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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좌담> '교사 5人 '동호회 활동, 이것이 매력이다'

교사가 즐거워야 학생도 즐거운 수업
동호회 통해 얻은 풍부한 경험 보람돼
다른 교원도 동호회 통해 능력 길렀으면


매일 별 다를 게 없는 일상이 누구나 한 번쯤은 지루하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시간은 왜 이렇게 빠른지, 아무 것도 해놓은 일이 없는데 벌써 달력이 넘어가고 쳇바퀴 도는 하루는 오늘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때로는 이런 일상에서 벗어나 학교 생활 외에는 좀처럼 교류가 없던 교사들과 친목도 다지고, 좋아하는 취미를 통해 기쁨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 교총 지원 교원 동호회 중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5명의 교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동호회 활동의 매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아이들에게 동화를 들려주는 재미로, 난이 커 가는 생명의 신비를 느끼며, 한바탕 신명나게 어우러지는 사물놀이와 노래 등으로 자신의 삶을 가꿔나가고 '또 다른 나'를 만나는 희열을 느끼고 있다는 교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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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활동하고 계신 동호회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주세요.
▲정윤환='에듀카레'는 'Education'(교육)의 어원이 된 라틴어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92년 관현악, 합창, 무용에 관심 있는 교사들이 모여 '예술연맹'으로 시작해 현재처럼 합창만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것은 93년부터입니다. 95년부터는 뜻 있는 일을 해보자는 동호회원들의 바램을 담아 정기연주회 수익금과 모금 등을 통해 '학생가장 및 결식학생 돕기'를 하고 있는데 현재 10여명의 학생들을 돕고 있습니다. 매주 월요일 동호회원들이 모여 2시간씩 연습을 하고 1년에 두 번 정기 연주회, 방송사 초청으로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도 합니다.

▲김대수='한국교원수영연구회'는 역사가 오래됐습니다. 1977년 교원수영동호회로 시작해 87년 재창립, 현재 교원수영연구회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회원수가 4000여명으로 규모가 커 경기, 대구, 대전 등 여러 지역에 지회를 두고 있습니다. 일년에 한번 '결손아동 돕기 바다사랑 축제'를
개최하고 있으며 '자연을 사랑하자'는 취지에서 오물을 줍는 등 바다환경을 깨끗이 하는 환경 캠페인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교사들이 모여 수영을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전문적으로 지도하기 위해 수영지도자 자격증과 수영대회 심판 자격증도 획득해 강사와 심판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김영화=주위의 교사들과 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함께 배워오다가 학교생활로 교사들이 자꾸 헤어지게 돼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난을 계속 연구하자는 취지로 92년에 '난사랑회'를 시작했습니다. 저희 동호회는 난에 대한 전문지식이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 아니라 처음 접하는 교사들이 대부분입니다. 비싸고 키우기가 까다로워 멀게만 느껴졌던 난을 내 손으로 키워감으로써 기쁨을 느끼고 친목을 다지는 모임입니다.

▲전영택=동화에 대해 애정을 갖고 해오다 보니 요즘 아이들이 게임, 컴퓨터 등을 통해 정서적으로 좋지 않은 영향을 많이 받고 있는데 이것을 순화시키기엔 동화만큼 좋은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좀 더 많은 교사들이 동화 구연을 전문적으로 배워 아이들에게 동화를 들려주면 어떨까 해 동호회원을 모집했는데 의외로 많은 교사들이 관심을 갖고 배우러 오셨습니다. 또 학교에서는 애국조회 대신 동화조회를 시도해봤습니다. 좋은 동화들을 선별해 연간 계획을 세우고 매주 월요일 아침 5분간 동화구연을, 5분은 동화와 관련된 훈화를 해주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반응도 좋고 수원에서는 유명한 조회로 알려져 지금은 동호회원들을 중심으로 여러 학교에서 활성화 돼 있습니다.

▲김숭중=성남 교사국악연구회 '울림터'는 사물놀이를 하는 동호회입니다. 95년 국립국악원 문화학교에서 사물놀이 일년과정을 마치면서 뜻이 맞는 9명의 교사들이 모여 국악을 좀 더 배워보자고 해 시작하게 됐습니다. 지금은 꾸준히 활동하시는 교사만 66명이 넘습니다. 성남시 문화행사는 여러 차례 찬조출연 했고, 교사 자율연도 하고 있습니다. 울림터는 처음에 교사들만의 동호회였습니다. 하지만 회원들이 각자의 학교에서 아이들을 지도해 '디딤돌'이라는 학생 국악동호회도 생기게 됐습니다. 알음알음으로 울림터가 계속 확산돼 뿌듯하고 저희가 자극이 되어서 아이들이 국악에 관심을 가지게 돼 기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동호회 활동을 통해 어떤 즐거움을 얻으시나요.
▲김영화=무엇보다 생명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즐거움이 가장 큽니다. 또 순수한 노동력으로 인한 생산에 기쁨을 느낍니다. 별 볼일 없는 난을 사와서도 내 손으로 잘 키워내고 번식도 시키는 즐거움이죠. 죽어 가는 식물에 정성을 들여 예쁘게 살아나는 그 순간은 말로 다 할 수가 없고
새싹이 나올 때의 빛나는 아름다움 역시 키워본 사람들만이 알 수 있는 기쁨입니다.

▲김숭중=국악의 매력은 무엇보다 신명이 난다는 거죠. 처음 배울 때는 다들 주저하다가 그 맛을 알게 되면 나중엔 본인도 모르게 빠져버리는 게 바로 국악입니다. 저도 어릴 때 라디오에서 민요를 들으면서 흥얼거리다 저도 모르게 그 가락을 배워버리곤 했습니다. 그때부터 배우고 싶어 장구로 시작해 꽹과리, 북, 징을 거쳐 지금은 국립국악원에서 소리를 배우고 있습니다. 국악은 배울수록 빠져드는 게 가무와 악기, 소리, 춤이 어우러져 모두 함께 즐길 수 있는 종합예술 같아요.

