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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는 왜 교단을 떠나려 할까?

3월 새 학기, 교사들에겐 가장 부담스러운 시기다. 입학식을 필두로 이어지는 각종 행사와 쏟아지는 행정업무, 아이들과의 관계 맺기부터 크고 작은 다툼에 학부모들과의 상담까지 어느 것 하나 녹녹한 게 없다. 한 손엔 교과서를 한 손엔 휴대폰을 움켜쥐고 발걸음을 재촉했던 일상은 누구에게나 익숙한 경험이다.

 

그래서일까? 교사들은 개학이 다가올수록 밤잠을 설치는 등 불안한 심리상태를 겪는다. 경력이 많고 적음과 상관없어 보인다. 심지어 개학 첫날부터 모든 일이 엉망으로 꼬여버리는 악몽에 시달린다는 교사들도 있다.

 

이번 호는 새 학기, 교사들이 현장에서 맞닥뜨리는 현실적 과제를 살펴보고 그 원인과 대책을 모색해 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풍부한 현장성과 전문성을 갖춘 전현직 교사들의 축적된 경험치에서 비롯된 노하우를 통해 교실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례를 실증적으로 들여다보고 정확한 진단과 정책적 해결책을 찾아보고자 한다.

 

대강의 주제는 학생들과 관계맺기, 학교폭력 대응, 교육과정 구성과 평가, 학부모 상담하기, 그리고 교권침해 대응으로 잡았다.

 

3월, 교사와 학생이 어떤 관계를 형성하느냐에 따라 1년 학급 분위기가 좌우된다. 올해부터 학교폭력업무가 교육지원청으로 이관됨에 따라 교사들의 업무도 달라진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한 순간, 뜻하지 않은 실수를 낳을 수도 있다.

 

학부모와의 첫 대면도 어렵기는 마찬가지. 경력이 적은 교사들에게는 가장 힘든 관문이기도 하다. 이 과정에서 자칫 갈등이 불거지고 교권침해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무엇을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 것인지, 꼼꼼하게 살펴보고 교육당국에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촉구해 본다.

 

최근 언론에서 교원들의 명예퇴직 희망이 급증하고 있다는 기사를 자주 접하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 자료에 따르면 명예퇴직교원수가 퇴직교원수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평생직장이라 여겼던 교직을 정년 이전에 떠나는 숫자가 그만큼 많다는 것이다. 교사라는 직업은 사회적으로도 선호하는 직업이고 안정된 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는 직장이다. 이들이 교단을 떠나고자 하는 중요한 원인으로 교권 추락과 더불어 힘들어진 교육현장, 학생·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를 들고 있다. 교권침해가 심각해지고 있는 것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닌 것 같다. 교권침해 또한 시대적 흐름과 사회적 변화에 따라 발생하는 현상의 하나로도 보인다.

 

우리의 교육현장이 왜 힘들어 지고 있을까?

흔히들 오늘날을 4차 산업혁명시대 혹은 인공지능의 시대라고 한다. 컴퓨터와 사물인터넷, 인공지능의 활용이 확대되고 일상생활에서 첨단장비나 시스템, 인터넷에 더 의존하게 되었다. 가정의 형태도 대가족에서 핵가족, 아니 1인 세대 가구가 늘어나고 있으며, 과학과 의술의 발달로 급격하게 고령화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이와 같은 급격한 변화들은 교육분야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교과수업 외 돌봄과 급식, 방과후교육 등 복지 및 보육 관련 일들이 상당부분 학교 교육의 한 영역이 되었으며, 그에 따라 여러 가지 사회적인 문제들이 학교라는 울타리 내로 들어오게 되었다. 학교나 교사를 바라보는 시각과 역할, 기대치 또한 많은 변화가 생겼다. 최근 교육활동 침해 사안을 보면 교과교육 관련 교육활동에 대한 불만보다 오히려 보육과 돌봄, 급식 등 복지영역과 관련된 분야에 대한 불만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초임교사가 충분한 예비지식과 대처능력을 갖추지 못한 채 상처받고 무너지고 있는 모습은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게 한다. 경력교사 역시 달라진 학생·학부모와의 관계, 급변하는 교육환경에 충분한 대처능력을 갖추지 못한 채 힘들어하고 있다.

 

급격한 사회변화에 가려졌던 사회정의와 전통·윤리의식에 대한 교육의 소홀은 개인주의 팽배와 더불어 학생의 일탈된 행동, 학부모의 지나친 교육활동 관여, 이해와 배려 없이 권리만을 주장하는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인간관계의 출발점인 가정의 구성과 생활 모습 변화는 마땅히 가정에서 이뤄져야 할 기본적인 인성교육조차 학교 교육에 미루고 의존하는 기현상을 초래하고 있다.

