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운영위원회가 변질되고 있다. 단위학교의 자율성을 높이고 민주적 의사결정을 제고하자는 취지의 학운위가 교육감 선거를 위한 표 잡기 경쟁의 장이 되고 있다. 매년 3월이면 학교는 학운위원 선출과정에서 '내 사람 심기' 경쟁으로 한바탕 선거 홍역을 치른다.
학운위의 변질은 교육적 측면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다. 학운위가 교육개혁 성공의 열쇠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교육개혁의 공통된 흐름이 단위학교의 자율성 확대이다. 우리의 경우에도 방과후 보충학습, 학교단위 수준별 학습 등 공교육 강화의 핵심적인 내용의궁극적인 결정권은 학운위에 있다.
따라서 학운위가 명실상부하게 단위학교의 최고의사결정기구로 자리잡지 못하고 정치의 장으로 변질되면 이는 단위학교의 실패뿐만 아니라 교육개혁의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학운위의 변질은 학교 갈등을 확대 재생산한다. 지금 학교현장에는 학부모와 지역사회 등 교육주체의 참여 기회 확대로 갈등이 증가하고 있고, 어느 때보다 자생적인 문제 해결력이 요청된다. 학운위는 단위학교 문제해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내 사람 심기'식의 과열선거는 오히려 구성원간의 갈등을 야기하고 이는 갈등 해결의 주체인 학운위가 오히려 갈등을 생산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학운위가 교육감 선거기구가 되어서는 안 되는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학교의 대표기구는 될지언정 주민의 대표기구는 아니라는 점이다. 학운위는 자녀가 학교에 재학중인 학부모가 주로 참여하고 있고 교원들이 차지하는 비중도 30∼40%에 달한다.
또 교육에 관심이 있으나 여러 가지 사정으로 참여하지 못하는 학부모를 대표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학운위에 교육감 선거권을 부여하는 행정상의 편의를 도모할지 모르나 기본적인 주민의
참정권, 교육권을 제한하고 있다.
따라서 학운위의 본래 기능을 회복하고 교육감도 명실상부한 주민의 대표로 선출할 수 있는 정책이 시급하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교육계는 이미 교육감 주민직선제를 공론화하고 있다. 행자부나 경제부처는 혼란과 비용 부담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학교교육의 정상화만큼 시급한 것이 있을 수 없다. 정부가 학운위 제자리 찾기에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