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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위기는 어떻게 올까?

경제위기, 하면 ‘IMF 외환위기’가 떠오릅니다. 그때(1998년) 우리 경제는 -5%나 성장률(국내 총생산)이 뒷걸음질 쳤습니다. 경제가 휘청했습니다. 잘나가던 친구들마저 우수수 직장을 잃었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 골드만삭스가 다가오는 2분기 미국의 성장률을 -25%로 전망했습니다(심지어 JP모건은 -30%로 전망했다). 우리 앞에 거대한 파도가 밀려오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외환위기란?

외환(달러)이 부족해서 생긴 위기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달러를 많이 벌어오지 못했으니까요. 고성장을 거듭하던 우리 경제에 96년 빨간불이 커졌습니다. 수출보다 수입이 너무 많아진 겁니다. 96년 무역적자가 무려 230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성장에 익숙한 우리 기업들은 거침없이 빚을 내서 투자를 이어갔습니다(그러니 투자 많이 하는 게 꼭 좋은 건 아니다). 그런데 대우그룹처럼 몇몇 기업이 빚을 갚지 못하자, 해외 투자자들의 의심이 시작됩니다. ‘한국 기업들 돈 못 갚는 거 아냐?’

 

그러자 늘 돈을 빌려주던(채권을 인수해주던) 해외 투자자들이 갑자기 대출에 신중해졌습니다. 그럼 자금시장이 경색됩니다. 채권 만기가 되면 당연히 연장(차환)해주던 투자자들도 연장을 안 해줍니다. 특히 일본의 은행 등 채권단이 1년 미만 단기채권의 차환을 막자, 기업들의 돈줄이 갑자기 꽉 막혔습니다.

 

투자자들은 떠나면 자기 나랏돈(달러)으로 바꿔 떠납니다(당연하다. 캘리포니아 집에 돌아가면서 아무렴 한국 돈 들고 갈까~). 서울 외환시장에서 다들 갖고 있던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들입니다. 그럼 달러값이 오르고 원화값이 떨어집니다(시장에서 배추 많이 팔면 배춧값 떨어지는 것과 똑같다). 우리 돈의 가치가 떨어지면(원화의 평가절하) 우리가 갚아야 할 달러 빚의 크기가 그만큼 더 늘어납니다. 마치 소금장수가 물에 들어간 것처럼 경제는 더 무거워집니다.

 

경제의 균형추가 급격하게 기울어집니다. 은행은 비가 오면 우산을 뺏어가는 곳입니다. 한국 정부가 또 한국 기업들이 돈을 못 갚을지 모른다고 하자, 국채나 회사채 발행이 쉽지 않아집니다. 정부가 돈을 융통할 방법이 막히는 겁니다. 그리고 기업들의 도산이 이어집니다(한 달 새 3,300여 개의 기업이 도산했다). 결국 IMF(국제통화기금)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1997년 12월 3일(날짜도 안 잊어버린다), 우리는 결국 IMF에 210억 달러 등을 빌리고, 대신 우리 경제에 ‘감 놔라 배 놔라 권리’를 IMF에 주는 계약을 체결합니다.

 

2020년 3월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바이러스로 인해 경기가 꽁꽁 얼어붙고 있습니다. 3만 선을 유지하던 미국 다우존스(Dow Jones)지수는 며칠 만에 2만으로 곤두박질쳤습니다. 미국 기업 가치의 1/3이 날아가 버린 겁니다(29년 대공황 때도 이런 정도는 아니었다). 우리 대표기업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이 며칠 새 100조 원가량 사라졌습니다. 45달러 정도 하던 국제유가는 20달러까지 폭락했습니다. 전 세계가 유례없는 긴급 재정 확대 조치(재정보강)를 내놓고 있습니다. 미국은 2조 달러(어림잡아 2,500조 원 정도) 정도의 재정을 시장에 풀 계획입니다. 우리나라 5년 치 예산입니다.

