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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대학가 OTㆍMT 문화 달라져야 한다

후배들에게 강제하는 문화에서 선배들이 베푸는 모임으로 변해야

일전에 다른 학과 교수들과의 회식 석상에서 신선한 소식을 접했다. 그 학과에서는 금학년도 오리엔테이션을 교내에서 하고 아주 학구적으로 개최했다는 이야기였다. 즉, 올 신입생들을 위하여 베푼 나눔과 배려, 공감의 오리엔테이션을 개최했다는 것이다


외부로 나가서 거나하게 하던 기존 오리엔테이션의 틀에서 벗어나 선배인 2~4학년 재학생들이 전 신입생들에게 자비로 교양도서 1권씩을 기증하고, 평소 연습한 다양한 악기 연주와 합창 공연, 재학 중 알아둬야 할 다양한 활동과 내용에 관한 토크쇼 형식의 대화를 진행해 큰 호응을 얻었다고 했다. 뭔가 가슴에 와 닿는 것이 많았다.


이제 우리나라 대학가의 오랜 관행인 군대 문화적 OT, MT 문화도 변해야 한다. 아니 껍질이 깨지는 아픔으로 구각, 구태를 벗어야 한다. 하지만, 냉철하게 현실을 직시하면 아직도 우리나라 대학은 구태가 가득한 변화를 거부하는 조직이 아닌가 한다.


금학년도에도 전국 대학 오리엔테이션의 일그러진 모습이 도처에서 나타나고 보도이다. 대학 문턱을 넘어 희망에 부풀어 있던 신입생들이 대학가의 구태에 좌절하고 있는 것이다. 오리엔테이션으로 포장되고 술자리 게임을 빙자한 선배들의 지나친 스킨십과 욕설, 군기 잡기 탓에 대학생활에 대한 기대에 차있어야 할 신입생들의 표정은 연일 울상이다.


선배들이 신입생과 후배들에게 인사를 안 했다거나 공손하지 않다는 핑계로 소위 군기를 잡고 있는 것이다. 실제 전국 여러 대학의 학생들이 "선배들이 군기를 잡는다며 인권을 유린했다"고 호소하고 있다. 또 밥과 술을 강요해 부담을 가중시킨 사례도 많은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신입생들은 음주를 잘 하지 못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를 강요해 과음으로 몸과 마음을 해치고, 심지어 사망에 이르는 일탈된 OT, MT 행태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아울러, 억지 춤을 추게 하거나 지나친 스킨십 등 성추행으로 큰 문제를 야기하기도 하여 우려를 자아내고 있는 현실이다. 건전해야 할 대학 집회, 학내 문화가 비뚤어진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신입생, 저학년 학생들은 부당한 대우에 대해서 반발하고 있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어서 마음의 상처와 가슴앓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우리 대학 사회의 그릇된 OT, MT 문화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아주 오래된 군대 문화 같은 뿌리 깊은 좋지 못한 관행에 터한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이와 같은 대학가의 OT, MT 문화가 보다 건전하고 생산적인 문화로 전환돼야 한다는 점이다. 강압적 춤, 음주, 게임 등 가무 중심에서 자율적 배려와 나눔, 봉사와 토의 문화 중심으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


특히 고학년이 저학년을 강압하고, 재학생이 신입생을 윽박지르는 문화에서 벗어나, 고학년생들과 저학년생들이 함께 하는 모임, 재학생들과 신입생들이 진한 공감과 신뢰 속에 공감하는 새로운 문화로 변해야 하는 것이다. 재학생들이 신입생들에게 강요하는 소위 신고식이라는 군대식 문화를 근절하고, 같은 대학, 같은 학과의 선후배들로서 살가운 마음으로 서로를 보듬어주는 배려와 나눔의 문화로 변화시켜야 할 것이다


선배들이 우리에게 이렇게 했으니, 우리들도 후배들에게 그렇게 해야 한다.’는 그릇된 대학가의 OT, MT 문화가 대학 개혁의 한 꼭지여야 한다. 그러려면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하고, 가무 중심의 흥청망청 노는 문화중심에서 학문 중심의 뭔가를 배우고 익히는 문화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이와 같은 대학의 OT, MT, 체육대회 등의 문화가 혁신되려면, 학생회 등 자치회의 운영 방안도 변해야 하지만, 대학 당국의 프로그램 운영 방식도 획기적으로 개혁돼야 한다. 으레 수련기관, 모텔 등 외부 합숙소를 대여해 학생들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행정에서 벗어나 학내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더 내실 있는 효과를 거양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고교를 바로 졸업하고 입학한 신입생들이 대학의 문화와 체제에 쉽게 적응하도록 하는 데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해마다 지나친 음주 등으로 수명씩 희생되는 대학가의 OT, MT 문화 혁신도 이 시대 대학에서 근절돼야 할 적폐 중 하나다. 분명히 대학의 군대가 아니다. 현재 군대에서도 과거 경직된 수직적 문화가 수평적 문화로 변하고 있는데, 정작 민주주의 산실이자 학문의 전당인 대학은 변화를 거부하는 조직이라면 도태될 수 밖에 없다.

  

결국 이제 대학도 변해야 한다. OT, MT 문화도 획기적으로 변해야 한다. 경직되고 강압적, 수직적 문화에서 부드럽고 탄력적인 동행의 수평적 문화로 방향을 틀어야 할 것이다. 물론 대학 문화의 개혁 주체는 외부의 강제적 추동이 아니라, 대학 내부 구성원들의 자율적 혁신이 가장 바람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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