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 선택은 중요하다. 그러나 올바르게 지도하는 것은 쉽지 않다. 부모는 일상생활에서 은연중에 자녀에게 사회적 요구나 태도, 기대 등을 제공하고 그 결과는 자녀의 자부심과 자아, 성역할 등에 영향을 준다. 나는 내 아이들에게 바른 영향을 주고 있는지 한국교육개발원 현 주 연구위원이 제안하는 '자녀의 진로지도를 위한 가정의 역할'을 통해 점검해 보자.
유치원이나 초등교 시기 자녀들은 원하기만 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환상과 상상의 단계다. 여러 곳을 다니며 다양한 일의 세계를 보여주거나 부모가 일하는 사무실을 보여 주는 것이 좋다. 남녀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강하게 형성되는 시기이므로 현대사회에서의 남성과 여성의 역할 변화, 가정에서의 역할 등에 대해 교육할 필요가 있다. 일에 대한 태도와 일 습관 발달도 이 시기의 중요과제. 정교하게 일하기, 제 시간에 끝내기 등의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 좋다.
또 이 시기는 자녀의 자부심을 발전시키는 데 있어서 부모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시기다. 자녀의 희망이나 꿈에 대해 용기를 북돋아 주고, 힘든 일을 해 낼 때 같이 아파하며 최선을 다할 것이라 믿어주고, 실패로부터 무언가를 배우도록 격려해준다면 그들은 일에 대한 보다 긍정적인 자아개념을 지니게 될 것이다.
중학교 시기의 자녀는 독립성과 개별성을 나타내며, 가끔은 가족관계에서 긴장을 불러일으키는 시기이기도 하다. 초기의 흥미와 관심 외에도 그들이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고려하게 되는 시기다. 부모들은 학교생활이나 기타 과외활동을 통해서 나타난 자녀의 적성을 다양한 직업세계와 연관시키면서 자녀가 지식을 확장시킬 수 있는 활동을 많이 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시기 아이들은 직업의 가치에 대해 생각하기도 한다. 이때 부모는 자신의 가치체계와는 상관없이 자녀들의 생각에 대해 용기를 북돋아 주어야 한다. 관심의 모든 분야를 탐색하는 것이 이 시기에 이루어져야 할 중요한 내용이다.
고등학교 시기는 자신에 대한 검증 시기다. 이 시기 아이들은 그들 삶의 목표를 정해야 한다. 따라서 부모는 자녀들과의 의사소통을 통해 직업선택과 관련하여 고려해야 할 일, 직업정보를 얻을 수 있는 장소, 성공적으로 직업을 갖는 일 등에 대해 알려줌으로써 자녀들의 진로결정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또 자녀들로 하여금 '일의 가치'에 대해 자신들이 선택할 삶의 방식과 관련지어 생각해보도록 지도한다. 돈만 벌기 위한 직업선택이 아니라 직업을 통해 자신이 꿈꾸는 삶을 살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 일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직업을 선택하도록 지도하는 것이 바로 진정한 의미의 진로교육의 목표다.
부모가 마지못해 직장에 다니는 모습을 보이거나 입만 열면 '목구멍이 포도청' 또는 '빨리 관두고 다른 일 찾아 봐야지' 등의 부정적인 말을 자주 하는 부모 밑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일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갖게 된다. 또 부모들은 직장에서 생긴 스트레스나 좋지 않은 감정을 가정에서 노출시키는 경우가 많다. 이때 아이들은 '직장을 다닌다거나 일하는 것은 힘든 것'이라는 부정적인 생각이나 태도를 형성, '돈을 벌기 위해 할 수 없이 다니는 곳'이 직장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직업을 갖는다는 것이 생계유지를 위해 필요한 것이기는 하지만 그 이상의 기쁨도 크다는 것을 자녀들에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
가정은 자녀의 진로인식과 진로탐색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장소다. 이웃 가정 어른들의 직업에 대해 관심을 갖고 여러 직업에 대해 인식하기, 자녀들과의 함께 시장보기를 통해 다양한 물건을 생산해내는 여러 직업에 대해 인식하기, 가족여행을 통해 사람들의 사는 모습과 그들의 직업에 대해 인식하기 등 생활 속에서 진로교육을 실천할 수 있다.
자녀들이 현재 고려 중인 자신의 잠정적인 진로에 대해 부모와 이야기하도록 격려하는 일이 필요하다. 아이들이 "엄마, 나 나중에 커서 뭐가 됐으면 좋겠어" 내지는 "엄마 나 이거 해보면 어떨까" 와 같은 질문에 직접적으로 응답하는 것보다는 자녀 스스로 자신에 관한 정보를 발견하게 하고 자신이 최종 결정을 하게 하며 자신이 선택하려 하는 분야에 대한 정보와 경험을 수집하도록 해야한다.
이외에도 자녀들로 하여금 그들이 학교에서 받아오는 숙제를 통해 일의 세계를 발견토록 한다. 간혹 아이들이 "이것을 왜 배워야 할지 모르겠다"고 불평할 때가 있는데 이때 부모는 교과와 진로를 연결시킴으로써 숙제를 보다 효과적으로 하도록 동기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