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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칼럼] 고3 진학지도의 지향점

본격적인 진학지도 시즌이다. 어느 학교든 학생에게 맞는 합당한 진학지도를 위해 교사들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면서 고민할 것이다. 그런데 학생 진학지도의 방향 소위 지향점은 어디에 둬야 할까? 쉽지 않은 문제다. 만약 어느 학생이 지방대학 최상위권이냐, S대 합격권이냐를 놓고 고민에 빠진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선택의 순간마다 고려할 요소
단순하게 생각하면 답은 쉽게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일 때, 선택의 갈림길에서 고뇌와 갈등을 경험할 것이다. 물론 진학지도에서 최종 선택 기준은 학생의 적성과 장래의 비전이다. 거기에 덧붙여 나는 학생이 얼마나 간절하게 원하는가를 존중한다면 훗날 갈등의 여지를 줄일 수 있음을 강조하고 싶다. 이를 무시하면 꼭 탈이 난다는 것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오래전 고3 담임교사로 진학지도에 몰입하던 시기였다. 준범(가명)이는 공부밖에 모를 정도로 학구파였다. 그는 S대 진학을 강력하게 원했으나 합격을 보장하기에는 불확실했다. 그런데 가정형편이 매우 어려워 국립대, 그것도 등록금이 상대적으로 낮은 사범대학에 진학하는 게 최선이란 판단이 섰다.


나의 판단은 준범이가 전통 있는 지방 국립사대를 지원하면 장학생도 가능하다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 결국은 나의 의견에 비중을 두어 상담을 마쳤다. 그리고는 준범이가 원서를 사와 나는 꼼꼼하게 그를 대신해 원서를 작성해 주었다. 그 바쁜 와중에 직접 원서를 작성해 주는 나에 대해서 그는 다소 의아하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나중에 합격자 발표가 있고 나를 찾아온 준범에게 “수석을 했느냐?”고 물었다. 그제야 준범이는 나의 의중을 깨달았고, 또한 내가 졸업한 그 대학에 자기를 후배로 만들고 싶었던 마음도 전달되었다. 그렇게 준범이는 지방 국립대에 진학했고 후에 교사로 발령을 받아 젊은 나이부터 진학지도에 임하며 제자들을 길러냈다.


문제는 그것이 교사생활을 하면서 응어리진 채 살아왔다는 것이다. 개인적 한을 풀기 위해 준범이는 ‘S대 합격생 다수 배출’ 전략으로 진학지도를 해왔다. 일종의 대리만족을 얻고자 한 것이다. 몇 해 전 우연히 만난 그는 당시 자기가 그렇게 가고 싶었던 S대를 원서조차 쓰지 못하게 했던 나를 많이 미워했다고 말했다. 충격이었다.


나는 진학지도의 계절이 올 때마다 준범이의 말을 잊지 못한다. 진학지도의 원칙이자 가장 중요한 요소는 학생의 선택권이다. 모험이 반드시 성과를 가져온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모험을 하지 않으면 분명 성과는 있을 수 없다’는 말을 다시금 고뇌해 본다. 만약 준범이에게 S대의 지원을 조금이라도 격려해주면서 기회를 줬다면 성공했든 실패했든 그는 결코 고3 담임교사를 미워하면서 살아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미움받지 않는 담임교사 역할
나는 학생의 주체적인 판단과 의지, 그리고 약간의 진로선택의 모험이야말로 진학지도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관례적인 안정추구의 진학지도와 학생의 선택권을 돌리는 방책으로는 학생에게 상처를 남길 수 있다는 경각심을 주지시키고 싶다.


나는 준범에게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이는 재고했어야 했다. 학생은 순조로움보다는 아픈 만큼 성장하기 마련이다. 깨달음을 주는 다소의 모험과 경험도 긴 인생 여정에서 볼 때 학생에게 꼭 필요한 것이라고 믿는다. 학생의 성향과 의지를 진학지도에 반영하는 것은 교사의 책무이며 따라서 끊임없이 숙고해야 할 과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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