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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이슈] SKY 캐슬과 초등학생의 꿈

‘유튜버’와 ‘디지털 네이티브’
지난해 12월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은 ‘2018년 초·중등 진로교육 현황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현황조사 결과가 흥미롭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초등학생의 희망 직업 중에 ‘유튜버’가 5위로 당당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30년 전엔 ‘대통령’, 10년 전엔 ‘아이돌’처럼 ‘유튜버’도 그냥 어른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정도로 생각하기엔 왠지 꺼림칙하다. 이유가 뭘까를 생각해 보니 아이들이 어른들보다 사회에 대한 흐름을 이해하는 통찰력이 더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진로 교육에 있어서 가장 흐름을 앞서가는 그룹이 초등학생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이번 조사결과는 ‘유튜버’를 꿈꾸는 디지털 네이티브의 본격 등장을 예고한다. 유년기 시절부터 스마트폰을 포함한 스마트 디바이스와 콘텐츠를 만들어 등록·공유하는 플랫폼과 함께 성장한 세대를 디지털 네이티브라고 한다. 디지털 네이티브들은 유튜브로 촉발된 동영상 콘텐츠 시장의 최대 소비자이면서 최대 생산자로 등장했다. 인공지능과 플랫폼의 발달로 현재의 콘텐츠는 누구나 쉽게 개발하고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을 활용해 누구나 쉽게 개발하고 공유할 수 있게된 것이다.


2019년 올해 과학기술혁명의 키워드 세 가지는 ‘인공지능, 5G, 블록체인’이 될 것이다. ‘유튜버’를 대량 양성하고 1인 콘텐츠 생산자에게 보상을 해주는 인프라가 고속도로처럼 구축이 되는 원년이 된다. 이러한 세상의 변화를 가장 빨리 읽고 표현할 수 있는 아이들이 초등학생인 것이다.


‘성장’을 목표로 한 진로교육
지난해 말 맞춤형 VOD를 제공하는 넷플렉스를 통해 제임스 딘이 출연한 3편의 영화를 보았다. 배우이자 카레이서로서 24살의 젊은 나이에 요절한 제임스 딘은 ‘에덴의 동쪽’, ‘자이언트’ 그리고 ‘이유 없는 반항’이라는 3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3편의 영화 소재는 각각 다르지만, ‘성장’을 다루고 있는 영화이다. 미국의 성장시대에 기존의 가치관과 새로운 가치관이 충돌하면서 나오는 갈등요소가 영화의 전체적인 흐름이다. 이러한 갈등 속에서 피어나는 번민과 성찰이 한 개인과 국가를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된다.


지금 대한민국은 과거의 성장을 멈추고 새로운 성장을 시작하는 변곡점에 와 있다. 구조적인 청년실업과 N포 세대는 현상일 뿐이다. N포 세대 청년들은 기존의 베이비부머 세대들보다 훨씬 좋은 환경에서 더 많은 공부를 해 온 세대이다. 이들의 자조는 단지 역량 부족이 아니라 자존감 부족에서 나온다. 청년세대의 자존감 부족은 ‘성공’을 보상으로 한 우리 사회의 교육방식 때문이다.


JTBC의 ‘SKY 캐슬’에 나오는 ‘서울대 의대’와 ‘전교 1등’은 모두 성공을 담보로 한 목표치일 뿐이다. ‘성공’ 후에는 어떨까? 다 이루었다는 만족감과 함께 오는 허탈감은 다음 목표를 세우기 어렵게 만든다. 1등의 허탈감 뒤에는 1등을 쫓아갔던 수많은 2등과 꼴등들의 좌절감이 있다. 진학과 입시중심의 진로교육은 ‘성공’을 목표로 하지 ‘성장’을 목표로 하진 않는다. 우리 교육과 비교할 수 있는 그룹으로 유대인들의 교육을 들 수 있다.


UN이 발간한 교육보고서 자료에 따르면 대한민국 아이들의 지적능력을 측정하는 IQ는 평균 104로 홍콩에 이어 세계 2위를 차지한다. 반면 이스라엘 아이들의 평균 IQ는 94로 세계 45위에 불과하다. 공부시간도 우리 아이들이 훨씬 많다. 물론 극성스러움의 상징인 ‘엄마’도 우리는 유대인 엄마들과 비교할 정도의 적극성을 가지고 있다. 오죽했으면 뉴욕 타임스에서 한국의 극성스러운 엄마에게 ‘New Jewish Mom(새로운 유대인 엄마)’이라는 별칭을 붙여 주었을까?


이처럼 기본역량에서나 환경적 측면에서 우리보다 나을 게 없는 유대인들은 사회에 진출할 때 엄청난 가성비를 나타낸다. 미국 내 약 600만 명에 불과한 유대인들 중에는 노벨상 수상자의 23.6%, 할리우드 부유층의 40%, 예일대 대학원생의 60%, 영향력 있는 지식인의 76%, 그리고 최고 부유층의 23% 이상을 기록하고 있을 정도로 예술·문화·연구·경제 등 거의 전 분야에서 압도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유대인 자녀들의 교육적 성과의 결과물은 ‘달란트’ 교육에서 비롯된다. 아이의 타고난 재능을 어렸을 때부터 부모들이 발견하고 아이들의 생각을 경청하면서 아이들 스스로 진로를 선택하게 하는 ‘Voice & Choice’ 교육이다.