 

정말 경제위기가 올까?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는 특이하게 사람을 만나지 못하게 만듭니다. 사람을 만나지 않으면 소비가 줄어듭니다. CGV 매출은 80%가 줄었습니다. 매출이 줄어든 기업은 곧 종업원들을 내보낼 것입니다(미국은 이미 실업급여 신청액이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남편이 언제든 해고될지 모르는 상황이 되면 부인은 지갑을 닫습니다. 경제위기는 이렇게 찾아옵니다.

 

실제 외국인 투자자들이 우리 주식을 팔아 치웁니다. 그렇게 남은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들입니다. 이 때문에 원-달러 환율이 1,300원까지 치솟기도 했습니다(우리 돈의 가치가 떨어진 것이다). 이러다 대기업 계열사 한 곳이 1차 부도가 납니다. 시중은행들은 서둘러 자금줄을 조입니다. 회사채와 CP시장이 얼어붙습니다. 아무도 돈을 빌려주지 않고 회사채 이자율이 치솟습니다.

 

실제 IMF 위기 때는 대우의 회사채 수익률이 30%까지 치솟았습니다(대우의 회사채에 1천만 원을 투자하면, 1년 이자를 300만 원 준다는 뜻이다. 물론 대우가 부도가 나면서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신용이 불안한 기업의 자금줄이 막히고, 부도가 나지 않을 기업마저 넘어갑니다. 무디스(Moody’s) 같은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이 국가신용도를 크게 낮춥니다. 원화값이 더 폭락합니다. 기업들의 도산이 결국 은행으로 이어집니다.

 

현실은?

하지만 우리 경제는 97년보다 매우 튼튼해졌습니다. 일단 규모가 3배 이상 커졌습니다. 감소추세긴 하지만 경상수지 흑자 폭도 세계적인 수준입니다(한국이라는 기업이 장사를 잘하고 있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달러가 넉넉합니다. 외환위기 당시 39억 달러까지 줄었던 우리 보유 외환은 지금 4천억 달러가 넘습니다. 정부가 재정으로 사놓은 달러 저수지가 제법 든든하다는 뜻입니다.

 

또 삼성전자 같은 우리 민간 기업들이 수출하고 벌어오는 달러도 천문학적입니다. 기업들은 이 돈을 벌어와 우리 돈 원화로 바꾸기 때문에 외환시장에 꾸준히 달러화와 원화의 균형이 유지됩니다(이는 정부가 운영하는 달러 저수지도 넉넉하고, 민간 대기업들이 벌어오는 달러비도 자주 내린다는 뜻이다. 그러니 논이 마르기가 쉽지 않은 구조다).

 

게다가 미 연준(Fed)과 600억 달러 규모의 스와프도 체결했습니다. 언제든 급할 때 600억 달러를 미국중앙은행이 빌려준다는 뜻입니다(글로벌 환투기 세력에게 우리 뒤에 달러 찍어내는 부자 형님이 버티고 있다는 메시지를 준다). 근본적으로 500%를 넘나들던 우리 기업들의 부채비율이 지금은 105%(유가증권시장 상장사 기준) 정도밖에 안 됩니다. 우리 기업들의 체격과 체력이 모두 탄탄해졌습니다.

 

정부도 일단 돈이 급한 중소기업 등에 29조 원을 지원하는 등 100조 원 규모의 탄환을 마련했습니다. 미리 준비한다면 미증유의 바이러스가 가져온 경제위기는 미리 막을 수 있습니다. 특히 경제는 심리입니다.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이기면 경제 심리를 되살리기도 그만큼 쉬워집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경제 살리기’의 첫 단추인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참고로 우리는 IMF로부터 빌려온 210억 달러를 당초 만기인 2004년보다 3년이나 빠른 2001년에 모두 갚았습니다. IMF 역사상 조기상환은 사상 처음이었습니다. CF에 나오더군요.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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