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총이 발표한 2003년도 교권침해사례는 한마디로 충격이다. 학부모에 의한 부당 행위가 약 70%가까이 차지하고 있고, 그 방법도 폭행, 과다 금품요구 등 악의적이다. 인터넷을 이용한 명예훼손은 부지기수다. 그러나 대다수 교사들은 사회적 체면과 학생들을 지도하는 교육자적인 입장에서 법적 대응을 삼간 채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오늘날 상황의 직접적인 책임은 정부에 있다. 교원을 개혁의 대상으로 보는 시각은 교권의 가장 큰 적이다. 사교육 대책의 핵심과제로 교원평가를 내세운 것이 대표적 사례다. 왜곡된 학부모의 의식도 문제다. 입시위주의 교육 등으로 내 자식 이기주의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 언론의 선정적인 보도는 교권을 막바지로 몰고 있다.
최근 왕따 동영상 사건으로 모 중학교 교장선생님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진실이 밝혀지기도 전에 언론의 선정적인 보도로 심적 고통을 견디지 못했다는 것이 주위 사람들의 중론이다. 교육계는 언론기피증을 앓고 있다.
교권의 회복을 위해서는 단위학교의 문제 해결력을 높여야 한다. 단순 자문기구로 방치되어 있는 학교분쟁조정위원회에 실질적인 중재기능을 부여해야 한다. 또 학부모의 정책참여 범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 유네스코의 '교원의지위에관한권고'에서도 교원은 학부모의 부당한 간섭으로부터 보호되어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최근 학부모의 교원평가 논의로 전문적인 교육활동이 침해당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교권침해는 단순한 학교문제가 아니라 사회문제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교권 침해로 다툼이 발생하고 사건이 장기화되면, 해당 학교의 교사는 물론 학생, 학부모 등 모두가 피해자가 되고 이에 따른 비용은 결국 우리 모두의 몫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교권사건도 결국 교육주체들의 의식수준에 좌우된다. 지난해 어느 조사에 의하면 60% 이상의 학생들이 학부모나 주변 사람들로부터 교사 비하발언을 들었고, 교권에 대한 인식이 변화되었다고 한다. 우리 사회의 교권불감증이 얼마나 심각하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민족의 스승 운운하는 거창한 말보다 작은 실천과 노력이 만신창이가 된 교권을 바로 세울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