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란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를 하는 것과 아동의 보호자가 아동을 유기하거나 방임하는 것을 말한다(아동복지법 제3조 제7호,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조 제3호). 아동학대는 신체적 학대, 정서적 학대, 성적 학대, 유기 또는 방임 등 4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신체적 학대(아동복지법 제17조 제3호)
형법 제273조는 “자기의 보호 또는 감독을 받는 사람을 학대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원은 형법상의 학대죄에 관하여 “단순히 상대방의 인격에 대한 반인륜적 침해만으로는 부족하고 적어도 유기에 준할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고 판시하여 인정 범위를 좁게 해석한다(대법원 2000도223 판결). 즉 형법상의 학대는 생명·신체에 위험을 야기하는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
아동복지법 상의 학대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여 형법상 학대보다 법정형이 높다. 법정형으로 아동복지법상의 학대가 형법상의 학대보다 더 중한 범죄이므로 그 범위도 더 좁게 해석하여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런데 법원은 “아동의 경우 완전하고 조화로운 인격 발달을 위하여 사회적으로 보호받을 필요성이 있어 성인에 비하여 보호가치가 크다고 할 것이므로, 아동복지법상 학대의 개념을 형법상 학대의 개념보다 넓게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하여(인천지법 2015고단612 판결) ‘아동복지법상의 학대’를 ‘형법상의 학대’보다 넓게 보고 있다.
사례 1. 초등학교 4학년 교실에서 수업 중에 학생이 떠들고 돌아다녀서 교사가 이를 지도하였다. 그런데도 학생이 수업을 방해하는 행동을 멈추지 않았고 교사가 학생의 어깨를 잡아 자리에 앉히는 과정에서 학생의 얼굴이 책상에 부딪혀 눈 주위의 타박상 등 전치 2주의 상해가 발생하였다. 교사는 신체적 학대로 기소되었고 1심에서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사례 2.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이 운동장에서 다른 학생들에게 흙을 뿌리고 여러 학생이 앉는 의자에 누워서 다른 학생들이 앉지 못하게 하였다. 교사가 학생을 지도하였으나 지도에 응하지 않아 교실로 데리고 가려고 하였는데 학생은 가지 않으려고 해서 팔을 잡고 갔다. 교실에 도착하여 학생에게 교실로 들어가라고 하였는데 학생이 들어가지 않아 교사가 무릎으로 학생을 밀었는데 학생이 교실로 들어가면서 넘어졌다. 이를 본 다른 학부모가 신고를 하여 형사절차가 진행되었고, 해당 교사는 아동보호사건으로 처리되어 가정법원 송치되었다.
사례 3. 초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강당에서 뮤지컬 연습을 하였는데 맨 앞줄에 있던 학생이 자꾸 앞으로 나와 줄을 맞추지 못하자 학생에게 줄을 똑바로 서라고 옷을 잡아서 뒤로 가게 하였다. 평소 학교에 불만이 있던 학부모가 이를 폭행으로 신고하였는데 “교사가 멱살을 잡아 밀치고 당기는 등 피해자를 폭행하였다”는 이유로 벌금 50만 원이 선고되었다.
아동학대 또는 폭행이 문제가 될 정도로 교사가 학생의 신체에 유형력을 행사하는 사안들은 대부분 학생이 수업을 방해하거나 교사에게 불손하게 하여 교사가 지도하면서 발생하는 경우들이다. 교사는 지도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한 접촉이며, 학대나 폭행의 고의가 아닌 훈육을 위한 교육적 목적이고, 해당 학생이 먼저 원인을 제공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자신의 행위가 아동학대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검찰이나 법원은 그러한 교사의 항변은 변명으로 취급한다. 교사의 지도가 아동학대로 문제가 되면 그러한 상황에 이르게 된 과정보다는 발생한 결과를 보고 아동학대를 인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서적 학대(아동복지법 제17조 제5호)
법원은 정서적 학대를 “유형력 행사를 동반하지 아니한 정서적 학대 행위나 유형력을 행사하였으나 신체의 손상에까지 이르지는 않고 정서적 학대에 해당하는 행위를 가리킨다”라고 판시하고 있다. 여기서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 행위’라 함은 현실적으로 아동의 정신건강과 그 정상적인 발달을 저해한 경우뿐 아니라 그러한 결과를 초래할 위험 또는 가능성이 발생한 경우도 포함된다. 따라서 반드시 아동에 대한 정서적 학대의 목적이나 의도가 있어야만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자기의 행위로 인하여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을 저해하는 결과가 발생할 위험 또는 가능성이 있음을 미필적으로 인식하면 충분하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도 2015도13488 판결을 통해 그 범위를 매우 넓게 보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정서적 학대’의 개념이 불분명하여 죄형법정주의와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어 위헌이라는 헌법소원에 대하여 “위와 같은 해석은 다소 추상적이고 광범위하게 보일 수 있으나 이는 다양한 형태의 정서적 학대 행위로부터 아동을 보호함으로써 아동의 건강과 행복, 안전과 복지를 보장하고자 하는 아동복지법 전체의 입법 취지를 실현하고자 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그러면서 어떠한 행위가 정서적 학대 행위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는 ▲아동에게 가해진 유형력의 정도, ▲행위에 이르게 된 동기와 경위, ▲피해아동의 연령 및 건강 상태, ▲가해자의 평소 성향이나 행위 당시의 태도, ▲행위의 반복성이나 기간 등에 비추어 법관의 해석과 조리에 의하여 구체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며 합헌이라고 판단하였다(헌법재판소 2014헌바266 결정).
