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서치 앤 리서치가 지난 5일 전국 성인 남녀 8백 명을 상대로 실시,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교원 평가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73%에 달했다. 특히 대학 재학 이상의 고학력자일수록 교원 평가에 대한 필요성(80.5%)에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사에 대한 평가 방법으론 '학생의 평가'가 64.1%로 가장 많았고 '동료의 평가'(38.2%) '학부모의 평가'(37.7%) 순으로 제시됐다.
노종희 한양대 교수도 6일 서울교대에서 열린 '지방교육행정체제 혁신 방향 공청회'에서 교사 60.4%가 '능력과 업무량에 따라 교사의 봉급이나 대우를 달리 해야 한다'고 응답, 평가에 긍정적인 교사가 많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평가방법에 있어서는 교사, 교장, 학부모, 교원단체들이 제각기 다른 평가방법을 요구하면서 갈등을 보이고 있다. 공론화를 통한 의견 수렴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요즘, 교원평가제를 앞서 시행하고 있는 서울 중동고, 부산 해운대고와 개별 교사 사례 등을 점검해봤다.
# 교원간 상호평가, 차등 상여 지급
서울 중동중고= 8년째 이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학생들에 의한 교사평가 대신 교장과 교감, 교사 3인으로 구성된 평가관리위원회를 통해 교원평가를 관리한다. 교장과 교감, 수석교사는 2년마다 평가를 받으며, 선임교사와 1·2급 정교사는 1년마다 평가를 받는다. 신규임용 교사는 학기마다 평가를 받는다.
개인 형성평가표의 평가란은 본인이 직접 작성하며, 근무성적과 경력을 기본점수로 하고 연구·저술·창작활동과 교직사회 봉사활동, 교육실적, 근무부담, 공적 및 포상에 따라 가산점을 부여받는 형식이다. 평가결과를 등급별로 배분, 상여금을 달리 지급하고 있는데 모두 5개 등급으로 나뉜다. 상여금은 기본급의 200∼400%까지 차등 지급하고 있다. 김영배 중동중 교감은 "처음 평가가 도입된 시기에는 두려움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지금은 오히려 평가제가 활력소가 되고있다"고 말했다.
# 상위권 학생이 교사평가, 인사에 반영
부산 해운대고=지난해 첫 시행했다. 전체 학교성적 상위 100위권 내 학생을 상대로 교사평가제를 실시, 전체 교사 56명 가운데 계약제 교사 6명과는 계약을 해지하고, 정규 교사 5명은 같은 학교법인 산하 중학교로 전보했다. 학교측은 지난 연말 성적우수 학생들을 상대로 10여가지 질문으로 교사평가를 실시, 하위 점수를 받은 교사들을 인사대상에 포함시켰다.
구체적인 지문은 어떤 교사의 수업을 듣고 싶은가 수능 5개 영역 중 어떤 영역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가 보완하는 방법은 어떤 것이 좋겠는가 등 교사들의 수업방법 및 교육능력에 대해 학생들이 평가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학교 관계자는 "교사평가제 도입을 예고해 교사들의 반발은 없었으며 학부모들도 상당히 환영하는 분위기"라며 "동료교사 및 학부모들이 참여하는 다면평가는 구체적 적용이 어려워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 학생의 수업평가, 자기반성에 큰 도움
개별 교사=서울 영신여고 노규호 교사는 수년간 학기말 학생들에게 자신을 평가받아왔다. 그는 "학생들도 시험을 통해 학업성취도를 평가받는 만큼, 교사의 수업 내용에 대한 평가도 당연한 것"이라며 "아이들의 쓴 소리가 스스로를 돌아보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바쁜 일에 쫓겨 수업 준비를 소홀히 한 것, 무심코 던진 한 마디도 아이들은 놓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울 문래중 정병오 교사는 '말이 너무 빨라서 알아듣기 힘들다'는 지적을 듣고 조금씩 속도를 늦췄으며, '주관식 시험은 어려우니 없애달라'는 요청은 '교육적 소신'으로 이해시켰다고 한다. 정 교사는 "학기초에 수업평가제를 예고하니 수업 태도가 더 진지해졌다"고 말했다. 김성천 경기 과천 중앙고 교사도 "수업의 장점과 단점, 고쳐야 할 점들을 알게 되었다"며 긍정적 견해를 폈다.
# 객관성 확보 어렵고 신분 불안 초래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행위인 교사의 교육행위를 평가하는 것에 무리가 따른다는 지적도 많다. 자동차를 파는 영업사원과 같이 성과를 매기기 어려운 것이 교육이기 때문이다. 평가를 누가 하고 어떤 기준으로 하느냐에 따라 평가결과가 달라질 수 있고 객관성을 확보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또 교원평가는 '계약제 교사'들의 신분 불안과도 연결이 된다. 해운대고도 평가에 따라 6명의 계약교원의 계약을 해지했다. 계약 해지를 우수 교원을 걸러내는 긍정적 장치로 볼 수도 있지만, 평가결과에 따라 교사의 자율적인 교육활동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여지도 있기 때문이다.
# 좋은교사운동 '근평 폐지·평가위 구성' 시안 내놔
지난해부터 초중고 교사 회원 3000여명과 함께 자발적으로 수업 평가를 실시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좋은교사운동'은 5일 기자회견을 열고 학생과 학부모가 참여하는 합리적인 교원평가제도 도입을 촉구하는 시안을 내놓았다. 이 단체는 △수업과 학급 운영 등 교육 본연의 활동에 대한 평가 △학생과 학부모의 평가 반영 △전문적 기준에 의한 절대평가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한 지원방안 마련에 평가 결과 적극 반영 △평가 결과에 따른 부적격 교사 징계 등을 평가의 기본 방향으로 제시했다.
"전문성 신장을 유도하는 평가는 필요하나 학생과 학부모에 의한 교원평가는 부작용이 큰 만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한국교총도 26일 오후2시 한국교총 대회의실에서 교원평가제에 대한 공청회를 갖고 여론을 수렴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