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신문 정은수 기자] ‘경청’을 한다면서 수차례 경청회를 가졌지만, 교육부가 공청회에서 내놓은 현장실습 보완 방안은 학습형 실습 기조를 고수했다. ‘학습페이’로 불리는 실습생 수당도 개선효과를 장담할 수 없는 가이드라인만 제시한 채 근본적인 개선 요구는 외면했다.
교육부와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직업계고 현장실습 개선방향’ 공청회를 가졌다.
공청회 시작을 앞두고 제주도에서 현장실습 중 사망한 이민호군의 아버지 이상영씨가 발언을 했다. 이 씨는 “제주도에서 지난해 한 공청회와 오늘 공청회 내용이 하나도 달라진 게 없다”며 “교육부는 선도기업, 우수기업에 한해 현장실습을 보내겠다지만 사고가 난 곳도 우수기업 인증을 받은 곳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현장실습생들의 신분은 학생인지 노동자인지, 교육부와 교용노동부도 나 몰라라 하고 있다”며 “이게 나라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송달용 교육부 중등직업교육정책과장이 발표한 ‘직업계고 현장실습 제도 보완 방안은 학습형 현장실습 기조 내에서 부분적 ’보완‘만 했을 뿐이었다. 물론 “국회 공청회를 위한 자료일 뿐 확정된 바 없다”는 것이 교육부의 입장이지만, 애초에 학습형 현장실습 기조를 포기할 수도 있다는 의지는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
현장실습 수당은 ‘시간제 최저임금의 75% 이상’을 지급하도록 개선했으나 이마저도 직무 수행 및 생산활동에 참여하는 시간을 기준으로 지급하도록 해 기업에서 교육 시간의 비중을 산정하기에 따라서는 크게 개선되지 않을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여전히 근로계약을 하지 못하고 표준협약만 해야 한다는 입장도 고수했다. 적은 수당마저 제대로 지급을 안 하거나 부당한 처우를 받아도 학생이 ‘근로기준법’에 따른 보호를 받을 수 없는 문제가 그대로 남게 된 것이다. 산업체 안전교육·성희롱 예방 교육과 학교 전담 노무사 지정 정도가 실습생 권익보호 강화안의 나머지였다.
다만, 그동안 바뀐 현장실습의 큰 문제로 지적돼 온 조기 취업 기회 상실은 다소 개선될 전망이다. 학생들은 학교별로 자율적인 교육과정 운영을 하도록 해 현장실습 기간을 최대 6개월 운영 가능하도록 했다. 그러나 결국 교원 수급 등의 한계로 다양한 교육과정 운영이 얼마나 확대될 지는 미지수다. 줄어들었던 현장실습 기업은 운영절차 간소화 등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패널 토론에서는 교육부안에 대한 평가는 제각각이었다.
장성희 한국공인노무사회 이사와 안재영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부연구위원 등 노동 전문가들은 “근로자 신분을 인정하고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도록 하는 것이 학생이 보다 안전한 현장실습을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태현 은평메디텍고 학생은 조기 취업의 가능성이 열리고, 최저임금의 75%를 받을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개선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이를 실현하기 위해 추가적인 보완조치가 다소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반면, 학습형 현장 실습 도입을 주장해온 전교조의 김경엽 직업교육위원장은 조기 취업의 문이 다시 열리는 등 개선안을 학습형 현장 실습의 후퇴로 보고 “교육과정 정상화를 위해서 취업시기는 졸업 이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