달란트 교육의 핵심은 ‘성공’보다는 개개인의 ‘성장’을 목표로 하는 것이다. 이러한 성장중심 진로교육은 새로운 디지털 네이티브들을 위해 국가·사회가, 그리고 어른들이 해야 할 ‘Must Have’ 아이템이 되어야 한다. 갈수록 떨어지는 교육비 투자의 효율성을 차치하더라도 취업에 장기간 실패하거나 취업을 했다 하더라도 적응을 못 해 다시 공부를 하는 ‘스터디 룸펜(Study Lumpen)’을 양산하는 ‘성공’ 교육을 해서는 대한민국 교육에 희망이 없다.

 

준비되지 않은 대한민국 진로교육
매년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 IMD는 ‘세계인재보고서(IMD World Talent Ranking)’를 발표한다. 많은 언론이 IMD가 발표할 때가 되면 한국의 인재경쟁력의 순위는 어떻게 될지 관심을 둔다. 2018년 11월 발표한 한국의 인재경쟁력 순위는 조사 대상국 60개 국가 중 33위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39위에서 조금 오르긴 했지만, 세계 12대 경제대국의 위상치고는 인재경쟁력 지수가 초라하기 그지없다.


IMD 보고서 중 66페이지에 나와 있는 한국파트를 집중적으로 분석해 보기로 했다. IMD는 교육에 대한 투자 및 개발(Investment & Development), 경제적 보상 및 만족도(Appeal)와 준비도(Readiness) 등 3개 분야로 나눠 점수를 분류한다(<표> 참조). 분야별 점수를 보면 교육투자분야가 20위이고, 보상과 준비도는 각각 41위와 34위로 더 떨어진다. 분야별 인재경쟁력 순위 중 눈에 띄게 순위가 높은 항목이 하나 있다. 바로 15세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를 평가하는 PISA에서 한국은 전체 9위를 차지하고 있다. 3년마다 치러지는 PISA에서 한국은 특히 수학과 과학 분야에서 매번 3위 안에 들 정도로 우수한 학업성취도를 유지하고 있다. 적어도 중학생 때까지 한국 아이들의 경
쟁력은 전 세계 어느 국가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는 그 이후다. 고등학교와 대학 이후 쪽으로 오면 점점 더 경쟁력은 떨어진다. 우선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양성에 우리 사회가 얼마만큼 준비돼 있는지 판단하는 미래 준비도 측면의 세부지표를 살펴보면, PISA 지수를 제외하고는 31위에서 47위까지 떨어져 있다. 예를 들어 ‘숙련된 노동력(Skilled Labor)’에 대한 준비도는 37위, 미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시스템은 응답지수 10점 만점에 5.16점으로 전체 대상 국가 중 38위를 차지하고 있다. 대학으로 한정해 미래사회를 위한 ‘대학교육의 준비도’는 10점 만점에 4.84점으로 전체 대상 국가 중 49위를 차지하고 있어 거의 최악의 수준이다. 대학 졸업 후 기업들의 준비도 역시 마찬가지다.


연결과 융합이 만들어내는 시너지 진로교육
정부는 2015 개정 교육과정 개편을 통해 ‘인문학적 상상력과 과학기술의 기초소양을 가진 창의·융합형 인재’로 양성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STEA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rts, and Mathematics) 교육을 위한 과학기술에 대한 실험실습 기자재 투자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특히 학령인구의 감소로 인해 점점 늘어가는 빈 교실을 활용해 다양한 형태의 실험교육 시설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을 통해 공부하는 학생들은 기존의 2009 개정 교육과정을 통해 배운 학생들과 배움의 방식에서 그리고 평가의 방식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문·이과 구분이 없는 상태에서 교육과정은 이제 개방형 플랫폼을 가진 형태로 과목 공부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이른바 빅아이디어(Big Idea)라는 개념으로 하나의 개념을 여러 학문에서 어떻게 접목하고 있는지를 배우게 된다. 예를 들어 수학에서 어렵게 배우게 되는 ‘베르누이정리’라는 개념이 ‘공중에 탁구공 띄우기’, ‘종이 글라이더 만들기’ 등의 실험으로 체득해 생활 속의 개념으로 쉽게 이해될 수 있게 만들고 이를 통해 수학과 과학에 흥미를 갖게 만드는 것이다.


평가에서도 답이 있는 사지선다형과 같은 객관식 문제보다는 답이 없이 학생들의 생각을 넣는 ‘추론’ 문제가 대세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이러한 교육과정의 변화는 아이들의 성적과 관계없이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다양한 형태의 학습경험을 갖게 만들고 있다.


소프트웨어는 사람과 프로그램이다. 새로운 세상에 맞는 진로교육 프로그램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이러한 진로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 자원과 인프라는 확보할 수 있는가? 이 두 가지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제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시대를 살아가는 디지털 네이티브들에게 맞는 프로그램은 훨씬 정교하고 복합적이어야 한다. 각각의 학문 사이를 연결할 수 있는 연결고리로서의 진로교육을 지향해야 한다. 단순한 기술습득이 아니라 인문학적 성찰을 통해 자신의 가치관 형성과 함께 하는 삶의 도구로서 STEAM 교육과 메이커교육이 자리해야 한다. 이러한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서는 개별 학교나 진로진학상담교사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 학교와 사회와 마을공동체가 함께 고민하고 나서야 한다. 시간을 미루어서는 안 된다.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신인류의 성장교육’을 가르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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