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을 전공했던 교사는 담당 과목만 잘 가르치면 되는 줄 알았다. 교과서 집필과 수능 출제위원으로 활동할 정도로 열심이었다. 학생들이 어떻게 하면 수학을 잘 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그러다 단순히 수학을 잘하는 것보다 진로와 적성을 찾아주는 게 더 중요하단 걸 깨닫고 16년 가까이 진로교육 연구회를 꾸려 활동했다. 진로 지도에 대한 고민은 교감, 교장이 돼서도 마찬가지였다. 퇴직 후에도 뇌파를 기반으로 진로·적성을 파악할 수 있는 검사를 개발해 진로교육에 힘쓰고 있다. 김진석 한국브레인진흥원 원장 이야기다.
Q. 한국브레인진흥원은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
A. ‘두뇌가 편안하면 누구나 행복하다’를 캐치프레이즈로 삼아 2019년 출범한 비영리 사단법인이다. 연령별, 대상별 맞춤형 두뇌 훈련 프로그램을 개발, 교육하고 있다. 뇌 훈련 프로그램은 치매 예방과 각종 문제 행동 개선, 직무 스트레스 해소 등을 목적으로 한다. 뇌파를 측정해 진로·적성을 찾아주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Q. 두뇌 교육에 관심을 가진 계기가 있는지
A. 중학교 교장으로 근무하다 퇴직했다.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부분이 진로, 적성 교육이었다. 보통 학교에서는 진로와 적성, 성향을 알아보는 표준화 검사를 실시한다. 2시간에 걸쳐 350여 개 문항에 답해야 한다. 어느 날, 검사하는 모습을 살피고 있는데 제대로 체크하는 학생이 거의 없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검사지를 들여다봤더니, 하나로 줄을 세운 아이들이 절반 이상이었다. ‘이렇게 해서 진로 상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겠구나’ 심각한 상황임을 깨달았다. 학교생활기록부(생기부)에 진로 상황을 반드시 기록해야 하니 학교에서도 형식적으로 하게 된다. 수학을 가르쳤다. 그런데 수학을 가르치는 것 못지않게 진로, 적성을 찾아주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뇌파로 진로와 적성을 찾고 교육하는 연수를 받은 후 두뇌 교육에 관심을 가졌다.
Q. 두뇌 교육 열풍이 불었던 적도 있다. 우뇌를 키워줘야 한다는 주장이 있던데
A. 뇌는 평생에 걸쳐 변화한다. 두뇌 교육은 뇌 가소성을 활용한 것이다. 뇌의 발달은 유전자에 의해 유도되지만, 경험에 의해 형태가 변화하고 완성된다. 좌뇌는 논리적이고 분석적 기능을, 우뇌는 직관적이고 비언어적이며 예술적인 기능을 수행한다. 학교 교육은 주로 좌뇌를 사용하게 한다. 하지만 발명이나 발견, 예술 분야와 기업활동 등 창조적인 분야에 관여하는 것은 우뇌인 것으로 밝혀졌다. 의식적으로 우뇌의 기능을 강화해 균형을 이루는 게 중요하다.
Q. 뇌 교육 프로그램의 원리가 궁금하다
우선, 뉴로피드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뉴로피드백은 미국 나사에서 우주인을 훈련하면서 간질을 호소하는 사람이 생겨나 치료의 목적으로 도입했다. 사람의 뇌에는 다섯 가지 뇌파가 나오는데, 사람마다 다르다. 특정 뇌파를 유도하거나 억제해 두뇌를 훈련하는 방식이다. ADHD와 분노조절 문제 등에도 효과가 있다고 밝혀졌다. 뇌파를 측정해보면 두뇌 기능을 분석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진로와 적성도 발견할 수 있다.
Q. 학교 현장에 프로그램을 도입한 사례가 있다면
A. 최근 경북 포항교육청과 포항시청의 후원을 받아 이동초와 양서초에서 두뇌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진로 지도와 정서 조절, 학습 등에 맞춰져 있다. 40차 시 수업이 이제 다음 주면 끝난다. 며칠 전, 해당 학교를 방문했더니 선생님들이 “아이들이 많이 달라졌다”고 하더라. 처음에는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했는데, 지금은 많이 차분해졌다고. 밖에서 참관하는데, 수업에만 집중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프로그램이 끝난 후 뇌파를 측정해 프로그램의 효과를 검증할 계획이다.
Q. 앞으로 계획이 궁금하다
A. 올해 경기교육청의 학교폭력 피해자 전문 상담기관으로 위촉됐다. 학교폭력 피해자와 가족들에 대한 상담과 두뇌 강화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다. 뇌 교육의 주된 목적은 감정을 조절하는 방법과 인성과 소양을 기르는 것이다. 어르신 치매 예방 교육, 관심 병사 치유 프로그램 등 사회 공헌사업에도 지속적으로 진행하려고 한다. 교총과 손잡고 교사를 대상으로 한 직무연수 프로그램도 이어갈 계획이다.