을 인정했을 때 상대방이 얼마나 불편했던가를 이해할 수 있다.

로버트 자이언스(Robert Zajonc)은 ‘반복적 노출은 사회적 애착’이라고 말했다. 세상이 달라졌다. 이제 모더니즘적 사고에서 벗어나 포스트모더니즘 사고에 반복적으로 노출할 때이다. 그러면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익숙해지고 ‘애착’이 생길 것이다. 그리고 진정한 의사소통을 통해 갈등 없는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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