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급당 학생 수가 31명이 넘는 과밀학급이 전국에 5만개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농 단순 합산 착시 통계로 교육 여건을 왜곡할 게 아니라 교원 증원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교육부는 ‘2017 OECD교육지표’(2015년 기준)를 발표하고 우리나라의 학급당 학생 수가 초등교 23.4명, 중학교 30.0명으로 OECD평균(초등교 21.1명, 중학교 23.3명)보다 많지만 전년 대비 각각 0.2명, 1.6명 감소했다고 밝혔다. 교사 1인당 학생 수는 초등교 16.8명, 중학교 15.7명, 고교 14.1명으로 OECD평균(초등교 15.2명, 중학교 13.0명, 고교 13.1명)보다 많지만 전년 대비 각각 0.1명, 0.9명, 0.4명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저출산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로 교육여건은 OECD 평균에 근접해가고 있으며 향후 과원 교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보도가 일부 나왔다.
그러나 교육부가 산출하는 학급당 학생 수는 착시통계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과소학급이 수두룩한 농어촌과 단순 합산을 하다보니 도시 과밀 학급 문제가 감춰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교육통계연보에 따르면 2016년 기준, 학급당 31명 이상인 과밀학급이 초등교는 5533개, 중학교는 1만9988개, 일반고는 2만3519개 등 4만9040개에 이른다. 중학 전체 학급(5만3184개) 대비 37.6%, 일반고 전체학급(4만1088개) 대비 55.1%에 달한다. 36명이 넘는 학급도 중학교 2318개, 일반고 8662개나 된다.
신도시 개발이 한창인 경기도의 일부 고교는 학급당 45명이 넘는 콩나물 교실이어서 학생들이 지나다니기조차 어렵다. 교사들도 수업·생활지도에 애를 먹는다고 하소연할 정도다.
학생 수가 적은 농어촌도 착시 통계로 피해를 보기는 마찬가지다. 학생 수가 줄면 교원도 줄여야 한다는 논리에 상치·순회교사가 여전히 많아 학습권이 침해되고 있다. 경남교육청은 18일 “초등 정원 부족으로 복식학급 해소 정책을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2016년 현재 복식학급수는 전국 318개 초등교에 855개 학급이 남아있다. 전공 외의 교과를 가르치는 상치교사, 여러 학교를 돌며 수업을 하는 겸임(순회)교사도 상당수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7년 4월 기준 겸임(순회)교사(특수·상담 제외)가 경기도 1183명, 충남 628명, 전남 519명, 전북 490명 등 6135명에 달한다. 반면 서울은 26명에 그친다.
또한 교사 1인당 학생수 통계도 현실을 왜곡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제기된다. 교사 수에 휴직자와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는 기간제 교사를 중복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8일 국회 교문위 전체회의에서 “휴직 교원을 배제해 산정한 결과에 따르면 초등교는 19명, 중학교는 17명, 고교는 14.9명으로 나타났다”며 “이럴 경우 OECD 평균보다 초등교는 3.8명, 중학교는 4명, 고교는 1.8명이 더 많아 교육부 발표보다 격차가 더 커진다”고 말했다. 이어 “30명 초과 과밀학급 비율이 높은 환경에서 창의 융합인재 양성을 위한 토론·탐구 수업은 어려울 것”이라며 “여전히 교원 증원의 여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6001개 초등교 중 1학년 학생의 학급당 학생 수가 30명이 넘는 곳이 473개교에 이르는 만큼 우선 이곳에 학급을 늘리고 교원을 증원 배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교총은 “소규모학교와 과밀학급이 동시에 존재하는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전체 평균으로만 학급당 학생수를 산정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학령인구 감소로 시간이 지나면 OECD기준을 충족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지만 목표 달성 시점이 계속 늦춰지는 것을 보면 정부 추계가 현실성이 없는 것”이라며 “선진 교육환경 확보를 위해 교원 증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