 

‘교권’이란 용어 사용은 적절한가?

대구시교육청에서는 ‘교권’이란 용어 대신 ‘교육권’이란 용어를 쓰고 있다. ‘교육권’은 교사의 존엄성과 학생 교육에 관한 권리, 학생의 인권과 학습 받을 권리, 학부모의 자녀교육에 대한 책무성 등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보고 있다. 교육여건과 환경 변화는 교사의 권위를 의미하는 ‘교권’만을 요구하고 주장해서는 안 된다는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교권에 대한 용어 사용을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교육권’이 왜 중요한가?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도 않는다’는 말은 ‘스승에 대한 존경심과 믿음은 교사를 위한 권위이기 이전에 교육이 이뤄지기 위한 토대요 근간’임을 뜻한다. 교육권은 선생님과 학생·학부모 사이에 존재하는 상호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믿음의 표시이어야 한다. 학교에서 교사의 권위가 무너진다는 말은 교육을 지탱하는 축이 무너지고 있다는 말과 동일한 의미를 가진다. 물론 과오를 저지른 교사는 학생·학부모의 비난을 받고, 필요하면 처벌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서로를 존중하고, 함께 공유해야 할 교육권만은 지켜져야 한다.

 

교육권 침해 원인과 그 대책은?

개정된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2019.10.17. 시행) 제15조에서 교육활동 침해행위로 상해와 폭행·협박·모욕·명예훼손·손괴,「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제2조 제1항에 의한 성범죄,「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제44조의7 제1항에 따른 불법정보유통 행위, 그 밖에 교육부 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행위로서 교육활동을 부당하게 간섭하거나 제한하는 행위 등을 들고 있다. 교권침해 유형별 업무처리 매뉴얼과 대응책은 한국교육개발원에서 보급한 자료에 잘 안내되어 있다. 여기에서는 법률적·행정적 관점에서의 교육활동 침해행위 유형과 대책보다 학교현장에서 교사가 힘들어하는 내용을 교육공동체 관점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 학생과 교사가 왜 서로를 이해하지 못할까?

학생이 교사에 대해 불만을 가지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학생은 자기 행동에 대한 교사의 이해 부족과 제재·차별 대우·자기에게 주어지는 불이익 등을 들 수 있다. 반면 교사는 교육적 차원에서 지도하고 질책하는 행위를 간섭과 통제로 받아들이고, 반항하며, 거부하는 행동들을 힘들어 한다.

 

교육활동 주체인 교사와 학생의 만남은 눈높이를 맞추는 공감대 형성과 소통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교사 주도의 적극적인 노력이 중요하다. 모든 학생들이 똑같은 조건을 갖추고 교육에 임하는 것은 아니다. 교사가 먼저 학생 개개인의 특성을 파악한 후 스승으로서 진실된 애정과 이해를 바탕으로 인내하고 노력한다면 대부분의 갈등상황은 해소할 수 있다고 본다.

 

● 학부모는 왜 민원을 제기할까?

교육권을 침해하는 일부 학부모는 대부분 자기 자녀의 문제점은 접어두고 학교(교사)의 대응이나 결정을 문제 삼고 있다. 문제 상황에 대한 객관적 판단 없이 권익만 주장하고, 직접 연관성도 없는 교사의 과거 사소한 문제까지 끌어와 괴롭히는 경우, 개인적인 갈등문제를 학교와 교사를 대상으로 해소하려 하는 경우, 사안을 빌미로 교사나 학교에게 금전적인 보상을 요구하는 경우, 학부모 간 야기된 문제에 학교와 교사를 끌어들이는 경우 등 그 형태도 다양하다.

 

