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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마음챙김 상담소] 민원 일삼는 학부모 대하기가 두렵고 떨려요

 

저는 교육경력이 5년 정도 된 초보 교사입니다. 아이들과 함께할 소중한 시간들을 기대하며 설레는 마음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교직 2년 차에 제가 감당하기에 너무 큰 시련을 맞게 됐습니다. 우리 반에 전학생이 왔는데 학부모가 별의별 사유로 수년에 걸쳐 각종 기관에 민원 및 고소‧고발을 지속하는 사람들이었던 것입니다.
 

처음에는 일반적인 문의를 하는 듯했지만 점점 이것저것 부당한 요구를 시작했고 받아들여지지 않자 각종 기관에 민원을 넣었습니다. 동료 선생님들이 민원에 시달렸고 담임인 저도 수업 준비 할 시간에 수많은 민원에 답변해야 했고, 학생들을 위한 준비 없이 하루하루가 소모됐습니다. 그렇게 1년이 지났고 아무도 그 학생을 맡으려는 선생님이 없자 떠밀리듯 2년 연속 담임을 맡았습니다. 학부모는 민원에 더해 고소 고발을 시작했고 담임인 저도 인생 처음으로 고소장을 받게 됐습니다.
 

고소장을 받고는 큰 충격에 손이 떨리고 말도 잘 안 나왔습니다. 학교생활이 너무 힘들었고,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해 일상생활에도 지장이 생기자 정신과 상담을 시작했습니다. 일상생활에서의 불안과 우울 증세는 약물 치료와 상담 덕에 조금씩 나아졌지만, 학교에만 오면 아침마다 그 학생이 갖고 오던 노란 민원서류 봉투와 방과 후에 울리는 전화벨 소리 때문에 도망가고 싶은 날이 계속 됐습니다.
 

평소 저는 아이들과 즐거운 대화를 나누며 친하게 지내는 편입니다. 그래서 아이들 앞에서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해야 하는 게 가장 힘들었습니다. 특히 학생의 얼굴에서 부모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 두려웠고 수업을 하면서도 그 학생이 있는 쪽은 쳐다볼 수조차 없었습니다. 차마 그쪽을 보고는 아무렇지 않은 척 웃음을 보이지 못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고소는 무혐의로 끝났지만 후유증은 아직도 남은 것 같습니다. 특히 학부모를 대할 때 두려움과 공포가 너무 커 학부모 전화가 오면 아직도 깜짝깜짝 놀라고 손을 벌벌 떨며 전화를 받게 됐습니다. 특히 3월과 9월 학부모 상담주간에는 학교에 오는 것이 너무 무섭습니다. 최대한 방문 상담을 줄이고 전화 상담을 권유했지만 그래도 떨리는 건 여전합니다. 사건을 겪고 저는 퇴근 이후에는 일절 학부모 전화를 받지 않습니다. 학부모와의 마찰로 학생들 지도에 지장이 생긴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많은 학생들에게 돌아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32세·남)

 

 

선생님의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선생님. 교직에 몸을 담은 지 2년 만에 그런 어려운 일을 겪으시게 되어 얼마나 힘드셨을지, 얼마나 억울하고 원망스러우셨을지 그 마음이 느껴집니다. 버텨낸 1년의 시간도 모자라 한해 더 그 같은 일을 겪으셨다니 더욱 견디기 힘드셨을 것 같습니다. 나를 보호해주고 대변해줄 것 같았던 학교와 동료 교사들이 해당 학생을 맡아주지 못해 또 다시 그 아이의 담임이 돼 아이의 부모님을 응대해야했을 때는 얼마나 외로운 싸움이었을까요. 아마 해당 부모에게 친절하게 설명도 해보고 간곡히 설득도 해보았겠지요. 그러나 어떻게든 해결하려고 하면 뜻하지 않은 새로운 일들로 선생님의 노력을 의미 없게 만들었을 것입니다.
 

도대체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그 아이의 부모는 왜 그러는 것인지, 무엇을 원하는 것인지, 어떻게 해야 이 억울한 일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 과연 이 일의 끝은 있는 것인지 묻고 또 물으셨을 것 같습니다. 더 나아가 이 일로 선생님으로서 권위가 떨어지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적절한 교사인지, 이대로 교직 생활을 계속 할 수 있을지 등 교직과 자신에 대한 의심 및 회의감이 들었을지도 모르지요. 이러한 복잡한 생각들과 감정들이 혼재되어 우울과 불안에 시달리셨던 것 같습니다.
 

먼저 2년여 간 잘 견뎌내시면서 교사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다 하신 것에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그리고 용기 있는 결정으로 정신과 치료와 상담을 시작하시고 자신을 살펴주고 계신 것에 응원을 보냅니다. 선생님께서 꼭 기억하셨으면 하는 몇 가지 말씀을 드립니다.
 

그 부모는 선생님 때문에, 선생님이 잘못해서 민원과 고소‧고발을 반복하는 것이 아닙니다. 보통 그런 분들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싶고, 전적으로 들어주기를 원합니다. 즉, 들어주지 않으면 더 강력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자 합니다. 그래서 어떠한 중재도 소용이 없고, 어떠한 노력도 무력화시키며 또 다른 사건을 만들어내지요. 때문에 선생님께서 하실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너무 무기력하게 들리실지 모르지만 선생님의 노력으로 해당 부모님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선생님이 아닌 누구에게라도 똑같이 하겠지요. 선생님의 노력에 반응하지 않는 그분들 때문에 무기력해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그 누구였더라도 그랬을 것입니다. 그 사실을 빨리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그 문제가 트라우마로 남지 않도록 하는 첫 번째 비결입니다.

