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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취업률 20%대 학교가 3년 만에 90%로

서울 세그루패션디자인고

자존감 높이고 인성교육, 자격증 교육 강화 결과
신입생 내신 15%P 상승…서로 오려는 학교 변신
김두황 교장 “사랑·열정 쏟아 교육한 선생님들 덕”



부임 3년 만에 침체돼 있던 특성화고를 취업률 90%대의 학교로 도약시킨 교장의 리더십이 주목받고 있다.

김두황(61) 서울 세그루패션디자인고(전 신경여상) 교장은 지난 2014년 3월 취임 이후 20~30%대에 불과한 취업률을 올해 4월(최종취업률)까지 90%를 예상할 만큼 끌어올렸다. 취업률만 놓고 보면 서울 40개 상업고 중 1~2위를 다툰다.

입학생들이 몰려들기 시작해 올해 입시에서 두개 반 정도 아이들을 다른 학교에 보냈고, 중학교 내신 석차백분율도 80% 정도에서 60%대 중반으로 약 15%포인트 상승했다. 기적과 같은 결과다.

김 교장은 “아이들을 열심히 교육한 선생님 덕분”이라고 공을 돌렸다. 하지만 이런 성과를 거둔 데는 지난 3년간 김 교장의 치열한 고민과 열의가 있었다.

그는 “인문계 학교에서만 30년 넘게 경력을 쌓다 특성화고는 처음이라 더 긴장하고 더 고민해야 했다”며 “초임 때 시골학교로 향하면서 나 같은 신출내기에게 배울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먼저 들어 ‘명강을 할 수 없는 대신 열강을 해서 메우겠다’고 열정을 불태웠던 그 때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부임한 학교 상태는 참담했기에 승진 발령을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 그해 여름, 시교육청 특성화고 재지정 평가에서 최하위를 통보받았다. 탈락 위기에 놓인 학교는 중간평가를 받는 조건으로 겨우 자격을 유지했다. 문제는 학교 분위기였다. 꿈도 희망도 잃어버린 아이들을 상대하는 교사들은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김 교장은 “더 떨어질 곳은 없으니 이제 올라갈 일만 남았다”고 긍정 메시지를 전파하며 하나하나 바꿔가기 시작했다. 

우선 학교 현관에 ‘너의 소중한 꿈이 우리의 미래가 되고 대한민국의 미래가 된다’는 현수막을 걸고 꿈을 나누기 시작했다. 

소통도 강화해 학생 대표들을 세 달간 월 1회 이상 만나 애로사항을 구체적으로 파악했다. 그 결과 학생, 교사 서로 패배주의에 사로잡힌 나머지 상처 주는 일이 많았다. 교사들은 아이들을 자극하기 위해 일부러 거칠게 말하기는 했지만, 아이들의 자존감이 낮아질 대로 낮아진 상황에서 그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판단했다.

교사들과도 수시로 비전을 공유했다. 이 보다 더 못한 아이들을 제자로 두더라도 훌륭한 민주시민으로 키워내야 선생이라고, 아이들을 더 사랑하고 열정으로 교육하자고 권유했다. 그러면서 당분간 공강을 최대한 줄이자고 독려하는 등 근무기강도 잡아나갔다. 결혼을 앞둔 교사에게는 수업을 미리 해놓고 휴가를 쓰도록 했다.

취업률을 높이는 게 급선무였지만, 인성과 실력을 고루 갖춘 인재로 성장시켜야 취업처도 학생도 만족할 수 있다는 생각에 서두르지만은 않았다. 교육과정을 개편해 전문교과 비율, 실습 비중을 60%까지 올리는 동시에 인문·인성·문화교육도 해나갔다. 

1인1악기, 1인1체육을 위해 통기타와 배드민턴 라켓을 각각 40개씩 구입했다. 문화 접촉을 높이는 차원에서 기말고사가 끝나면 오페라, 뮤지컬 등을 단체관람 하고 교내 합창대회도 열었다. 국가관 함양을 위해 한국사 단위 수를 늘리고 경시대회, 독립운동가 탐구, 독도탐사 동아리 등을 강화했다. 특히 결손가정이 많은 점을 극복하기 위해 시행한 ‘부모와 함께하는 야간트레킹’은 큰 호응을 얻었다.



김 교장은 “이런 활동들이 학창시절 추억을 쌓고 마음의 여유를 갖게 하는 등 인성함양에 도움이 된다”며 “부모의 폭력에 시달리고 외면당했던 아이들이 함께 야간트레킹 이후 관계가 회복되며 마음의 안정을 찾아가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자격증 취득률을 높이기 위해 2~3만원의 싼 가격으로 20시간짜리 보충수업반을 개설했다. 특성화고 학생들은 자격증을 취득하려면 월 20~30만원의 사교육비를 부담해야 하는데,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이 많았던 만큼 학교 측이 신경을 기울여 배려한 것이다.

때마침 중소기업청 공모사업에서 좋은 결과를 얻어 비용을 충당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전교생 90% 이상이 5~10개 자격증을 따 취업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었다.

교사들도 1인당 1개 이상 취업처를 발굴하고, 고3 담임들은 매주 회의를 통해 현안보고를 하며 아이들의 진로에 힘을 쏟았다. 학생이 입학하면 첫날부터 학업일정계획을 노트로 만들어준 뒤 매주 담임이 점검하며 실력향상 도움을 주고 있다.

교직원들의 열정에 아이들도 응답하기 시작했다. 취업률이 2014년 68.9%, 2015년 84.3%로 급상승하더니 올해는 1월 현재 82%를 넘어 4월까지 90%를 넘길 것으로 기대된다. 취업의 질도 나아져 연봉수준이 매년 100만 원 정도씩 높아지고 있다. 금융계 꿈의 직장이라는 1금융권 은행에도 취업시키는 개가를 올렸다.

사실 김 교장은 이전 근무지에서 진학전문가로 이름을 떨쳤다. 진학전문가가 이제 취업전문가로 변신하게 된 셈이다.

그는 “이전엔 숱한 아이들을 명문대로 보냈지만 지금 결과도 그에 못지않게 감격스럽다”며 “중학교 내신 80%대면 진학은 물론 취업조차 힘들 수도 있는 아이들인데, 이들이 굴지의 은행에 입사한 걸 생각하면 더욱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 교장은 “아이들을 사랑하면 결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오기 마련”이라며 “더 고민해서 더 좋은 인재를 기르는 것이 계획이자 목표”라고 다짐했다. 이어 “부모로서 자식을 키우는 게 여간 힘들지 않다. 그런데 그 힘든 일을 맡은 우리는 더 사랑하고 열정을 쏟는 게 당연하고, 그것이 교사의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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