교육권 침해 관련 갈등상황은 이성적인 면보다 감성적인 면에서 충돌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사안이 발생했을 때는 문제상황의 원인이 무엇이며, 어떻게 진행되어가고 있는가를 정확하게 인지해야 한다. 학부모는 무엇에 대하여 불만을 가지고 있으며, 최종적으로 무엇을 요구하는가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이해당사자나 학교 관계자가 직접 학부모를 만나 대화할 필요가 있고, 주장이 타당하고 합리적이라면 적극 수용해 주어야 한다. 요구나 방법이 사회통념상 부당하다면 그 부당함과 수용할 수 없음을 명확하게 이해시키고 설득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역지사지’의 관점에서 생각해 보도록 하고 왜곡된 주장만을 끝까지 고집했을 때 어떤 결과가 얻어지는가를 인지하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학부모가 신뢰하고 납득할 수 있는 사람 즉, 학부모와 친분이 있는 사람, 직접적인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있는 퇴직교원이나 변호사·경찰·관련 분야 전문가를 통해 불합리한 점을 이해시키고 설득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교권보호위원회나 학생폭력대책심의위원회 개최 등 법과 행정 절차에 명시된 사안 처리과정을 엄수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교원에 대한 협박성 전화나 방문·폭언·폭력적 행위 등의 교권침해 행위에 대해서는 법적·행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증거자료의 확보가 사안 처리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참고로 학부모들이 교원을 대상으로 민원을 제기할 때 가장 많이 거론하고 있는 법령이 「아동학대처벌법」과「성폭력 관련 법령」이다.

 

● 교사는 과연 반성할 부분이 없을까?

일부 교육권 침해 사안을 보면 교사의 평소 안이하고 습관적인 행동과 태도가 교육권 침해를 야기하는 경우가 있다. 선입견이나 편견을 가지고 학생을 대하는 태도, 평소 혹은 수업 중 습관적으로 반복되는 잘못된 언행, 학생들에게 군림하려는 권위적인 모습, 사랑과 소명의식이 배제된 직업의식, 교육적인 문제를 학부모에게 일방적으로 책임 전가하려는 사례 등을 들 수 있다. 또 관리자나 동료 간 협조나 배려 없이 자신의 권익만을 챙기려는 사례, 동료 간 소통하지 못하고 업무적으로 갈등을 야기하는 경우도 교육권 침해와 직무관련 스트레스의 한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교육권 보호와 침해 예방을 위한 골든타임은 언제일까?

<표 1>은 2019학년도 대구의 교권침해 상담 현황이다. 특이한 점은 학기 초인 3월에는 전화상담이 집중되나 학기 중인 5~6월과 10~11월에는 대면상담이 많다는 것이다. 방학 중에는 잠시 소강상태를 보였다가 새 학기가 시작되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대면상담이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학기 초가 교육권 보호를 위한 노력의 중요한 시점을 암시해 준다.

 

만약 교사·학생·학부모가 첫 대면을 하는 학년 초에 어떤 문제성이 감지되었다면 덮어두지 말고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학기 초에 감지되었던 문제점들이 결국 심각한 사안으로 확대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간헐적 폭발장애(분노조절장애)·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학생 등 특별한 경우에는 학년 초 적극적인 상담을 통해 문제점과 지도방안을 학부모와 공유하고 협력체제를 구축하는 한편 교육적·행정적 지원대책을 강구한다면 추후 야기될 수 있는 문제점을 충분히 예방하고 해소해 갈 수 있다. 학생지도에서 예견되는 사안의 사전 예방과 극복은 교사로서의 보람과 긍지를 느끼게 하지만, 사안 발생 이후에는 깊은 상처와 사후 조치만 남길 뿐이다.

 

교육권 보호를 위해 추진되어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

교육권은 학생을 중심에 두고 학교(교사)와 학부모가 각각의 역할을 인지하고 공감대가 형성될 때 지켜질 수 있다. 학교현장의 어려움과 교육권 보호의 중요성이 심각하다는 것은 모두가 공감하지만 교육권 보호가 실질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학교나 교육청의 주도적인 노력과 지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첫째, 교사는 확고한 교직관과 자존감,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을 교사로서의 소명의식과 내성(?)을 키워야 한다.

● 사랑과 이해를 바탕으로 학생과 학부모를 감화시키고 상황을 주도할 수 있는 교육력을 키워야 한다.

● 갈등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교사로서의 자존감과 능동적인 상황대처역량을 가져야 한다.

 

둘째, 국가와 교육청은 교육현장의 위기를 심각하게 인지하고 능동적인 교육행정을 펴나가야 한다.

● 교육권과 정당한 교육활동 보호에 대한 책무성과 더불어 범사회적인 인식 개선 시책이 필요하다.

● 상처받은 교원을 즉시 치유하고 정상 복귀를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화된 지원대책이 필요하다.

 

셋째, 가장 가까이서 직접 피해교원을 보호하고 지원해 줄 수 있는 관리자의 마인드가 중요하다.

● 전문성을 갖춘 학교 단위 교육권 보호 전담자 지정이 필요하다

● 교사가 믿고 도움을 받으며 의지할 수 있는 관리자와 동료가 필요하다.

 

넷째, 교육현장과 연계된 교사 양성제도의 개선과 체계적이고 자생적인 교육권 보호 역량 강화 노력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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