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교육부가 '초등학교 교과서 한자 표기 기준'을 마련해 2019년부터 교과서(국어 제외)에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이 기준에 따르면 2019학년도부터 초등학교 5~6학년 교과서에 용어 이해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되는 경우 300자 내에서 한자를 표기할 수 있게 된다. 2019학년도는 2017학년도부터 연차적으로 적용되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적용 완성 연도다. 전 초등학교가 제1~6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2015 개정 교육과정을 전면 적용하는 첫 해인 것이다.
특히 표기 방법을 한글·한자 본문 병기(倂記)에서 별도로 한자 음과 뜻을 풀어 소개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즉 교과서의 하단에 별도 문장의 의미, 각 한자 음절의 음훈을 기재해 학습 부담을 줄이고 이해를 돕도록 했다.
교육부는 이미 2014년 9월 2015 개정교육과정 총론을 발표하면서 초등학교 한자 교육 활성화와 학생들의 어휘력 향상 등을 이유로 교과서에 한글과 한자 병기 검토를 밝힌 바 있다.
이번 교육부가 밝힌 '초등학교 교과서 한자 표기 기준'에 따르면 국어과 외의 교과에서 단원의 주요 학습 용어에 한해 교과서 집필진과 심의회가 한자의 뜻이 용어 이해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경우 한자를 표기할 수 있도록 했다. 물론 표기하는 한자는 미리 선정한 한자 300자 내로 제한되며 교과서의 밑단이나 옆단에 한자와 음(소리), 훈(뜻)을 함께 제시한다.
국어과 외의 초등학교5-6학년 표기 한자 300자는 먼저 초등학교 5∼6학년 교육과정과 교과서에서 국어, 도덕, 사회, 수학, 과학 학습용어를 추출한 뒤 한자의 출현 빈도와 한문교육용 기초한자 1800자를 기준으로 다시 370자를 고르고 다시 전문가 평가를 통해 300자를 최종 선정했다.
가령, 초등학교 5학년 과학의 '태양계와 별' 단원에서 '항성'의 경우 '항상 같은 곳에서 빛나는 별'이라는 용어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 한자가 도움이 되는 만큼 밑단이나 옆단에 '항성(恒星) : 항상(恒, 항상 항) 같은 곳에서 빛나는 별(星, 별 성)'같은 식으로 표기하도록 했다. 반면, '우주' 처럼 '집 우'(宇), '집 주'(宙)라는 한자가 용어의 뜻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에는 표기하지 않도록 했다. 즉 문장과 문맥에 따른 이해 가능성과 필요성을 기재 표기 기준으로 삼은 것이다. 맹목적으로 기초 한자 300자를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실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아주 필요하고도 기초적인 사용 한자’를 이해하는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현재 중·고교 교과서는 한문 교과목에서 허용하는 900자 범위 안팎에서 한자를 병기하고 있다. 초등학교에서는 여기에서 1/3 정도인 300자의 기초 한자를 추린 정도이다.
그동안 한자 교육은 별도 교과목, 교과서 한자와 한극 병기 등 여러 차례 변천해왔다. 기존에는 구체적 기준이 없어 초등학생 수준에 맞지 않거나 학습 내용과 관계 없는 무분별한 한자 병기가 없지 않았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초등학교를 위한 구체적 기준을 별도로 공식 마련한 데 의미가 있다.
아울러, 교사용 지도서에는 '교과서에 표기된 한자는 암기하게 하거나 평가하지 않도록 한다'는 내용을 담아 학생의 학습 부담을 줄이도록 했다. 기초 한자 300자를 암기가 아니라 이해하도록 강조한 것이다.
이 교육부의 기초 한자 300자 표기 방안에 따라 따르면 한 단원에 0∼3건 정도가 표기될 것으로 예상되고, 국어과 외의 교과에 한해서 개념 이해를 돕는 경우에만 한자의 음과 훈을 함께 제시해 학습효과는 높이고 부담은 낮추는 합리적인 표기가 가능할 것으로 사료된다.
그동안 초등학교 교과서 한자 병기, 한자 교육은 한글 전용론자, 한자 병용론자들의 치열한 논란과 갈등의 중심에 있었다. 한글 관련 시민단체와 교육 단체 등은 한자 병기가 사교육을 부추기고 학습 부담을 가중한다는 이유로 한자 병기 방침에 반발해 왔다.
교육부는 한글 전용론자들의 한자 기재 반대론에 대해서 한자 지식이 없어도 스스로 이해할 수 있도록 음과 훈을 제시하며 표기 위치도 밑단과 옆단이라 학습량과 수준에서 학습 부담이 거의 없도록 했다.
교육부는 2016년 말까지 적정 한자 수와 표기 방법 등을 정책 연구를 통해 마련하겠다고 공표한 바 있고 공청회 등의 절차를 거쳐서 이번 기준을 확정했다.
다만, 이번 교육부의 발표에 대해서 한글 전용론자, 한자 병기론자 모두 크게 찬성하지 않는 여론이 문제다. 적용 전 2년 정도의 기간에 교육부가 이 찬성론자와 반대론자의 이해를 구하고 그 간극(間隙)을 메우는 것이 과제다.
나아가 초등학교 교과서의 한자 표기를 놓고 맞서온 찬반론자들을 설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본문에 한자 병기를 하지 않으면서 하단에 별도로 표기하는 중재안을 선택한 것이 결국에는 찬반론자들의 찬반 갈등을 고려한 고육지책이라는 지적이 많은 것이다.
한글 전용과 한자 병기는 학자들과 교육자들, 그리고 관련 단체들의 첨예한 갈등과 논란이 있는 문제다. 따라서 교육부는 2015 개정 교육과정과 전면 적용과 더불어 이 '초등학교 교과서 한자 표기 기준'이 2019학년도부터 학교 현장에 친환경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제반 여건과 환경 조성에 각별히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