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31일
차는 때가 있으면 기우는 때도 있는 법. 잠자리가 괜찮으니 현지식 아침이 발목을 잡는다. 오전 9시 보슬비가 내리는 가운데 다시 짐을 챙겨 매사추세츠 주 케임브리지에 있는 하버드 대학교를 향해 출발한다.
하버드 대학교는 1636년에 매사추세츠 식민지 일반의회가 설립한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교이다. 처음에는 '새로운 대학'(New College) 또는 '새 도시 대학'(The college at New Townes)으로 불렸으나, 1639년 3월 13일에 젊은 청교도 성직자 존 하버드의 성을 따서 '하버드 칼리지'(Harvard College)라는 이름을 지었다. 설립자 존 하버드는 당시 400여 권의 책과 재산의 절반인 현금 779파운드를 학교에 기부했다. 훗날 여러 학과와 전문대학원들이 통합되면서 하버드 대학교가 됐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가운데 하버드 대학교의 정문을 지나 빨간 벽돌 건물들로 둘러싸인 캠퍼스 야드로 들어선다. 야드에는 이미 많은 중국 캠퍼스 탐방객들이 점령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특히 하버드 설립자의 청동상 앞에 발을 만지며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속설에 기념촬영을 하는 중국인들로 가득하다. 사실 윤이 나는 그 동상의 발은 하버드 학생들이 학업에 스트레스를 받으면 밤에 방뇨하는 곳이란다.
하버드 대학교는 건물마다 특징이 있다. 조금 안쪽으로 들어서자 폴라로이드 사진기 모양의 건물과 소방서가 보인다. 이 건물 또한 폴라로이드 사진기를 개발해 부를 축적한 기업가가 익명으로 재산을 기증했는데 나중에 자신의 이름이 알려져 엄청 불쾌했다고 한다. 학교 측에서는 그 기부자의 깊은 뜻을 새기기 위해 폴라로이드모양의 건물을 건축했다고 한다.
오전 10시경 이 대학교 사회학과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조교 한그루와 만남이 시작된다. 처음엔 내심 나이가 조금 든 사람이겠지 했는데 삼십 대 초반의 젊은 청년이다. 강의의 내용은 미국과 우리나라 학생의 차이점과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이다. 이 대학 재학생들의 평등값을 비교하면 미국 학생이나 우리나라 학생이나 별 차이가 없다. 단지 주입식 암기교육을 받은 우리나라 학생은 보고서 쓰기에는 강점을 드러내나 토의 토론식 질문 위주의 창의성과 협력을 필요로 하는 수업에는 위축된다고 한다.
미국의 학습방법 특징은 에세이 쓰기부터 출발한다. 초등학교부터 에세이 쓰기를 시작해 고등학교 대학교에서는 습관화돼 자유롭게 토론하고 생각을 나누어 해결점을 찾는 게 미국 학생들의 모습이다. 또한, 질문에서 우리나라 학생은 자신의 똑똑한 점을 나타내려고 하지만 미국 학생들은 엉뚱하거나 확실하지 않은 주제에 의문을 갖고 질문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미국 학생들의 엉뚱한 사고와 바보성이 발전의 변환을 거쳐 창의성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강점이 된다.
하버드 대학생의 진로를 알아본다. 보통 탑스쿨 출신은 세계적 기업인 구글, 애플, 아마존에 입사해 컨설팅 쪽을 담당하거나 선택 과에 상관없이 금융업 쪽으로도 진출한다. 우리나라 대학생들이 안정된 직업을 찾아 공무원시험이나 대기업에 몰리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리고 졸업생 중에는 창업하는 학생들이 많다. 페이스북, 구글, 스티브 잡스의 애플이 그 본보기다. 이처럼 미국의 대학 졸업생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창의적이고 새로운 것을 위해 안정적인 생활 보다 도전적인 삶을 살아간다.
하버드 대학생의 인성적인 측면을 본다. 이 대학교의 동양인의 비율은 5%, 그중 한․중․일 학생이 2.3%이다. 서로 다른 문화공간에서 성장하여 생각은 다르지만 여기서 강조하는 것은 겸손이다. 미국 학생들은 보기보다 겸손하다. 자기가 잘하는 것을 뽐내며 드러내지 않는다. 이것을 잘하느냐 물으면 그냥 좀 해란 말로 대답하며 대화에서 꼭 필요한 것만 객관성을 가지고 참여하며 자기성취를 공치사하지 않는다. 그리고 하버드 대학교 출신 학생들은 기부문화가 강한데 Teach For America 정신으로 대변된다. 졸업을 하고 2년 동안 미국의 낙후지역에서 가르치고 봉사한다. 또 그런 지역 출신 학생에게는 장학금 혜택도 많이 준다.
오전 11시 30분 강의 들여다보기를 끝내고 야드로 나오며 생각을 정리한다. 모든 사람은 부를 누리며 명예롭게 잘 살기를 원하는 것이 공통된 바람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경쟁에 내몰려 나만 내 자식만 잘되면 그만이라는 배려와 창의성이 말라져 가는 우리 교육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야드와 인접한 곳의 점심 장소로 간다. 하버드 대학교 주변에서 유명한 것이 쉑쉑버거라 한다. 떠밀려서 들어가긴 했지만, 일반 햄버거와 별반 다를 게 없다. 속도 안 좋은데 반 정도 베어 먹고 일어선다. 오후 1시경 다시 뉴욕으로 이동한다. 주말의 끝이라 고속도로는 주차장을 연상케 한다. 이동 중에 우드베리 아울렛을 들린다. 명품을 싸게 살 수 있다 하여 쇼핑객들은 쏟아지는 비도 마다치 않고 이곳저곳을 찾는다. 주머니 사정을 보며 윈도쇼핑으로 만족한 채 저녁을 해결한다. 오후 10시 새로운 숙소에 도착한다. 방을 배정받고 하루를 돌아보며 지름신에게 유혹당하지 않는 것에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