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리(Lee)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알파고-마스터(Master)에 이어 알파 고-제로(Zero)가 공개되면서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알파고-제로는 이세돌 9단을 상대로 4승 1패를 기록한 ‘알파고-리’에게 100:0의 압승을 거뒀다. 개발사가 발표한 논문 <Mastering the game of Go without human knowledge>에 따르면 알파고-리가 ‘딥러닝’ 및 ‘강화 학습법’을 사용했다면 알파고 제로는 정석이나 기보 등의 어떠한 사전 지식도 없는 백지(zero)상태에서 바둑의 기본 규칙과 알고리즘만을 가지고 혼자서 바둑을 두며 데이터를 쌓아가는 방식으로 학습하면서 역량을 키워나갔다.
알파고 제로는 학습을 시작한 지 36시간 만에 알파고-리의 수준에 도달하였고, 3일 만에 알파고-리에게 승리를 거두었으며, 40일 만에 최신 버전인 알파고-마스터를 물리치는 수준에 도달했다. 뿐만 아니라 하드웨어 및 전기 사용량에서도 알파고 리의 1/12 수준에 불과했다. 백지상태에서 독학으로 시작한 알파고-제로는 불과 1년 만에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어 창의성까지 발휘하게 되었다. 알파고와 같은 인공지능이 인류의 상상력·창의력·언어능력·추리력 등과 같은 지성을 추월하게 되었다.
‘소피아 신드롬’의 경고, 감성에 집중하라
최근에는 소피아 신드롬이 확산되고 있다. 홍콩의 핸슨 로보틱스(Hanson Robotics)에서 제작한 ‘소피아’는 여배우 오드리 헵번을 모델로 62가지 표정을 활용하여 감정을 표현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으며, 알파고-제로와 마찬가지로 스스로 학습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탑재되어 있다. 대화를 많이 하면 할수록 상대방의 표정을 읽어내는 신뢰도가 높아진다고 한다.
눈에는 고해상도의 카메라 렌즈가 장착되어 있으며 귀에는 구글의 음성인식 기술이 적용되어 사람보다 더 정확하게 보고 들을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알파고 제로와 소피아의 공통점은 한 번 학습한 지식체계는 기억에서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반면 인류는 망각의 특성을 갖고 있는데, 이것은 감정 영역에 의해서 설명이 가능해진다. 인공지능은 부정적이거나, 슬프고 아픈 사연 등이 단지 정보로 처리되기 때문에 이러한 정보가 아무리 많아도 파괴되질 않는다. 그러나 인간은 이러한 정보를 너무 많이 접하게 되면 마음과 감정을 상하게 되고, 결국 몸의 건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다. 이러한 점이 바로 인공지능과 인간을 구분할 수 있는 차이인 것이다.
알파고 제로와 소피아라는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지식과 정보 기반의 기억력 경쟁에서 인간은 완패하게 되었다. 다시 말하면 기억력에 기반을 둔 인간의 인지능력은 인공지능의 적수가 될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인공지능과 차별화할 수 있는 인간의 강점은 무엇일까?’란 의문이 생기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마음과 감정영 역인 것이다. 다른 말로는 의식(consciousness)이라 표현할 수도 있다.
지식을 대신할 대안, ‘소프트 스킬(soft skills)’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교육은 지식의 기억과 측정에 여전히 큰 비중을 두고 있어, 교원양성기관이 추구하는 교사의 자질과 적성도 학습지도라는 관점에서 전통적인 교수·학습에 비중을 두고 있다. 스스로 학습하면서 창의성을 발휘하는 인공지능을 보다 안전하게 관리하고 운영할 수 있는 미래 인재를 키우기 위해서는 지식 기반의 교육패러다임에 대한 대안 모색이 필요한 시점에 와 있는데, 지식(knowledge & intelligence)을 대신할 대안으로 ‘소프트 스킬(soft skills)을 들 수 있다. 서구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스킬의 개념이 동양에서는 기능·기술·숙련 등과 같은 단어로 표현된다. 스킬은 일반적으로 ‘무언가를 능숙하게 해내는데 필요한 능력’으로 여기에서 능력은 타고난 소질뿐만 아니라 의도적인 훈련·체험·실습 등을 통해 후천적으로 체득된 실행능력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스킬에 관한 사전적 의미를 요약해보면 <표 1>과 같다.
스킬의 유형은 경제학·교육학 등과 같은 활용 분야에 따라 다양하게 분류되고 있는데 여기에서는 위키피디아(Wikipedia)에서 제시하고 있는 유형을 중심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위키피디아 사전에서는 스킬을 ‘labor skills, life skills, people skills, social skills, soft skills, hard skills, mastering skills, human potential approach to skills’의 8가지 영역으로 구분하여 설명하고 있다.
Labor skills는 대장장이·전기기사·목공·석공·제빵사·양조공 등과 같은 숙련된 기술자들이 생산 현장에서 보유하고 있는 장인 수준의 스킬을 의미하며, Life skills는 개인이 생활 속에서 직면하게 되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이용되는 스킬로 직접적인 경험을 통해 체득하거나 교육을 통해 학습된다. People skills는 신뢰와 존중을 바탕으로 사람들과 효과적으로 소통하면서 정확하게 자신의 의사를 설득력 있게 표현할 수 있는 능력으로 요약할 수 있다. Social skills는 다른 사람들과의 상호작용과 소통을 촉진시켜주는 스킬을 의미하는데, 사회 규범과의 관계가 언어적 또는 비언어적 방식으로 끊임없이 창조되어 소통되고 변화하기 때문에 이러한 스킬을 학습하는 과정을 사회화(socialization)라고 부르기도 한다.
Soft skills는 대인관계와 소통 관련 소셜 스킬·성격특성과 특질·태도·직업적성·감 성지능 등을 모두 포괄하는 개념으로 소개하고 있다. Hard skills는 특정 임무나 상황과 관련된 스킬로 소프트 스킬과는 달리 측정이 용이하고, Mastering skills는 특정한 스킬 세트를 완벽하게 수행해낼 수 있는 능력으로 10,000시간 이상의 훈련 과정을 통해 체득할 수 있는 스킬을 의미한다.
리차드 넬슨 볼즈(Richard Nelson Bolles)는 자신의 저서 <너의 낙하산은 무슨 색일까?(What Color is your parachute?)>에서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스킬을 전이 가능한 스킬(functional or transferable skills), 전문 지식 관련 스킬 (special knowledge skills), 자기관리 관련 스킬(self-management skills or traits)로 구분하여 제시하였는데 소프트 스킬은 자기관리 관련 스킬과 밀접한 관련성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