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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이슈] 기대...불안...우려, ‘2021학년도 수능’ 어디로 가나



현재 중학교 3학년이 대학에 진학하는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안을 둘러싸고 논란이 뜨겁다. 교육부는 지난 8월 10일 수능 과목에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을 신설, 7개 과목으로 개편하고 이중 국어, 수학, 탐구 과목을 제외한 나머지 과목을 절대평가로 하는 <1안>과 수능 전 과목을 절대평가로 하는 <2안> 등 두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전 과목 절대평가냐 변별력을 위해 일부 과목만 할 것이냐가 핵심이다.


교육부는 8월 11일 서울교대에서 수능 개편 1차 수도·강원권 공청회와 16일 호남권 공청회를 열어 국민들의 의견 수렴에 들어갔으며, 18일 영남권, 21일 충청권 공청회에 이어 31일 최종 개편안을 발표하기로 했다. 아래 실린 내용은 1차 공청회에 토론자로 나선 이들의 발언을 중심으로 정리했다.


선천적으로 수학 못하는 학생에겐 너무 가혹한 수능

이찬승(교육을바꾸는사람들 대표) = 이번 수능 개편안을 보면서 대학입시에 접근하는 프로세스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능을 개편할 때 교육의 본질적 가치를 우선 할 것인지, 변별력을 우선으로 할 것인지, 사교육 부담에 초점을 맞출 것인지가 불분명하다. 또 대학입시는 고구마 줄기처럼 초·중등 모든 분야에 걸쳐있다. 그런데 정부는 수능 따로, 내신 따로, 학생부전형 따로 각각 분리해서 대응하고 있다. 이래서는 제대로 된 해법을 제시할 수 없다. 현행 객관식 수능은 타당성도 낮으면서 그 부정적 영향은 매우 크다고 본다. 이런 대부분의 부작용은 수능이 객관식 고부담 상대평가란 점에서 기인한 것이다. 또한 등급 및 등급 간 점수가 너무 세분화되어 있어서 실수로 한 문제만 틀려도 등급이 바뀌는 등 역기능이 커서 느슨한 변별을 통해 수능의 영향력을 줄이는 것이 타당하다.


수능을 절대평가로 한다고 할 때 고등학교 내신을 어떻게 평가할지도 고민해야 한다. 수능처럼 절대평가로 할 수도 있고 반대로 지금처럼 상대평가로 할 수도 있다. 평가등급도 절대평가의 경우 5등급으로 할지, 9등급으로 할지, 각각의 경우의 수를 놓고 충분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 이처럼 수능과 관련된 다양한 요소들 간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이 어떤 것이 있는지 살펴본 후 도입 여부를 최종 결정해야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전 과목 절대평가 찬성이다. 수능의 일부 과목만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1안>은 소위 풍선효과로 인한 폐해가 매우 커서 반대한다. <1안>은 수학의 비중을 더욱 높일 것이 분명하다. 대입전형에 중요한 과목 위주로 교육과정을 파행적으로 운영하는 일은 지양해야 한다.


아울러 21세기는 국, 영, 수 도구 과목보다 사회, 과학, 인문학 등의 중요성이 커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3 수준의 쉬운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을 고1에서 배운 뒤 사회탐구 9과목 중 한 과목, 과학탐구 4과목 중 한 과목만 수능에서 평가하고 그것도 진로심화 과목인 II 계열은 내신으로만 평가하게 될 경우, 사회와 과학의 일부 과목 편식, 국, 영, 수 위주 수업 강화 등이 예상된다. 11개로 과분화된 과학 역시 4~5개로 줄인 후 이 중에서 1~2 과목만 선택하게 하는 방법을 적극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교과서 편제의 정상화(수학은 지금보다 더 세분화)를 고려한 수능 체제를 만들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2안>은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훨씬 더 클 것이다.


절대평가로 점수 경쟁 해소?…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중요
송현섭(서울도봉고 교감) = 대학입시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던 수능. 하지만 수시전형의 비율이 74%, 정시전형의 비율이 26%인 현시점에서 살펴보면, 수능은 이제 학생 선발 도구로서의 기능과 수명을 다했다고 보는 것도 과언이 아니다.

성적 위주 선발을 지양하는 대입전형의 측면에서 보면 수능 절대평가가 궁극적으로 맞다. 그러나 학생 선발의 입장에서 살펴보면 전 영역을 절대평가로 전환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등급 간 변별력의 문제, 과목 간 난이도 차이의 문제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특히 대학들이 변별력을 문제삼아 면접 강화 등 고등학교 교육현장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의 선발방법을 제시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2021학년도 수능 개편안에 대한 의견은 전 과목 절대평가보다는 <1안>인 일부 과목 절대평가를 찬성한다.