 

선생님 자신을 살피고 보호해주세요
 
지금까지 학생과 학부모를 살피셨다면 이제는 선생님의 내면을 살펴주실 때입니다. 상담을 시작하면서 스스로 너무 나약한 사람으로 비칠까 걱정이 되셨을 텐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주변의 시선보다 자신을 살피고 보호하려는 내면의 소리에 반응하신 것은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지요. 선생님의 선택이 앞으로 교직생활을 더 활력 있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선생님은 왜 교사가 되고 싶으셨나요? 선생님의 글에는 저의 물음에 단초가 되는 문장이 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가꾸어 나갈 소중한 시간들을 기대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교사를 시작하셨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선생님은 평소 아이들과 즐거운 대화를 나누며,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선생님은 아마 아이들에게 마음으로 다가가는 의미 있는 선생님이 되고 싶으셨던 것 같습니다. 
 

제가 앞서 자신을 살피고 보호하려는 내면의 소리에 반응하실 때라는 말씀을 드렸지요. 어떤 자신을 살피고, 과연 무엇을 보호해야할까요? 바로, 어떤 교사가 되고 싶으셨는가에 담겨있는 선생님의, 선생님다운, 선생님의 마음결입니다. ‘아이들과 함께 긍정적인 대화와 사랑의 말을 하며 소중한 시간을 나누고 싶은 사람’이라는 선생님만의 선생님다운 모습이지요. 어떠한 고통 속에서도 그 모습을 살피고 보호한다면 그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선생님이 되실 거라고 확신합니다. 인간은 자신다움에 충실하고 자신다움을 마음껏 드러내며 살아갈 때 삶의 의미를 느낍니다. 해당 사건으로 선생님의 선생님다움을 잃지 마시고, 선생님의 마음결과 맞는 아이들과 의미 있는 교직생활을 하시겠다고 선택하십시오. 이 선택으로 교직생활의 활력을 다시 찾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나다움이 무엇인지 먼저 떠올려보세요
 
불면을 비롯해 일상생활에서의 불안증상과 학부모 상담 및 교단에서의 수업과 같은 주요 생활 상황에서 느껴지는 두려움과 공포들은 정신적 외상과 충격에 의한 트라우마 증상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증상들은 그 같은 일이 또 일어날까 염려하는 상황에서도 나타나기 때문에 앞으로의 교직생활에 큰 불편을 줄 수 있습니다. 때문에 증상들을 완화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만히 생각해보세요. 해당 아이와 해당 부모 외의 아이들은 선생님과 어떠한 관계였고, 어떠한 경험을 해왔는지요. 
 

인지행동치료에 따르면, 사람은 무엇을 보고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경험하는 감정이 다르다고 합니다. 가령, 밤길을 걷는 중 뒤에서 발자국 소리가 점점 가깝게 들린다고 상상해보세요. 발자국 소리를 치한이라고 생각하면 두려움과 공포가 몰려옵니다. 그러나 그 소리를 이웃에 사는 아는 사람 혹은 가족이라고 생각해보십시오. 오히려 아주 상반된 반가운 감정이 들 수 있지요. 선생님께서 교단에 섰을 때 그 아이를 보는 것만으로는 불안을 경험할 수 없습니다. 그 아이는 공포 대상이 아니지요. 마찬가지로 학교와 학부모도 공포 대상이 아닙니다. 그러면 무엇이 도망가고 싶을 정도의 두려움을 만드는 것일까요? 그 아이를 보는 순간, 그 아이와 관련된 일들과 부정적인 생각들이 떠오르기 때문에 반사적으로 불안이 상승하고, 손 떨림과 같은 신체반응이 활성화되는 것입니다. 
 

교실에 들어가기 전에, 나다움이 무엇인지 떠올리고, 나머지 20여명의 아이들도 하나하나 떠올려 보십시오. 그러면 무방비 상태로 교실에 들어가 불안을 느끼게 되는 상황과는 너무 다른 경험을 하시게 될 것입니다. 최소한 생각보다는 교실이 덜 불편해질 것입니다. 교실에는 그 아이도 있지만, 더 많은 아이들이 있습니다. 선생님의 주의를, 시선을 조금 옮겨 보십시오. 선생님의 마음결과 맞는 아이들의 미소와 순수한 눈빛으로 선생님의 불안이 잠잠해질 것입니다. 그렇게 점차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잠잠해질 것입니다.
 

모든 삶의 고통에는 의미가 있습니다. 이 고통스러운 경험이 아이들과 즐거운 대화를 나누며 소중한 시간들을 가꾸어나가는 의미 있는 시간으로 열매 맺기를 응원합니다. 선생님답게 교단에 서실 때, 그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선생님으로 남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김민녀-심리학 박사, 임상심리전문가, 연세이룸정신건강의학과부설 반디상담센터 부소장, 교권침해 교사상담, 학교폭력 가해 및 피해학생 상담, 상담교사 직무연수 강사 역임  

 

폭언이나 폭행, 성희롱 등 교권침해나 학생‧학부모와의 관계나 소통문제로 고통 받고 계신다면 상담을 신청해 주세요. 선정된 선생님께는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보내주실 곳: event@kfta.or.kr(연락처 기재할 것)
분량: A4 반장 정도(문제 내용과 스트레스의 정도, 심리·정서 상태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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