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활용 교육분야는 초보 단계
빅데이터 개념이 알려진 후 여러 산업분야에서 급속도로 활용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아직까지 직접적인 영향은 없지만 교육분야에서도 파급 효과가 발생되고 있다. 머지않아 빅데이터 전문가는 여느 직업처럼 일반직업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아직까지 초·중등 교육분야에서 빅데이터를 실제로 적용한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2013 빅데이터 국내 사례집(2013, 미래창조과학부)’에서 30여 건의 사례를 들고 있지만, 교육에서 활용한 사례를 찾기 힘들다. 실용보다 제안 성격의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단계이기 때문이다.
지난 2000년대 초, 학교 현장에 논란을 부른 큰 이슈가 있었다. 지금의 학교생활기록부 관리 시스템인 나이스(NEIS)로 학생들의 학교생활 관련 정보를 축적·보관하는 문제였다. 논란의 핵심은 학생 개인의 정보가 하나의 ‘시스템’이라는 매체에 저장되고 관리된다는 것이었다. 만약 하나라도 누수현상이 벌어졌을 때 발생되는 문제가 크다는 점이 모두를 우려에 빠뜨렸다. 결국 교육관련 단체와 전문가들의 협의와 토론 끝에 학생의 개인정보 사용을 최대한 제한하고 사용 범위를 최소화하는 데 합의함으로써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교육 빅데이터가 우리 교육에 제대로 정착되고 순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방대한 자료 수집과 철저한 개인정보 보호, 그리고 정확한 분석기법 등 3박자가 맞아 떨어져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초·중등 교육 빅데이터 활용에 큰 기대
지난해 서울시는 심야 안심귀가 버스, 일명 ‘올빼미 심야버스’를 개발, 운영했다. 심야시간대 휴대폰 이용자들의 이동경로를 수집,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버스 노선을 결정해 운영한 것이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예상대로 많은 사람들이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게 도움을 주었고 시쳇말로 총알택시나 바가지요금으로부터 시민들을 보호했다. 이처럼 빅데이터는 본래의 목적 달성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 파급 효과도 매우 크다.
예를 들어 학생들이 이용하는 휴대폰 혹은 여타의 스마트기기 등을 이용하여 학생들의 이동경로를 파악해 보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학생들이 이동하는 동선과 시간대는 대체로 정해져 있다. 교통사고의 상당수가 스쿨존 내에서 발생한다는 보도가 있는 만큼 등하굣길을 오가는 학생들은 수많은 위험에 노출돼 있다. 따라서 학생들이 실질적으로 이동하는 경로를 파악할 수 있는 데이터가 있다면 실효성 있는 안전관리가 이뤄질 것이다. 학생들의 이동경로에 따라 이들의 안전을 도와줄 인력을 배치하고 학교 주변 횡단보도 시간을 빅데이터로 분석해 점멸 신호주기를 조정하면 교통사고 발생의 위험을 줄일 수도 있다.
등굣길과 하굣길의 이동경로를 비교해 사교육 이용 실태도 파악할 수 있다. 아침저녁으로 학생들의 이동경로가 다르다고 해서 무작정 학원으로 간다고 속단하기는 어렵지만 이동경로와 학원 출입 빈도를 파악하면 사교육 대응 자료로 활용이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또 나이스(NEIS) 시스템에 등록된 학교 행사들을 코드화하면 학생들의 체험활동이나 체험교육 등이 집중되는 기간을 찾아낼 수 있다. 교육청은 이러한 데이터를 활용하여 지역별 안전관리 집중기간을 설정하여 학생들을 안전사고로부터 최대한 보호할 수 있을 것이다. 체험 장소의 데이터를 누적하면 체험 지도를 작성할 수 있어 타지역과의 네트워크는 물론 안전한 체험장 관리도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새 정부의 핵심 공약인 고교학점제 역시 빅데이터를 유익하게 활용할 수 있다.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면 학생들은 학기초에 수강신청을 한다. 학생들은 자신이 다니는 학교의 수업을 듣거나 인근 거점학교에서 수업을 듣게 될 것이다. 학생들의 수강신청 현황을 빅데이터로 처리하면 수요자 중심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고, 교과목별로 필요한 교원 수를 예측할 수 있다. 최근 문제가 된 초등 임용대란도 일찌감치 학생 수 변동과 교육현장의 변화를 빅데이터로 분석해 놓았다면 사전에 예방이 가능했을 것이다.
학교급식도 마찬가지다. 우선 학교 홈페이지에 있는 1일 식단표로 빅데이터를 수집하고 학생들의 급식 만족도를 조사한다. 이어 나이스(NEIS)를 통해 학생들의 건강 상태와 농산어촌의 수확물과 생산량을 빅데이터화하면 학생들이 언제, 어떤 음식을 좋아하고 이것이 신체발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할 수 있다. 이를 근거로 식단을 편성한다면 학생들의 만족도를 높이면서도 건강하고 안전한 식재료를 공급할 수 있다. 더불어 학교와 생산지 간 직거래를 통한 예산 절감 효과도 기대해 볼 수 있다.
교원 대상 빅데이터, 근무여건 개선에 큰 도움
교사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교원정책을 위해서도 빅데이터는 꼭 필요하다. 예컨대 교원의 근무만족도, 관리자의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 연령별 교원 비율 등을 수집, 분석하면 교사들의 근무 성향을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불만족 비율이 높은 지역에서는 관리자 교육을 강화하고 교사 힐링센터 설립, 실효성 높은 교원 연수 등 교원중심의 정책수립이 가능하다.
교육 빅데이터는 다양한 교육활동 속에서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경향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예컨대 나이스(NEIS)나 에듀파인은 물론 학생들 스마트기기에 들어있는 데이터와 학교와 학급의 SNS상의 데이터들처럼 양 또한 방대하다. 여기에 교사의 학습지도안과 교과서, 교수자료로 쓰이는 이미지와 동영상 등 비정형 데이터까지 포함시킨다면 그 양은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광범위하다. 이처럼 교육분야는 다양한 데이터들이 존재한다. 지금까지는 교육과 직접 관련 있는 데이터들만 수집하여 정책을 결정하는 데 이용해 왔다. 이제부터라도 빅데이터 분석·처리개념을 교육에 적용한다면 앞서 언급한 사례들처럼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가져 올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의 유통기업 월마트는 자사에 가입되어 있는 소비자들의 정보와 쇼핑목록을 빅데이터로 분석 처리하여 ‘캔맥주와 기저귀’의 연관성을 얻은 적이 있다. 기저귀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의 취향을 분석한 결과 캔맥주를 구매하는 소비자가 많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 결과를 이용하여 기저귀 판매대와 캔맥주 판매대를 이웃하게 함으로써 2가지 품목의 소비량이 급증하였다고 한다. 서로 관련없어 보이는 곳에서 관련성을 찾아 얻은 효과라고 생각된다.
현재 교육 빅데이터의 활용은 첫 걸음을 위한 준비단계에 있다. 기존에 해오던 것에서부터 과감히 탈피해야 교육 빅데이터 사용의 의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교육 빅데이터는 올바른 교육정책 수립의 가장 중요한 근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사장될 위기에 놓인 방대한 자료들이 생산적으로 활용된다면 그만큼 발전적인 교육정책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