▲전영택=동화자체가 매력인 것 같습니다. 유치원, 초등학생 심지어는 양로원에 계신 노인들까지도 나이를 초월해 동화는 좋아하지 않는 분들이 없습니다. 구연은 다른 도구를 사용하지 않고 목소리, 얼굴표정, 제스처만으로 듣는 사람이 푹 빠지게 만든다는 것이 매력입니다. 하면 할수록
재미있고 아이들의 아름다운 마음을 만드는데 일조 한다는데 기쁨을 느낍니다.

▲김대수=신체적 건강을 목적으로 해서 교사들의 건강증진이 된다는 게 가장 좋은 점이죠. 교사들의 삶의 질 향상에도 도움이 됩니다. 또 일단 선생님들이 수영을 익힘으로써 아이들에게 수영을 가르칠 수 있는 기회의 폭이 넓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수영은 육상, 체조와 함께 체육에서 중요하게 꼽히지만 수영장 부족으로 활성화 돼 있지 못한 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교사가 수영을 한다면 얼마든지 근처 수영장에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 가르칠 수 있습니다. 저는 어린이 익사사고에 초등 교사들이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고 보거든요. 초등 6년 동안 조금씩이라도 배운다면 이런 사고를 충분히 예방할 수 있습니다.

▲정윤환=공통적으로 동호회의 매력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로 여가선용을 할 수 있다는 것인 것 같아요. 저희 회원들의 경우 동호회에 와서 스트레스 해소를 다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에듀카레'의 경우 무대에 설 기회가 많아요. 교사들의 경우 항상 아이들을 무대에 세우기 바빠 정작 본인이 설 기회는 없는데 이런 기회가 오면 무척 즐거워하십니다. 멋진 드레스 입고 조명 받으며 주인공이 되는 걸 즐기시는 거죠. 또 동호회에서 조금씩 서로 보태서 정기 연주회 때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는데 눈물 흘리느라 정작 본 무대에서는 노래도 못 부르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뭔가 자신이 도움이 됐다는 보람과 뿌듯함이죠.

-잊지 못할 에피소드가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김숭중=지난 1월 평창 유스호스텔에서 연수를 했는데 4박 5일간 먹고 자는 것 이외에 북, 장구, 징, 꽹과리를 치며 보냈습니다. 겨울에 연습을 하다보니 난방 때문에 강당에 보일러 소리가 굉장히 크게 났어요. 그런 상황에서 연습을 했는데 나중에는 그 보일러 소리가 영남가락 '별달거리'로 들리기까지 했습니다. 연수에 참여한 교사들에게 그 이야기를 했더니 모두들 공감해 박장대소 한 적이 있습니다. 어떤 교사는 시계소리도 그렇게 들린다고 했고 바람소리도 우리 가락으로 들린다고 합니다.

▲정윤환=96년 1월 '에듀까레'가 미국 뉴욕의 카네기홀에 선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92년 LA 흑인폭동 때 교포들이 피해를 많이 입어 모금활동을 벌여 도와준 것이 인연이 돼 뉴욕 재미 한국인 초청 음악회를 열게 됐습니다. 음악 하는 사람들의 꿈의 무대인 카네기 홀에서 말이죠. 모두들 들떠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는데 그 해 미국 동부에 폭설이 내려 중간 경유지에서 일행 중 2/3밖에 비행기에 타지 못하게 됐어요. 눈은 끝도 없이 내리는데 남겨졌던 동호회원들은 오지 않고 9시간만에 다시 만나게 됐죠. 노래도 못하고 돌아가는 줄 알았습니다. 평생 한번 올까 말까한 공연인데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무대에 서게 돼 감격이 더했습니다.

▲전영택=경기도 교육청에서 '제1회 초등종합발표회'에 동화구연을 동극으로 바꿔서 무대에 올려달라는 요청이 왔습니다. 동화에 관한 한은 자신이 있었던 제가 선뜻 하겠다고 답했고 회원들이 어떻게 동화구연 하는 사람이 동극을 하느냐고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마침 동호회에 대학 때 연극을 했던 교사가 있어 '벌거숭이 임금님'을 대화체로 바꿔 달라고 무조건 부탁했습니다.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고 의상도 어렵게 마련, 힘들게 무대에 올렸는데 극찬을 받았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여러 교사들이 의욕을 가지고 하려고 하면 못할 것이 없다는 것을 다시 알게 됐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이나 바라는 점은.
▲전영택=많은 분들에게 동화구연이 알려질 수 있는 기회가 마련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또 모든 교원 모든 분들이 어떤 동호회든지 참여해서 각자 소양과 능력을 길러서 훌륭한 교사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김숭중=그 동안 연습할 장소가 없어 많이 갈증을 느껴왔는데 올해부터는 동호회원들과 장소 탓하지 말고 남한산성이라든지 근교로 나가서 언제든지 연습해보기로 했습니다. 저희도 야유회겸 밖으로 나가 기량도 늘리고, 그곳에 오신 분들의 귀도 즐겁게 해드리려고 합니다.

▲김대수=지역별 수영장을 더 많이 확보해 수영의 장을 마련했으면 합니다. 어떻게 보면 수영은 쉽게 접할 수 있다고 생각해 등한시 할 수 있지만 교사가 배움으로써 아이들의 수영 발전 저변확대에 큰 도움이 됩니다. 수영을 통해 건강을 유지하고 수영지도와 자연 사랑하는 마음을 키워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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