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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서울 교원원탁토론회와 학생모의총선학습 정치 편향 우려돼

정치적 중립아니라 정치적 편향 가중 우려

 최근 서울시특별시교육청이 관내 교원들을 대상으로 현안교육포럼을 개최했다. 서울 교원 원탁토론회로 명명된 이날 토론회에서 학생들의 비판적 사고력 신장과 삶과 교육의 연계를 주장하는 찬성 측과 교사가 법령과 규정에 따라 정치적 중립의 기반 아래 민주시민교육을 올바르게 해야지 교육당국이 이를 강제하는 것 자체가 비민주적이고 정치 편향적 행정이라는 반대 측 주장이 맞섰다.

 

서울 교원 원탁토론회는 최근 학교 현장에서 요구하고 있는 사회현안교육 규범과 원칙을 만들어 가기 위해 처음 공식적으로 논의의 장을 마련한 데 의의를 두고 있다. 이번 토론회에는 서울교사노조, 서울실천교사, 전교조서울지부, 좋은교사운동, 한국교사노동조합과 공동으로 참여했고, 사단법인 징검다리 교육공동체가 진행을 맡았다. 진보교육단체, 교원노조 등 관련 단체 5개가 참여한 것이다. 한국교총, 서울교총 등은 이념적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참석을 거부했다. 서울교육청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한 포럼을 개최하고 자화자찬이어서 아쉽다. 이번 토론회는 인헌고 사태를 계기로 학교 교육에서 정치사회적 현안교육을 다룰 때 지켜야 할 원칙을 마련하는 취지에서 열렸다. 물론 여기서 도출된 현안교육 원칙은 보지 않아도 뻔한 내용이다.

 

아울러, 서울교육청이 ‘2020 총선 모의선거 프로젝트 학습’을 진행하기로 해 우려된다. 서울교육청은 내년 4월 15일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 앞서 후보자 공약을 분석하고 모의투표를 하는 ‘2020 총선 모의선거 프로젝트 학습’을 진행한다. 선거교육에 참여할 서울 초중고교 40개교를 선정하고 50만 원씩 지원하기로 했다. 선거연령을 현행 만 19세에서 18세로 낮춘 공직선거법 개정안 통과에 즈음해 투표권을 올바르게 행사하는 방법을 가르치겠다는 취지다.

 

지난 번 정치 편향 교육으로 몸살을 앓은 바 있는 서울 인헌고 사태에서 보듯이 교사의 정치 편향이 학생을 강제로 교화할 우려가 다분하다. 선거교육은 잘못하면 학교와 교실의 정치판, 선거판화를 초래할 우려가 많다. 초등 학생의 경우 접근하기 어려운 총선 교육공약이 대부분아고, 실현가능성 등을 무시한 포퓰리즘 공약을 충분히 판단하기도 어렵다. 결국 교사가 특정 정당과 후보를 은연 중 부각하고 영향을 미칠 우려가 농후하다.

 

대체적으로 선거교육은 예민한 주제다. 선거교육은 아주 민감한 현안이다. 선거교육은 객관성과 중립성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가르치는 이의 정치적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크다. 주입식 교육을 금지하고 논쟁적인 쟁점에 대한 다양한 입장을 충분히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학생 스스로 판단을 내릴 수 있다.

 

현재 서울교육청의 선거교육을 총괄하는 추진단장은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인사다. 그는 그동안 중립적이지 않은 진보 성향의 교수로 분류된다. 그는 과거 보수 성향 정당 퇴출을 주장한 바 있고, 지난 해 조국사태 와중에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교수들의 시국선언문에 이름을 올렸다. 애당초 선거교육의 중립성과 민주시민교육의 정당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인사다. 출발부터 정치적 중립성을 담보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다.

 

또 선거교육 실무를 맡게 될 ‘징검다리교육공동체’ 이사장은 과거 불법 선거법 위반으로 도중 하차한 곽노현 전 서울교육감이다. 서울교육청이 진정으로 정치적 중립교육, 민주시민교육을 지향한다면 좀 더 중립적인 인사와 단체로 교원원탁토론회, 선거교육 등을 추진해야 한다. 교육계는 서울교육청에서 이번 총선 전 선거교육을 강행할 경우 최근 정치편향 교육 논란이 있었던 인헌고 사태가 재연될 우려를 하고 있다.

 

서울교육청의 초중고교 40개교의 ‘2020 총선 모의선거 프로젝트 학습’ 추진은 재고돼야 한다. 취지는 좋으나 우리나라 교육 현실과 유리돼 있어서 균형 잡힌 민주시민교육보다 학교와 교실의 선거장화로 경도될 우려가 있다. 특히 이와 같은 민감한 주제는 장기적인 숙의와 공론화 과정을 거친 후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는 데, 이번 학습 계획은 급조된 즉흥적 정책이기 때문이다. 장기적인 고민 후에 정책적 접근을 해야 한다. 가담 단체와 인사도 아주 중립적인 검증된 인사로 위촉해야 한다.

 

선거교육을 정치교육, 민주시민교육과 동일시하는 인사도 있으나 천만부당이다. 지도 교사의 교육방식에 대한 시비와 갈등이 곳곳에서 초래될 수 있고, 학생 간 찬반 갈등이 격화돼 학교와 교실이 진영 대결의 장으로 변질될 수 있다. 선거교육이 자칫 정치교육으로 변질돼 갈등이 빚어지더라도 마땅히 제재할 수단이 없는 것도 문제다. 총선을 앞두고 급조한 선거교육, 정파성이 뚜렷한 인사들이 장악한 선거교육으로는 ‘교실의 정치판화’에 대한 우려를 씻을 수 없다. 선거교육을 빙자한 정치교육이 되지 않도록 안전장치부터 마련하는 것이 순서다.

 

혹자는 경제협력기구(OECD) 가입국 중 한국만 19세부터 선거권을 부여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근본적인 것을 간과하고 있다. 다른 나라들은 일제히 만 17세까지 보통 교육을 마무리하고 만 18세부터 고등교육에 진입하는 체제다. 자아가 미성숙해 교실의 정치판화, 선거판화를 제도적으로 막고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선거권 연령 인하를 선거의 유불리로 접근하고 재단하는 정파와 이념 자체가 시대 흐름을 놓치고 있는 후진적 접근이라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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