사례 1. 초등학교 체육전담교사가 1학년 학생이 교실을 돌아다니고 산만하게 행동한다는 이유로 학생을 교사용 의자에 앉히고, 학생의 다리 사이에 앉아 등으로 학생을 밀어 한동안 움직이지 못하게 하였다.
법원은 훈육으로서 사회적으로 허용된 행위에 해당하지 않고, 학생이 상당한 압박감과 두려움, 수치심을 경험하였을 것으로 보이고, 경력이 많은 교사가 초등학교에 막 입학한 학생을 신체를 이용하여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것은 정서적 발달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할 수 있었다는 이유 등으로 정서적 학대를 인정, 벌금 500만 원을 선고하였다.
사례 2. 초등학교 3학년 담임교사가 학생이 책을 손으로 팡팡 치면서 책장을 넘긴다는 이유로 손목을 끈으로 묶었고, 학생이 재활용 쓰레기를 일반 쓰레기통에 버린다는 이유로 학생의 옷깃을 잡아 교실 앞쪽까지 끌고 간 후 양손을 들고 있게 했다. 또 “병신아”라며 욕설을 하고, 교과서를 늦게 꺼낸 학생이 심부름을 다녀왔다고 대답하자 “내가 심부름을 언제 시켰어? 네가 이상한 거지”라고 말한 것을 정서적 학대로 인정하여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정서적 학대 이외에 신체적 학대도 있었음).
성적 학대(아동복지법 제17조 제2호)
아동복지법 제17조 제2호는 “아동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희롱 등의 성적 학대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성적 학대는 아동에 대한 강제추행에 이르지 않는 신체적 접촉 또는 성희롱이 해당된다.
사례 1. 고등학교 체육교사가 서핑보드를 올리면서 여학생의 손을 잡아 교사의 엉덩이를 받치게 하였고, 학생이 허리를 받치자 “거기 아니다”라고 말하며 직접 손을 엉덩이 쪽으로 옮겨 받치게 했다. 또 발목을 다쳐 보건실로 가고 있는 학생을 발견하고 “요새 자꾸 왜 아프노? 이래서 운동하겠냐?”라고 말하며 한 손으로 학생의 어깨와 허리를 감싸 안은 뒤 자기 몸 쪽으로 바짝 당긴 채 보건실 앞까지 부축했다. 이뿐 아니라 친구들과 얘기하고 있는 학생에게 “선생님한테 사랑한다고 말해봐”라고 말한 뒤 학생의 손을 잡고 자신의 옆에 앉게 하는 등의 성희롱을 하여 징역 6개월 및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사례 2. 중학교 도덕 및 종교 수업을 가르치는 교목을 겸직하는 교사가 수행평가를 하겠다고 하면서 학생들에게 “‘목사님 사랑해요’라고 쓰면 점수를 좋게 주고, 틴트나 립스틱을 바르고 입술 도장 찍으면 더 좋게 주겠다”라고 말하고, 도덕 시간 중 동성애를 설명하다가 “내가 남고에서 근무할 때 트랜스젠더 학생을 상담했는데 가슴은 성인 여자만 했고, 고추는 아주 작았다”라고 말하여 성희롱을 하여 징역 2년 6월을 선고받았다(성희롱 이외에 강제추행도 있었음).
유기 또는 방임(아동복지법 제17조 제6호)
아동복지법 제17조 제6호는 “자신의 보호ㆍ감독을 받는 아동을 유기하거나 의식주를 포함한 기본적 보호ㆍ양육ㆍ치료 및 교육을 소홀히 하는 방임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사례 1. 고속버스에서 배탈이 나서 비닐을 깔고 대변을 눈 초등학교 6학년 여학생을 보호자의 동의를 받고 고속도로 휴게소에 두고 갔으며 1시간 정도 후에 휴게소에 보호자가 도착하였다. 1심 법원은 초등학교 6학년 학생으로 스스로의 안전을 도모할 수 있는 판단 능력이 어느 정도 있는 나이라고 하더라도 버스에서 내릴 당시까지의 상황으로 인하여 정서적으로 매우 불안정하고 혼란한 상태였던 점, 고속도로 휴게소는 차량의 통행량이 많고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점 등을 고려하면 학생에 대한 보호 조치를 소홀히 한 점을 인정하여 방임으로 벌금 800만 원을 선고하였다.
2심 법원은 방임은 인정되지만 해당 교사가 체험학습을 총괄하는 위치에 있어서 학생 전체의 안전과 체험학습 진행도 고려할 수밖에 없어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았던 점, 피해 아동의 모가 휴게소로 오는 상황에서 아동이 휴게소에 혼자 남겨진 시간은 1시간 정도에 불과하였던 점, 피해아동이 휴대폰을 가지고 있어서 혼자 기다리는 동안 부모와 통화를 한 점, 교사는 아동을 휴게소에 내려놓고 간 후 아동과 2번의 전화 통화를 하였고 아동의 모에게도 전화를 걸었던 점 등을 고려하여 벌금 300만 원의 선고유예로 감형하였다.
종전까지 아동학대는 부모 또는 양부모들의 반인륜적 행위를 처벌 대상으로 하였는데, 최근에는 교사들의 지도가 아동학대로 처벌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말이 있듯이 폭력은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