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젊게만 여겼던 후배들이 하나 둘 퇴직하는 모습을 보면서 새삼 나에게 남은 시간이 적어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나도 퇴직을 한 후 거의 3년이 다 되어 간다. 제자는 물론 나를 아는 사람들 대부분은 '선생님, 요즘 뭐 하세요'라고 묻는다. 정년 후 특별히 다른 일이라고 있겠는가? 감사하면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다.
오늘 하루도 누군가는 앉아 있기보다는 걷기를 바라며 간절이 기도하는 사람들도 있다. 걷기는 매우 소중한 운동이다. 그러나 이를 소중히 생각하지 않으니 지금은 마음을 바칠 생각이 전혀 없다. 그러나 미리 축적하지 않으면 어느새 근육이 줄어들고 힘이 빠진다. 힘 빠진 노년의 모습은 초라해 보이기 십상이다.
최근 몇 년 사이에 걷기를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기회를 가지곤 하였다. 길을 걷는 것은 멋진 삶의 출발이다. 순천만 습지 같은 대자연과 만나고, 다양한 사람과 만나고, 물, 하늘, 별과도 만난다. 그래서 이 나라 방방곡곡을 걷고 그것도 모자라서 해외 원정까지 한다. 일본 큐슈 올레는 한국이 일본에 수출한 걷기상품이다. 그런데 일상적 걷기와 다른 시간적으로 압축적인 걷기를 하는 사람도 있다. 3. 1절에는 무막으로 120 Km를 걷는 사람도 있다.
걸으면 산다. 여러 가지 병에 걸려 죽을 뻔한 사람이 걷고 나서 질병을 치료하고 전국은 물론 해외 걷기에 나선 사람도 있다. 걷는 시간의 축적 속에서 여러 가지 이야기가 쌓여간다. 작년 4월 걷기에 참가하여 2일간 50킬로미터를 걷고 이번에도 똑같이 50 킬로미터를 걸었다. 이분은 홍순언 걷기 홍보대사다. 2005년 체중이 100킬로를 넘어 체중을 줄이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하다는 의사의 선고를 받고 생존을 위한 걷기에 나섰다. 작년도에는 이순신백의종군길 이음 대행군 675킬로미터도 걸었다. 이후 연맹이 인증한 약 2만킬로미터를 걸었으며, 순천걷기대회에는 8번이나 참가할 정도로 순천을 사랑하는 걷기 매니아다.
그는 돈과 명예는 아침 이슬과 같다고 표현한다. 돈 가방 짊어지고 양노원 가면 무슨 소용있냐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아직도 걷기의 맛과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솔선 수범하여 걷기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다.
또, 4월 7일 순천만걷기대회에 참가한 85세 최고령인 서울 노원구 권혁찬씨는 25 킬로 걷기에 참가하였다. 8년 전 걷기를 시작하여 지금은 한국체육진흥회 공인 기록만 6,800킬로미터를 걸었다. 국내에 걷기에 좋은 곳이 많이 있지만 순천, 제주, 설악산 걷기 코스를 가장 걷기 좋은 코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오후 3시 넘어서 골인을 한 순간이라 조금은 힘들게 보였었지만 건강의 소유자임을 증명하여 주고 있었다.
여행, 걷기, 노년의 여유 등 모두 좋은 것이다. 그러나 걸을 정도의 건강을 유지하지 못하면 다 소용이 없어진다. 더 기력이 빠지기 전에 걸어야 산다. 주변에는 힘 없이 경로당에 앉아있는 사람들도 많다. 오늘은 걷기대회를 마치고 순천교육지원청 교육장님을 찾았다. 교육장님 자신도 건강을 위하여 오늘 아침 일찍 걷기를 마치고 출근하였다는 것이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 걷지 못하는 사람의 마음을 어찌 헤아릴 수 있겠는가? 오늘 하루하루 발걸음을 옮기는 것이다. 순천처럼 걷기 좋은 곳이 없다는데, 이 맛을 걸어본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어찌 알 것인가! 걷기, 이는 고령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필수과목으로 자리잡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