기존 절대평가 과목인 영어, 한국사 외에 통합사회, 통합과학과 비정상적으로 쏠림 현상이 있는 제2외국어/한문영역은 절대평가로 우선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울러 대학의 선발방법 혼란 방지와 대입의 안정성 확보 측면에서 현행처럼 국어와 수학(가/나형 중 택 1), 탐구(사탐/과탐/직탐)영역은 상대평가로 가되 점차적으로 국어>수학 나형>사탐 순으로 절대평가로 전환함이 바람직하다. 특히 수학 가형과 과탐의 경우 일정한 점수를 기준으로 등급을 설정했을 때 등급 간 차이보다는 등급 내 차이가 더 크게 다가올 수 있어서 대학의 입장에서 받아들이기에 어려움이 클 것이다.


같은 평가를 받는 불합리성을 보완해 줄 평가도구의 개발과 국민적 공감대를 얻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수능 절대평가 전환이 보완 대책 없이 단순히 평가방식을 바꾼다고 해서 대입 전반이 개선되지는 않는다고 본다. 따라서 3차 산업혁명을 주도했던 수능을 대체할 적절한 평가도구를 찾고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맞는 인재 선발 도구를 마련한다면 현 정부의 수능 절대평가 전면 전환 취지에도 많은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1등급만 1만 5,000여 명… 사교육부담 오히려 늘 것
안성진(성균관대 교수) =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를 시행하는 경우 동점자의 규모가 급격하게 커져서 대학의 공정 선발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수능 난이도에 따라서 과목별로 1등급을 받는 학생의 수가 어림잡아 5,000여 명에서 1만 5,000여 명으로 예측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학생이 일부 대학의 특정 학과로 몰리는 현상이 발생하는 경우 수능으로는 선발이 불가능하여 수능 이외에 다른 전형요소를 복합적으로 적용해야 한다. 이 경우 학생부 교과전형을 하는 수시전형과 다를 바가 없어, 사실상 정시라기보다는 수시전형을 한번 더하는 경우가 된다. 이는 정시전형의 무의미를 의미하며 수능의 무력화가 발생하게 된다. 특히 2~3 등급의 경우 동점자가 대다수를 차지하게 되어 정시전형이 의미가 없어지게 된다.


교사들의 진학지도에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고교에서는 9등급에 의한 교과 성적을 주고 있다. 상위 등급을 받는 소수의 학생들은 자신이 원하는 대학, 원하는 전공에 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만, 그 외의 등급을 받는 학생들은 사실상 대학 진학의 길이 답답해진다. 수능에 대한 사교육이 줄지도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절대평가에 의한 1등급은 그 의미상 인원이 얼마가 되든 특정 점수만 상회한다면 가능하기 때문에 그 등급을 받기 위해서 사교육시장은 형성될 것이다. 또한 연도별 수능 난이도에 따른 등급 변화가 심한 경우 재수 욕구를 증가시킬 가능성도 있다. 예를 들어 그해에 난이도가 높아서 등급을 낮게 받는 경우, 다음해에 등급을 높이기 위해 무분별하게 재수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학생부에 자신 있는 학생들은 모든 등급에서 1등급을 받기 위해 지속적으로 수능에 응시할 가능성이 높다.


고교 여건 따라 학종 천차만별… 학부모들 불안 크다

김선희(좋은학교바른교육학부모회장) = 이번 수능 개편안의 가장 큰 특징은 절대평가의 확대이다. 절대평가가 확대되면 수능의 영향력이 떨어지고 상대적으로 정성평가인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이 강세를 보일 것이다. 이는 교내에서의 교과 및 비교과 활동이 필연적으로 주요한 평가 대상이 된다는 의미인데 학부모들의 우려가 크다. 첫째는, 교과교육이 사실상 느슨해지면서 학생들의 전체적인 성취 수준이 떨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현재와 같이 상당수 학생의 학업 목적이 대입에 초점을 맞춘 상태에서 단지 내신 성적만 무력화될 경우 학업성적의 하향평준화 이상의 것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는, 학교생활기록부가 주요한 평가요소가 된다면 자연스레 학교생활기록부를 기록하는 학교, 교사들 간의 격차가 두드러질 것이라는 점이다. 교내 활동의 수준은 고교별로 굉장히 큰 역량 차이를 보이고 있어 입시에서의 주요소인 객관성, 공정성, 타당성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 전적으로 교사와 학교에 의해서 기록되는 학생부를 토대로 대학입시를 치러야 한다는 것에 다수의 학부모들은 동의가 어렵고, 설령 그렇게 준비한 자료로 입시에 성공해도 왜 성공했는지, 낙방했다면 왜 낙방했는지도 모르게 될 것이다. 선명하지 못한 수시보다 그나마 정시가 학생들에게 더 공정하고 더 교육적인 제도라고 많은 학부모들은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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